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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병원 5곳 중 1곳 기저귀에 폐렴구균…노인 감염 땐 치명적

중앙일보 2019.08.27 00:05 종합 12면 지면보기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요양병원 6인 병실. 간병인이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할머니의 기저귀를 갈고 있다. 이 간병인은 기저귀를 즉각 비닐봉투에 싼 뒤 전용 용기에 버렸다. 옆 병실의 간병인은 달랐다. 한 손에만 비닐장갑을 끼고 있었다.  
 

환경부선 일반폐기물로 변경 추진
의료계 “추가 감염 위험 커” 반대

다른 요양병원의 한 간병인은 “제일 중요한 게 청결”이라면서도 “24시간 매일 6명의 환자를 관리하다 보면 눈코 뜰 새 없다. 매번 손을 씻고 일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요양병원 5곳 중 1곳꼴로 환자의 1회용 기저귀에서 법정 감염병인 폐렴구균이 검출됐다. 폐렴구균은 폐렴의 주요 원인 균이다. 고령자나 만성질환자가 감염되면 치명적이다.  
 
서울녹색환경지원센터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의뢰로 전국 요양병원 152곳의 의료폐기물 감염성 균 실태를 조사해 26일 발표했다. 요양병원 감염 균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요양병원 152곳 중 기저귀가 있는 141곳의 기저귀 모두 432개를 수집해 분석했다.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요양병원 28곳에서 폐렴구균이 발견됐다. 일반병동 폐기물에서 검출된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65세 이상 노인이 폐렴구균에 감염되면 20~60%가 숨진다.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폐렴은 70대 사망원인 4위, 80세 이상 3위다. 2015년 전국 병원에서 이 균에 감염돼 441명이 숨졌다. 지난해 670명으로 증가했다. 이런 위험 때문에 2014년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됐다.
 
141곳의 요양병원 중 95.7%에서 폐렴간균이 나왔다. 황색포도상구균(95%), 프로테우스균(67.4%), 포도상구균(59.6%) 등 7가지 균이 나왔다. 이들 균은 폐렴·요로감염·피부감염·식중독·패혈증·부비동염 등의 염증성 질환을 야기한다.  
 
황색포도상구균의 17%는 수퍼박테리아로 알려진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노인 장기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감염병 1, 2위는 폐렴, 요로감염이다. 요양병원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최근 환경부가 요양병원의 1회용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변경하려는 것은 간병인의 감염 위험을 높이고 원내 감염을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요양병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보균자가 만연해 있다고 알려져있다.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버리면 추가 감염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황수연·박해리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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