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후남 문화에디터
‘이타미 준’은 성씨인 유(庾)가 일본에서 쓰지 않는 한자였기 때문에 스스로 만든 일종의 예명. 난생처음 한국 행 비행기를 탔던 공항 이름 ‘이타미’, 가까이 지낸 한국인 작곡가 길옥윤의 ‘윤’(潤·일본어 발음으로 준)에서 따왔단다. 한국에 대한 수구초심이 전해진다.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에 나오는 제주도 풍 박물관. [사진 영화사 진진]](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908/27/4cb13916-495b-45e9-b6ee-f95c72de46c9.jpg)
다큐멘터리 ‘이타미 준의 바다’에 나오는 제주도 풍 박물관. [사진 영화사 진진]
건축가의 이 놀라운 발상이 실현된 배경에는 건축주와의 의기투합이 있었다. 2001년 제주도 포도호텔에 이어 세 박물관을 짓게 한 사람은 재일교포 기업가였다. 다큐에는 아파트나 가게 인테리어를 비롯해 일찍부터 이타미 준에게 일감을 맡겼던 또 다른 이들의 얘기도 나온다. 이를 듣고 있으면 건축은 그저 건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라는 데 자연스레 생각이 미친다.
요즘 아이들이 흔히 꼽는 장래희망 중 하나가 ‘건물주’라는데, 나무랄 생각은 전혀 없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 어른들도 할 수만 있다면 바라는 바 아닌가. 기왕이면 ‘건축주’의 꿈도 품어보길. 자연과 인공, 인간과 인간을 잇는 새로운 공간의 후원자가 될 수도 있다.
이후남 문화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