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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빈 집값도 두 배로 뛰어” 손혜원 그 후, 목포의 고민

중앙일보 2019.08.28 00:30 종합 18면 지면보기
지난 15일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손혜원 의원의 조카 소유인 창성장 인근에 있는 근대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5일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를 찾은 관광객들이 손혜원 의원의 조카 소유인 창성장 인근에 있는 근대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전남 목포시 구도심인 근대역사문화거리. 올해 초 손혜원 의원(무소속)의 투기 의혹이 불거졌던 거리 앞에 관광버스 3대가 줄지어 섰다. 연휴를 맞아 경기도와 부산 등에서 찾아온 단체 관광객이 탄 버스였다. 상인 정인찬(56·목포시 중앙동)씨는 “손혜원 사건 후 인근에 있는 ‘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외지 관광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말했다.
 

도로 따라 카페·음식점 우후죽순
올 상반기만 관광객 10만 명 돌파
시, 땅값 올라 인프라 확충 골머리
일각에선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목포 원도심 곳곳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나 무안 등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도·경상도 등에서까지 목포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서다. 외지인구 증가는 곧바로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빈집 투성이던 주변 집값까지 높여놓은 상태다. 일각에선 “손 의원의 투기 의혹이 오히려 인근 집값·땅값 급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손 의원의 조카 명의로 된 창성장에서 직선거리로 300m가량 떨어진 목포근대역사관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10만5481명이 찾았다. 손 의원 사건 전인 지난해 상반기(5만9945명)와 비교하면 1년 새 76%(4만5536명)나 증가했다.
 
손혜원 사건 후 목포 집갑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손혜원 사건 후 목포 집갑 변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상당수 주민들은 올 상반기에만 지난해 1년 동안 관람객(10만3000명)을 넘어선 이유를 ‘손혜원 효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투기 의혹이 불거진 후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서다.
 
손 의원 사건 당시 전국적인 관심사가 된 창성장과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하는 카페 등에는 여전히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낡은 구도심에 위치한 창성장 주변의 주택가와 상가도 전례 없는 활기를 띠고 있다. 손 의원 사건 전까지 수년간 비어 있던 근대역사관 별관 사거리의 한 건물에는 최근 카페와 사진관이 들어섰다. 도로를 따라 우후죽순 들어선 카페들 사이로는 새로 음식점이나 상점문을 열기 위해 리모델링을 하는 건물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각에선 임대료나 땅값이 급등하면서 원주민이나 기존 상인들이 떠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손 의원 논란 전 평당(3.3㎡) 200만원 이하였던 목포 원도심 땅값은 현재 평당 400만원을 웃돌고 있다. 임대료도 월 20~30만원 선에서 50만원 이상으로 오른 곳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세입자들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 2월 중앙동 2가에 있는 연면적 114㎡(34평) 단독주택은 1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당시 이 주택은 평당 558만원에 거래되면서 기존 거래가(300만~350만원)보다 배가량 비싼 값을 받았다.
 
목포시 역시 치솟는 구도심 땅값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차장이나 휴게공간, 도로 확보 등을 위해선 토지 확보가 필수적인데 높은 땅값 때문에 매입에 어려움이 커져서다. 목포시는 올해부터 5년간 500억원을 투입해 ‘근대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관광 인프라 등을 확충하는 게 골자다.
 
목포시는 최근 원도심의 부동산 가격이 오른 것이 단순한 ‘손혜원 효과’ 때문 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017년 12월 발표된 목포 원도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감과 영화 ‘1987’ 개봉 효과 등으로 꿈틀거리던 부동산시장이 손 의원 사건 때문에 ‘투기’로 확대하여 해석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김종식(69) 목포시장은 “가뜩이나 원도심 부동산 가격이 꿈틀대던 상황에서 투기 의혹까지 더해진 양상”이라며 “많은 주민이 이제는 ‘투기’라는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근대역사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손 의원은 지난 26일 열린 자신의 첫 재판에서 “대한민국 사법부가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손 의원 측은 이날 “검찰 공소장을 보면 2019년 1월에도 ‘보안자료’를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했다는 내용이 있는데, 목포시 도시재생 사업은 이미 그 전에 언론과 인터넷에 많은 내용이 올라와 있다”며 “보안자료가 아니라는 것을 꼭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은 사업 자료를 받아 약 14억원의 목포 근대역사문화 공간 내 부동산을 사들인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로 지난 6월 손 의원 측을 기소했다.
 
최경호·진창일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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