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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훈의 축구·공·감] 이승우가 벨기에로 간 이유…뛰어야 산다

중앙일보 2019.08.29 00:04 경제 7면 지면보기
이승우가 벨기에 리그 이적을 선택한 이유는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이승우 트위터 캡처]

이승우가 벨기에 리그 이적을 선택한 이유는 경기에 꾸준히 출장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서다. [이승우 트위터 캡처]

이승우(21)가 벨기에 프로축구 무대에 도전한다. 2017년 FC 바르셀로나(스페인)를 떠나 헬라스 베로나(이탈리아)로 건너온 지 2년 만이다. 새 팀은 벨기에 1부리그 중위권의 신트트라위던(Sint-Truiden)이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3년 계약
구단 역대 최고 대우, 출전 보장
21세 어린 선수, 조바심은 금물
꾸준한 출전으로 많이 성장하길

 
3년 계약에 합의한 이승우는 에이스의 상징인 등 번호 10번을 보장받았다. 29일 벨기에로 건너가 계약서 서명과 메디컬 테스트를 마치고 이적 작업을 완료했다. 이적료와 연봉 모두 공개하진 않았지만 구단 역사상 최고액이다. 출전, 득점,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수당 등은 옵션이다.  
 
이승우는 28일 베로나 클럽하우스를 찾아 구단 관계자 및 동료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구단 관계자는 “훈련장에서 이승우와 만난 팬들이 ‘베로나를 잊지 말고 꼭 다시 돌아와 달라’며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2년 전 이맘때, 기자는 바르셀로나에서 이적을 앞둔 이승우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했다. 당시 10여개 구단과 접촉 중이던 이승우가 베로나를 선택한 건 ‘진화’를 위해서였다.  
 
바르셀로나는 이승우가 공격형 미드필더보다 공격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5·빗셀 고베)나 사비 에르난데스(39·알 사드)가 아닌,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를 성장 모델로 제시했다. 별명이었던 ‘코리안 메시’는 언론이 붙였지만, 한편으로는 구단의 기대이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시절 이승우에게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한 지도자는 없었다.

 
이승우는 베로나에 머문 2년간 주전 경쟁과는 별도로, 수비 가담 능력과 실전 체력을 끌어올린다는 두 가지 과제를 정했다. 매 시즌 감독과 단장이 두세 번씩 바뀌고, 그때마다 선수단 구성이 확 달라지는 어수선한 상황속에서도 꾸준히 과제에 매달렸다.  
 
2년간 남긴 기록은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43경기 출전과 2골이다. 21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하다기도, 부족하다기도, 애매한 성적표다. 다행히 본인은 긍정적이다. 이승우 에이전시 관계자는 “수비 가담 방법을 많이 배웠고, 경기 체력도 크게 끌어올렸다”며 “베로나의 경험이 장기적으로 승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벨기에로 이적을 결심한 건 ‘또 한 번의 진화’를 위해서다. 우선 신트트라위던 측에서 ‘충분한 출전 기회’를 약속했다. 팀은 공격에 무게중심을 둔 3-4-3 포메이션을 사용하는데,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제시했다. 이승우에게 가장 익숙한 포지션이다. 에이전시 관계자는 “신트트라위던은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주를 영입해 수준급 선수로 길러 높은 몸값을 받고 팔아 운영하는 구단”이라며 “승우에게 과감하게 투자한 것도 (재이적을 통해) 향후 큰 수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베로나로, 다시 신트트라위던으로 둥지를 옮긴 이승우의 지향점은 ‘돈’과 ‘명성’이 아니라 ‘출전’과 ‘성장’이다. 리그와 소속팀 이름값이 차츰 낮아진다는 점에서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평가도 있지만, 선수 본인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이승우는 이제 21살, 어린 선수다. 축구 팬들은 이 사실을 종종 잊는다. 지난 6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준우승 신화를 일군 선수들보다 고작 한 살 많다. 그래도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 U-17 월드컵(2015년)과 U-20 월드컵(2017년)을 거쳐 지난해에는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도 땄다. 승부처에서 보여준 멋진 골과 당돌하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승우의 도전은 어쩌면 이제 진짜 시작이다. 지켜보는 이들이 오히려 더 조바심을 내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어야 경쟁력이 유지된다”는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축구 대표팀 감독의 지론도 이번 이적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 이는 소속팀에서 힘든 주전 경쟁을 하는 또 다른 기대주 이강인(18·발렌시아)이나 백승호(22·지로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지훈 축구팀장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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