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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까 할까? 위스키 마니아끼리만 통하는 이 말 뜻은?

중앙일보 2019.08.27 11:00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31)

‘곁말’이란 게 있다. 곁말이란, 사물을 일컬을 때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다른 말로 빗대어 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경찰을 ‘짭새’라고 부른다거나 교도소를 ‘큰집’으로 부르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곁말은 어두운 사람들의 언어라 했다. 이 기괴한 곁말을 연구해서 파고들어 가면, 마침내 정상적인 사회와 어두운 사회의 접촉점에 도달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도 곁말이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몇 가지 곁말을 알아두면, 당신과 위스키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의 접촉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심해도 좋다. 그들은 결코 어두운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byob

영어 ‘Bring your own bottle’의 약자다. 참석자 각자 위스키를 준비해서 모이는 모임이다. 보통 위스키 모임이라 하면, 이 ‘byob’와 ‘주최자 모임’,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주최자 1명이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준비하고, 그것을 나눠 마시는 것이 ‘주최자 모임’이다. 평소 접하기 힘든 술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보통 주최자 역할을 한다.
 
byob 모임으로 경험한 11종의 위스키. [사진 김대영]

byob 모임으로 경험한 11종의 위스키. [사진 김대영]

 
byob의 장점은 집에서 마시던 술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는 점.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지만, 보통 ‘10만 원 이상 20만 원 이하’, ‘반 이상 남아있을 것’ 등이다. 다만, 서로 가져오는 위스키가 겹치지 않도록 사전 조율은 필수다. 모임에선 각자 가져온 위스키를 한 잔씩 나눠 마신 뒤, 한 잔 더 마시고 싶은 위스키가 있다면 위스키 주인의 허락을 맡는 것이 관습이다. byob 모임은 참석자가 많을수록 다양한 위스키를 한 자리에서 경험할 좋은 기회가 된다.
 

바이알

영어로는 ‘vial’. 사전에는 ‘주사용 유리 용기의 하나로 약을 나누어 사용할 때 쓴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위스키 마니아들은 바이알에 약 대신 위스키를 담는다. 작은 건 10mL부터 큰 건 180mL가 넘는 이 용기는 밀폐가 가능해서 애용된다. 공기와의 접촉으로 위스키의 맛과 향이 변하는 걸 막아주기 때문이다. 
 
바이알에 담긴 위스키는 큰 병에 담긴 위스키보다 맛과 향이 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 김대영]

바이알에 담긴 위스키는 큰 병에 담긴 위스키보다 맛과 향이 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 김대영]

 
바이알에 담긴 위스키는 장기 보관도 가능하다. 얼마 전에 바이알에 담은 지 2년 가까이 된 위스키를 마셔봤는데, 맛과 향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위스키가 30% 정도 남으면, 위스키를 바이알에 나눠 담아 보관한다. 그대로 위스키병에 담겨 있는 것보다 맛의 변화가 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량이 적은 사람이 모임에 나온 위스키를 다 마실 수 없을 때, 집에 담아가기 위해서도 쓰인다. 
 

부즈와 에어링

‘부즈(booze)’와 ‘에어링(airing)’은 위스키를 마실 때 쓰는 표현이다. ‘부즈’는 술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는데, 위스키 마시는 사람끼리는 위스키에서 알코올 향이 너무 많이 난다고 느낄 때, “부즈가 심하다”고 말한다. 알코올 자체의 향이 셀 경우, 위스키가 가진 바닐라, 캐러멜, 건포도, 초콜릿 등의 향과 맛을 느끼기가 어렵다. 이럴 때는 잔에 따르고 10분 정도 흐르면 알코올 향이 빠지곤 한다. 물을 한두 방울 섞는 것도 방법이다.
 
위스키의 부즈가 심할 땐, 소량의 물이나 소다를 첨가해보자. [사진 김대영]

위스키의 부즈가 심할 땐, 소량의 물이나 소다를 첨가해보자. [사진 김대영]

 
‘에어링’은 위스키에 공기를 접촉시켜 맛과 향이 더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어떤 위스키는 주질, 기온, 보관 상태 등의 원인으로, 개봉 후 며칠 뒤에 마시는 게 더 맛이 풍부하다. “이건 좀 에어링이 필요해 보이네요”, “에어링이 참 잘 됐다” 등의 말이 오간다. 다만, 에어링을 너무 많이 시키면 향이 다 빠져나가 맛없는 위스키로 전락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이 위스키들이 하나로 섞인다면 맛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사진 김대영]

이 위스키들이 하나로 섞인다면 맛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사진 김대영]

 

스까

‘스까’란 ‘섞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로, “모임에 나온 위스키를 한 데 섞어 마시자”는 의미다. 위스키 모임에는 증류소 마스터 블렌더에 빙의되는 사람이 나타나곤 한다. 이들은 모임에 나온 술을 적정비율로 섞으면,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한 환상의 위스키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가끔 그럭저럭 마실만한 위스키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스까’를 잘 하는 사람은 ‘스까장인’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까 위스키’는 맛이 없어 하수구에 버려진다. 위스키 모임에서 누군가 ‘스까’를 외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정중히 말해보자. 쓸데없는 말을 덧붙이자면, ‘스까’는 일본어로 ‘꽝’, ‘기대가 어그러짐’ 등의 의미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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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필진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 위스키 덕후이자 싱글몰트 위스키 블로거다. 위스키를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살기도 했다. 위스키와 위스키 라벨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소재로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 등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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