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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일본 두고 한·미 연합훈련만 때리는 트럼프 왜

중앙일보 2019.08.28 00:07 종합 8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은 지구촌 곳곳에서 동맹국·우방국과 연합훈련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얼굴) 대통령은 유독 한·미 연합훈련만 때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연합훈련을 “매우 도발적”이라고 비판하더니 2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미·일 정상회담을 열면서는 “완전한 돈 낭비”라고 했다.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압박용
북한엔 핵 포기 당근 메시지” 분석
트럼프 “북 철로로 한국 갈 수 있다”
제재 핵심 ‘철도’ 언급 협상 변수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상품은 ‘안보 비용 받아내기’다. “미국은 세계의 호구가 아니다”(2018년 12월), “나토 회원국들이 더 많은 분담금을 지출하길 바란다”(올 4월)며 동맹을 압박하고 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분담금을 놓고 한국을 비롯한 일본·독일·사우디아라비아·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해 불평했지만, 연합훈련은 한국만 지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트위터 계정과 미 백악관 사이트를 검색한 결과 ‘전쟁 게임(war games)’이라는 표현 등 연합훈련에 대한 언급은 한국 관련에서만 보였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 삼는 한·미 연합훈련은 올해 들어 대폭 축소됐다. 대규모 야외기동훈련(FTX)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지휘소 연습(CPX)으로 대체됐다. 대신 미국은 다른 연합훈련은 늘리고 있다. 미 육군은 26일 일본 육상자위대와 ‘오리엔트 실드’를 시작했다. 올해 처음으로 미 본토와 해외 미군기지의 증원 병력을 받아 전방으로 보내는 전시증원연습(RSOI)을 실시한다. 미국은 지난달 호주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훈련 ‘탤리즈 세이버’에 핵추진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를 보냈다. 지난해 10~11월엔 냉전 이후 최대 규모로 나토와의 연합훈련인 ‘트라이던트 정처’를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한·미 훈련만 콕 집을까. 차두현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미 연합훈련의 인상이 강렬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직후인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세지면서 한·미 연합훈련도 최고조에 달해 다양한 전략자산이 한국을 들락날락했다. 남주홍 경기대 명예교수는 “트럼프의 연합훈련 발언은 한국에는 ‘방위비 분담금 압박’, 북한에는 ‘핵 포기에 대한 당근’이라는 두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연합훈련을 꾸준히 강조해 핵을 포기할 때의 매력을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북한의 철도’를 언급했는데, 이 역시 교착 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 돌파를 위해 정치적으로 던진 미끼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이란과 관련한 질문에서 “이란은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며 운을 뗀 뒤 “북한도 그렇다. 김정은 위원장은 엄청난 잠재력의 나라를 갖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북한이) 있는데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에 가는 방법 이외에 철로 등으로 북한을 통과해 가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대북제재 대상인 ‘북한 철로’를 굳이 강조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철로’ 언급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북한 지역의 철로를 이용하건,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건 어떤 식으로든 대북제재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북이 북한 지역의 철도 실태를 조사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남측의 전문가와 열차를 북한에 올려보내려 했지만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불허한 배경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트럼프의 언급은 당장 철도를 이용해 오간다는 의미라기보다 협상이 시작되면 대북제재 해제 또는 유예가 필수적인 철도 현대화 사업 문제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일종의 유인책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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