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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원 “일자리 최우선”…현대차 8년 만의 평화

중앙일보 2019.08.29 00:03 경제 1면 지면보기
지난 2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하부영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연합뉴스]

한국의 대표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이 28일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분규 없이 사측과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오는 2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가결되면 8년 만의 무분규 타결을 이뤄내게 된다.
 

올 임단협 무분규 잠정합의 왜
4050 파업 기피해 동력 상실
젊은 노조원도 고용유지 더 관심
“경제위기 대응” 명분·실리 챙겨

현대차 노사가 무분규 타결을 눈앞에 둔 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심상찮은 데다, 한·일 무역전쟁·경기 하락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져서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미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데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조합원 투표에서도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올해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이끌어낸 하언태 현대차 부사장. [연합뉴스]

하부영 현대차지부장도 성명서를 내 “한국경제가 저성장 침체국면에 진입했고 자동차 산업 상황이 급변하는 게 고민이었다”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결정에 따라 이후 치열한 경제전쟁이 전개될 것이란 것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요소”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교섭을 시작한 현대차 노사는 3개월 만인 이날 22차 본교섭에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 총투표를 통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으나 무역전쟁, 국민여론 악화 등을 이유로 파업을 유보했다.
  
성과급 150%+격려금 최대 600만원
 
현대차 노사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150%+320만원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협상 막바지까지 쟁점이었던 통상임금 소급분은 사측 안을 노조가 받아들였다. 노조가 통상임금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근속 기간에 따라 격려금 200만~600만원을 받기로 했다. 사측은 사내 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내년 9월까지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데 합의했다.
 
표면적인 무분규 타결의 이유는 경제위기와 국민여론이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재계와 노동계에선 현대차 노사가 실리를 챙긴 것으로 평가한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현 노조 지도부가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선거에 주력하려 했다는 분석도 있다.
 
노조 입장에선 조합원 고령화와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증가 등으로 과거 같은 ‘전면 파업’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 노조원 평균연령은 전체 조합원은 47세, 핵심인 울산공장은 50세가 넘는다.
 
전체 자동차 생산은 줄어드는데 해외 생산 비율은 높아지면서 한국 내 고용은 제자리걸음이다. 40대 후반~50대 초반이 주력인 현대차 노조가 10년만 지나면 자연 와해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산업이 자율주행차·전기차로 변화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인력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노조로선 부담스럽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차 생산직 노조원은 “사측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지키면서 파업을 해봐야 실질임금만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임금 인상보단 고용 유지에 관심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0대 조합원은 2025년까지 3분의 1이 퇴직하게 돼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30·40대 조합원은 전기차 변화 등에 대안을 만들면서 (분규 없이) 가길 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측, 비정규직 2000명 정규직화 하기로
 
사측 입장에서도 하도급 비정규직 근로자 2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함으로써 현 정부의 비정규직 해소 정책에 동참하고, ‘세(勢) 위축’을 우려하는 노조를 달랠 수 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유니온 숍(입사와 동시에 노조 가입) 협정에 따라 정규직이 늘어나면 조합원을 늘릴 수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 소송과 최저임금 문제 등 해묵은 임금체계 현안을 해결하고, 대외적으론 ‘극일(克日)’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명분도 얻게 됐다.
 
현대차 노무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산업의 변화 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속해서 노조 쪽에 설득했다”며 “올 상반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는 걸 노조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현·김효성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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