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북제재 ‘철도’ 언급한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협상 유인책

중앙일보 2019.08.27 16:0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대북 제재의 대상인 ‘북한의 철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프랑스를 방문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공동기자 회견을 하는 자리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뒤 “이란은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북한과 관련해서도 그렇다(잠재력이 있는 나라)고 말하겠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한국 사이에 있다”며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에 가는 방법 이외에 철로 등으로 북한을 통과해 가는 방법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美 반대로 북한 내 철도 조사 차질
1년 만에 트럼프 "철로로 북한 통과 방법 있다"
비핵화 협상 나서면 철도 논의 가능 시사한 듯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철도를 이용한 북한 통과’라는 표현을 했지만, 단순히 남북 간에 철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인지 향후 철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인지에 대한 추가 설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북제재의 직격탄을 맞아 남북 간 철도 연결·현대화 사업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철로’ 언급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북한 지역의 철로를 이용하건, 현대화 사업을 진행하건 어떤 식으로든 대북 제재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북한과의 교역이나 경제협력 등을 금지하고 있다. 남북이 북한의 철도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고도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지난해 남북이 북한 지역의 철도 실태를 조사하기로 하고 지난해 8월 남측의 전문가와 열차를 북한에 올려보내려 했지만 유엔군사령부가 이를 불허한 배경이다. 북한에 금수물자인 유류와 장비, 기관차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이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들어가는 건 모두 갖고 내려오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지난해 11월 말부터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조사가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이 행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멈춰섰다. [사진 뉴시스]

지난해 12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이 행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남북 철도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은 멈춰섰다. [사진 뉴시스]

 
1년 전 '불허'였던 철도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건 교착 상태인 북ㆍ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마련을 위한 일종의 미끼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열악한 철도 환경을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당장 철도를 이용해 오간다는 의미라기보다 협상이 시작되면 대북제재 해제 또는 유예가 필수적인 철도 현대화 사업 문제도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일종의 유인책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를 통한 금강산관광이나 개성공단의 재개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데, 현금이 직접 북한이 유입되는 두 사업보다 철도 현대화라는 새로운 카드 제시를 통해 대북제재에 집중하고 있는 북한의 흥미를 끌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또 남북 철도 사업은 한국 정부가 동북아 신경제 구상의 하나로 투자 의지를 밝힌 터여서 미국이 돈을 쓸 일은 없다. 미국 입장에선 생색을 내면서도 돈을 들이지 않는 트럼프식 외교술에 딱 들어맞는 아이템이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이 지난해 두 차례 철도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생각보다 북한의 철도 시설이 열악해 현재 상황으론 정상적인 운행이 어렵다”며 “북한 철도 현대화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갈 텐데 한국은 대륙과 철도 연결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은 전혀 무관한 사업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정치적 의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미세먼지 실험 아이디어 공모, 이벤트만 참여해도 바나나맛 우유가!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