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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8년 만에 청문회…SK·애경 “피해자께 사과”

중앙일보 2019.08.28 00:06 종합 14면 지면보기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 2011년 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8년 만에 처음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가족이 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27일 서울시청에서 열렸다. 지난 2011년 살균제 문제가 알려진 뒤 8년 만에 처음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가족이 진술하고 있다. [연합뉴스]

1994년 처음 시장에 나온 ‘가습기 살균제’가 유해성 검증이 끝나기도 전부터 팔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27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 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이영순 전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94년 10월 (독성평가) 연구 의뢰를 받고 8~9개월에 걸쳐 연구했다”며 “하지만 시험 의뢰 한 달 만에 제품 판매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2016년에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SK 최창원 “사회적 책임 다할 것”
애경 채동석 “보상 적극 소통”
증인으로 참석한 서울대 교수
“독성실험 결과 나오기도 전 출시”

그는 “당시 실험용 쥐에 흡입한 기간만 3개월 이상, 아만성 독성(늦게 나타나는 독성)까지 확인하며 나름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혈액검사에서 신장 독성을 나타내는 수치가 유의미하게 증가해, 위험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실험 필요’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전직 SK 계열사 임직원 A씨도 “유해성 실험에 착수하기도 전인 93년 이전에 SK 내부 직원 중 일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증정받아 사용하기도 했다”며 당시 사용한 가습기 살균제 용기를 청문회에 제출했다.
 
최예용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93년 SK케미칼 측에서 개발 착수 후 94년에 내부에서 ‘물통에 살균제를 직접 넣는’ 방식에 부정적 의견이 있었지만,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만 한 상태에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광고를 달고 출시됐다”며 “단 한 번만이라도 (유해성이) 확인됐더라면,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안종주 가습기 살균제 구제계정운용위원회 위원장은 “(이 전 교수가) 200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지냈는데, 아무리 의약외품으로 분류됐더라도 사회적으로 알리고 살펴봤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완익 특조위원장은 “이윤만 좇는 기업들이 인체에 유해한 제품을 생산·유통·판매했고,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시해야 할 정부는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며 “참사가 확인된 후에도 정부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판매·유통을 맡았던 SK케미칼과 애경 등 기업 관계자들과 환경부·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질의가 이어졌다.
 
최창원 SK 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피해를 보고 고통을 받으신 피해자분들, 가족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진일보된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SK케미칼의 대표이사였다. 애경산업 채동석 부회장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며 “제가 있는 동안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좋은 이미지, 깨끗한 이미지의 국민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멈췄던 보상 건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위원과 피해자들은 이들 업체 관계자에게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번 청문회는 지난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문제가 처음 제기된 지 8년 만에 열렸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집계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사망자는 1424명이다. 청문회 이틀째인 28일에는 옥시레킷벤키저·LG생활건강 등 제조업체와 환경부·국방부·질병관리본부 등을 대상으로 유해성 입증과 피해자 찾기에 미흡했던 점 등을 중점 질의할 예정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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