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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 터질 듯 아픈데, 그래도 걷기운동 해야할까요

중앙일보 2019.08.27 07:00

[더,오래] 유재욱의 심야병원(52)

 
“선상님 허리가 아파서 죽겄어요.”
참외로 유명한 성주에서 올라오신 아주머니다. 60대 초반이지만 농사를 많이 지셔서 그런지 주름살이 깊다.
 
“어디가 아프신데요?”
“조금만 걸으려고 하면 엉치가 빠질라구 해요 그리고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아서 몇 자국 걷지도 못하겠어요”
“못 걸으면 좀 쉬었다가 가세요?”
“그렇지 종아리가 터질 것 같다가도 좀 쭈그리고 앉아있으면 신기하게도 금세 안 아프다니까? 그런데 또 걸으면 마찬가지여.”
“언제부터 그러셨어요?”
“한 3년 전에는 엉치가 아프기는 했어도, 그래도 걸을 만은 했거든, 그런데 요새는 조금만 걸어도 아파서 자주 주저 앉아야 혀. 이러다가 허리가 앞으로 휘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겄어.”
“얼마나 걸으면 한 번씩 쉬셔야 해요?”
“글쎄 요즘 좀 심할 때는 종아리가 터질 것 같아서 여남은 발짝도 못 걷고 주저앉는 것 같어.”
 
“호소하시는 증상과 이학적 검사, 그리고 가지고 오신 MRI를 보면 척추관 협착증에 합당한 소견입니다.”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엉치 끝에 통증이 오면서 종아리가 저린 것.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이다. [중앙포토]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엉치 끝에 통증이 오면서 종아리가 저린 것. 척추관 협착증의 증상이다. [중앙포토]

 
지난번 간 병원에서는 수술하자고 하는데 수술을 안 하면 안 되것는가.
“척추관 협착증은 허리디스크와 달리 퇴행성변화로 인하여 생기기 때문에 세월이 흐를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요. 환자분께서 만약 100m도 걷기가 힘들다면 수술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아요. 100m를 기준으로 하는 이유는 100m도 못 걷는다는 것은 집안에서도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금방 못 걸어서 생기는 건강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수술을 고려해야 해요.
 
다른 방법은 없겄는가? 나는 수술하기는 싫은디?
“수술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다 하기 싫지. 다만 어떤 것이 환자분한테 더 유리한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죠. 만약 환자분이 수술을 못 하겠다고 하시거나, 아니면 수술이나 마취를 할 수 없는 건강상태라면 차선의 선택으로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어요.“
 
그런디 나는 증상이 심할 때만 가끔 못 걷고, 보통은 한두 정거장 정도는 걸어 다니거든 그럼 수술 안 해도 되는 거 아녀?
“그럼 일단 비수술적인 치료를 해보시고 효과가 없거나, 세월이 흘러 증상이 심해지면 그때 수술적인 치료를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아요. 비수술적인 치료는 주로 주사 치료를 하는데, 약물을 이용해서 압박된 부위를 풀어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척추관은 점점 좁아지는 경향이 있어요. 압박 부위를 풀어줘도 다시 재발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건 그렇고 수술을 하면 틀림없이 완치되는 거지?
“꼭 그런 것도 아니에요. 수술해서 압박된 척추관을 열어주면 그 부위는 신경의 압박이 풀리지만, 척추관협착이 꼭 그 부위만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몇 년 지나면 수술한 부위 위쪽이나 아래쪽에 또 척추관협착이 생겨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재수술을 해서 새로 협착이 생긴 부위를 열어주어야 해요.”
 
그려도 척추관협착증을 좀 안 아프게 하는 운동법이 없을까?
제가 골반 스트레칭 방법을 가르쳐드릴게요.
➀ 바르게 누워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무릎을 접는다.
➁ 큰 수건을 말아서 골반 아래쪽에 받친다. (허리 벨트라인보다 아래쪽에)
➂ 한쪽 무릎씩 번갈아 접어 가슴에 붙인다. 20초씩 유지
➃ 이번에는 양쪽 무릎을 한 번에 접어 가슴에 붙인다. 30초 유지
 
 
걸으면 종아리가 터질 듯 아픈데 그래도 참고 걸어야 하나?
종아리가 아파도 걷기는 하셔야 해요. 안 걸으면 금방 건강을 잃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걸을 때 종아리가 아프면 안 아픈 한도 내에서 나누어 걸으시면 돼요. 만약 20분 걸으면 아프다고 하면 15분씩 하루 3번 걸으면 돼요. 만약 몇 걸음 걷기도 힘들다 하면 집에서 자전거라도 타셔야 해요.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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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 유재욱 재활의학과 의사 필진

[유재욱의 심야병원] 작은 간판이 달린 아담한 병원이 있다. 간판이 너무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릴 정도다. 이 병원의 진료는 오후 7시가 되면 모두 끝나지만, 닥터 유의 진료는 이때부터 새롭게 시작된다. 모두가 퇴근한 텅 빈 병원에 홀로 남아 첼로를 켜면서, 오늘 만났던 환자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린다. ‘내가 과연 그들에게 최선의 진료를 한 것일까?’ ‘혹시 더 나은 치료법은 없었을까?’ 바둑을 복기하듯 환자에게 했던 진료를 하나하나 복기해 나간다. 셜록 홈스가 미제사건 해결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닥터 유의 심야병원은 첼로 연주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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