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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칼럼] “조국은 진공청소기로 빨아도 먼지 하나 없다”더니…

중앙일보 2019.08.28 00:03 종합 31면 지면보기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의 최고 어록은 이번에 다시 쓰여야 할 듯싶다. 최순실 사태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조원” 발언이나 장자연 사건 때 윤지오를 싸고돈 것은 사소한 예고편이었다. 안 의원은 7월 25일 방송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진공청소기로 빨아도 먼지 하나 없을 인물”이라고 장담했다. 그는 “같은 대학 동기라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며 고민도 나눈 사이”라며 “조국 수석은 털어도 먼지 하나 없는, 일단 진공청소기가 빨아도 먼지가 하나도 나올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혹독한 검증을 하더라도 저는 무난히 통과될 거라고 본다”고 장담했다. 그런 조국은 지금 누더기가 돼 버렸다.
 

문제의 본질은 불법이 아니라
신뢰와 기대를 무너뜨린 위선
선민의식과 우월감 내려놓고
이제라도 스스로 사퇴하기를

그제 조 후보자는 “아이 문제에 불철저하고 안이했던 아버지였음을 고백한다”고 했지만 안이한 생각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불법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위선이다. 우리 사회는 그의 딸이 단 한 번도 필기시험을 치지 않고 한영외고-고려대-부산대 의학전문원의 꽃길만 걸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숨겨진 틈새시장이었다. 더구나 그는 이 땅의 흙수저들을 어루만지고 스펙 쌓기를 비난하면서 이름을 얻어 왔다. 그런 인물이 뒤에서 온갖 특권과 반칙을 일삼은 게 드러나자 분노와 실망, 당혹감이 한꺼번에 덮친 것이다.
 
부산대 의전원은 “조국 따님의 장학금 지급에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 불법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과 절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알바하느라 학점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성적 예외조항이 왜 부잣집 딸에게 악용돼 여섯 번이나 장학금을 몰아주었는지를 묻고 있다. 그것도 하필 유급당하고 곧바로 휴학한 학생에게 말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동창회 장학금 802만원도 마찬가지다. 고작 3학점 한 과목만 듣고, 어떤 교수의 추천도 없었는데 왜 이런 기적들이 유독 그의 딸에게만 연속해 일어나는지 우리 사회는 분노하는 것이다. 장학금은 성적이 좋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상식은 뒤집혔다.
 
고교 2학년 때의 단국대 의학 논문은 더 심각하다. 그 기적을 이해시키느라 9살 때 미적분학을 마스터한 세기의 천재 폰 노이만까지 소환됐을 정도다. 그런 천재 소녀라면 왜 의전원에서 류현진 방어율보다 낮은 학점으로 낙제했는지 의문이다. 단국대 지도교수는 “방학 때 멀리서 열심히 다녔고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데 기여해 1저자로 실어주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수님, 번역해준 것만으로 논문의 공동저자가 될 수 있다면 영문과 출신들은 논문 수천 편에 공동저자로 이름 올리겠네”라는 조 후보자 본인의 리트윗 글이 발견되면서 스텝이 꼬여버렸다.
 
조 후보자는 “제가 짊어진 짐,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했다. 솔직히 그 밑에서 묻어나는 선민의식과 우월주의가 부담스럽다. 왜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일까. 얼마 전 홍세화 장발장 은행장은 “86세대는 반민주 독재에 맞선 윤리적 우월감을 갖고 있다. 선배의 권유로 몇 권의 이념서적을 읽어 지적 우월감도 갖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뚤어진 86세대를 향한 요즘 대학생들의 심정은 ‘재수없다’는 한마디에 응결돼 있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가 계속 버티는 이유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문 대통령과 조국 사이엔 묘한 동지의식이 있다. 한마디로 성역이다. 청와대에서 누구도 지명 철회를 입에 올릴 분위기가 아니다. 민주당은 더하다. 청와대 비서 출신 40~50명이 지역구를 누비니 현역 의원들은 내년 공천을 위해서도 앞다투어 충성 맹세를 한다.” 이러니 “우리 형도 이혼했다”라거나 “사모펀드는 예금보다 시장경제에 도움된다”고 장단 맞추는 역겨운 풍경이 나오는 것이다.
 
다음 주로 예정된 청문회는 가혹할 수밖에 없다. 그의 가족과 관련 교수들은 줄줄이 증언대에 서야 옳다. 여기에는 자신이 내뱉은 말빚도 있다. 그는 예전에 장관 후보자들을 향해 “파리가 앞발 비빌 때 사과한다고 착각 말라. 때려잡아야 한다”고 했다. “사람을 무는 개가 물에 빠졌을 때는 구하지 말고 더 두들겨 패야 한다”며 모질게 몰아붙였다.
 
어제 검찰이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왜 주변부인 대학들만 뒤지고 조 후보자 자택과 딸의 원룸은 빠뜨렸나” “윤석열 검찰의 주특기인 휴대전화 압수는 제대로 했느냐”는 의문이 쏟아지고 있다. 자칫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는 오해를 부를 수밖에 없는 구도다.  
 
조 후보자는 “검찰 수사로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희망한다”고 했지만 불법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누구의 어록처럼 “진공청소기로 빨아도 먼지 하나 없을 것” 같던 국민적 기대가 무너진 게 문제다. 스스로 고백한 대로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지금이라도 스스로 내려놓는 게 바람직하다. 조국은 지금 우리 사회의 원칙과 상식에 무모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이철호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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