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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몰락’ 김현철, 아리랑에 ‘시티팝’ 감성 입힌다

중앙일보 2019.08.28 11:00
'시티팝'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31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아리랑 트리뷰트’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도시 감성을 얹은 새로운 아리랑을 선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시티팝'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31일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아리랑 트리뷰트’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도시 감성을 얹은 새로운 아리랑을 선보인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데뷔 30주년을 맞은 싱어송라이터 김현철(50)이 아리랑 재해석에 나섰다. 31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리는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아리랑 트리뷰트’ 공연에서 음악감독을 맡아 전통민요 아리랑에 그의 ‘시티팝’ 감성을 얹는다.  

31일 ‘아리랑 트리뷰트’ 음악감독 맡아
“한스러운 것도, 즐거운 것도 같은 음악”
데뷔 30주년 맞아 13년 만에 새 앨범
“기존 내 노래와 경쟁, 가장 큰 팬도 나”

공연을 나흘 앞둔 27일 오후 그를 만났다. 라디오 방송 ‘골든디스크 김현철입니다’ (MBC FM4U) 진행을 마친 직후였다. 아리랑 분위기에 맞춰 한복까지 챙겨온 그는 “세 살배기 어린애도, 여든 어르신도 다 아는 멜로디로 듣는 사람 귀 쫑긋하게 할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 참 재미있다”고 말했다.  
 
 뮤지션 입장에서 아리랑은 어떤 음악인가.  
“내가 평가할 수 없는 음악이다. 한스러운 것 같지만 즐거운 것도 같은, 규정할 수도 없는 음악이다. 긴 세월 구전돼 내려올 수 있었던 건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어서다. ‘아리랑’이라는 말도 좋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조상들이 정말 이름을 잘 지었다. ‘아리랑’  하면 어디 걸리는 것이 없이 넘어가는 느낌이 들지 않나. 또 ‘랑’에서 ‘즐거울 락(樂)’자가 떠오르기도 하고, ‘사랑’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는 초등생 시절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난 아리랑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건설회사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살았다. 한국사람들끼리 만났다 헤어지는 자리에선 늘 아리랑을 불렀는데, 부를 때마다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새로 편곡한 세 개의 아리랑 변주곡이다. 두 곡은 그가, 한 곡은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편곡했다. 아쟁과 피리ㆍ가야금, 기타와 드럼ㆍ하모니카 등 국악기와 양약기가 어우러져 다양한 색깔의 아리랑을 들려줄 예정이다. 노래는 정가 가객 이기쁨과 가수 클랑이 부른다.  
 
 어디에 초점을 맞춰 편곡했나.  
“음악에 뭘 집어넣어야겠다는 식의 의도는 없다. 이러면 어울리겠다는 내 감에 따라 그냥 내 음악을 만들었다. 나는 뭐든지 이렇게 ‘대충’ 한다. 그래서 뭘 하나 딱 부러지게 못 한다고 하는데, 못하면 어떤가. 이번에도 양악이 우선이냐, 국악이 우선이냐 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 했다.”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2006년 9집 앨범 이후 무려 13년 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단독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싱어송라이터 김현철. 2006년 9집 앨범 이후 무려 13년 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했던 그가 "올 연말 혹은 내년 초부터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단독 콘서트를 열겠다"고 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그에게 ‘대충’이란 단어는 ‘마음 가는 대로 따른다’는 의미이자, 삶의 방식이다. 또 2006년 9집 앨범 이후 긴 공백기를 가졌던 그가 올가을 13년 만에 정규 앨범 10집을 발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5월 미니앨범 형태의 ‘10th-프리뷰’를 선공개하며 음악활동 중단과 재개의 속내를 밝힌 바 있다. 갑자기 음악이 재미없어져 음악 작업을 그만뒀고, 지난해 가수 죠지와 함께 그의 1집 곡 ‘오랜만에’를 리메이크하며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나 다시 작곡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의 리메이크 작업은 네이버문화재단과 스페이스오디티가가 진행한 시티팝 발굴 프로젝트 ‘디깅클럽서울’의 일환이었다. ‘시티팝’은 청량하면서도 세련된 도시적 분위기가 특징인 음악 장르를 뜻한다. 그는 시티팝이라는 단어도 모른 채 노래를 만들었지만, ‘춘천 가는 기차’ ‘왜 그래’ 등 그의 히트곡들은 시티팝의 색채가 강했다. 최근 시티팝이 인기를 끌며 그의 노래들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이다.
 
새 앨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LP 2장에 스무 곡 정도 실을 예정이다. ‘시인과 촌장’ 등 선배 가수들의 노래 두세 곡을 리메이크한 것을 빼면 모조리 신곡이다. 노래를 만드는 과정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가사나 곡을 적어놓고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30년 전과 놀랍도록 똑같다. 앨범 발매 날짜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가 될 것 같다. 원래는 카세트테이프로도 만들 계획이었는데, 제작회사가 독일에 있다고 해서 고민이다. 현재 국내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는 사람은 250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보통 감상용과 소장용으로 두 개씩 구입한다니 500개만 제작하면 되는데, 아직 제작 여부를 결정 못 했다.”
 
13년 전 9집을 냈을 때와는 대중음악계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앨범 발매 당일 음원 차트에서의 반응이 성패를 좌우하는 세상이 됐는데, 새 앨범 발표를 앞둔 심정이 어떤가.  
“발매 첫날 세 시간 안에 결판난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내 음악의 경쟁자를 같은 날 앨범을 내는 다른 가수의 노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989년 1집 앨범을 비롯한 기존 내 앨범에 수록된 내 노래와 경쟁한다. 내가 보기 창피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부담 때문에 9집 이후 음악이 재미없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내 음악의 가장 큰 팬도 나”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 뿐”이라는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건 무의미해 보였다. “내게 음악이란 언제나 계획하고 하는 게 아니었다. 예술이 어떻게 계획적일 수 있냐”라는 예상 가능했던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그도 “꼭 하겠다”고 밝힌 일이 있었다. 바로 콘서트다. “지난 4월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했는데 너무 좋았다. 관객들을 만난다는 게 너무 좋더라. 이렇게 좋은 걸 왜 안 했을까 싶었다”며 “올 연말이나 내년 초부터 전국의 소극장ㆍ중극장을 돌아다니며 투어 콘서트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아리랑 트리뷰트’ 공연에서도 그는 무대에 올라 그의 대표곡  ‘달의 몰락’ ‘춘천 가는 기차’ 등을 국악기 반주에 더해 관객들에게 직접 들려줄 계획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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