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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아빠·임원 아빠 스펙 품앗이…부모가 대입용 대회 신설

중앙일보 2019.08.27 00:05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학생부 종합전형 설명회. 상위권 수험생이 지원하는 대학일수록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 학생, 학부모의 관심도 높다. [뉴스1]

지난달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구민회관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학생부 종합전형 설명회. 상위권 수험생이 지원하는 대학일수록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높아 학생, 학부모의 관심도 높다. [뉴스1]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대입 스펙’ 논란을 바라보는 학부모의 마음은 착잡하다. 조 후보자의 딸과 비슷한 시기 아들·딸이 서울 소재 사립대에 진학했던 김모(51·서울 신림동)씨는 “당시 비슷한 스펙을 가진 애들을 부러워만 했는데 그런 길이 있었다니 화가 난다. 아이와 학교만 바라봤던 내가 바보”라고 말했다. 두 딸이 재수 끝에 지방대에 진학한 정모(53·서울 목동)씨는 “‘스카이캐슬’에 들어가지 못한 우리 애들이 불쌍하다.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조국 딸 논란으로 본 ‘대입 스펙’
교수 아빠는 인턴 기회 주고
임원 아빠는 연구소 투어 해줘

2016년 논문 학생부 기재 막자
‘동아리 스펙 컨설팅’ 업체 떠

박대권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경쟁으로 내모는 대입에 대한 불만에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적 지위와 인맥, 정보가 있는 ‘가진 자’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망감이 겹쳐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불만이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모와 입시 전문가의 경험담을 토대로 입학사정관제, 학생부종합전형이 초래했던 부모의 스펙 경쟁을 살펴봤다.
  
고3 엄마 “교수 부모 어떻게 당하겠나”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인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인식.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부모 자력형=2000년대 후반부터 대입 지형이 급변하면서 ‘아이의 스펙은 부모의 스펙’ ‘수행 평가는 부모 평가’란 말이 유행했다. 부모의 도움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기 때문이다.
 
상위권 수험생일수록 부모의 부담도 커졌다. 출판사 편집장 김모(47)씨는 이틀에 한 번은 밤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외고 2학년인 아들의 수행평가를 대신 작성한다. 김씨는 “다른 애들도 부모나 사교육의 도움을 받는데,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애를 내버려 둘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렇다고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건 아니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스펙’ 관리에 가장 유리한 부모는 조 후보자 같은 교수들”이라고 입 모았다. 주부 이모(49)씨에 따르면 고3 아들 학교엔 입학 후 20여 차례의 과학 대회가 있었는데 1등상은 매번 지방대 교수의 아들이 가져갔다. 이씨는 “알고 보니 교수 어머니가 아들에게 연구실 기자재를 쓰게 하고 보고서 작성도 돕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교수를 당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②품앗이형=부모가 직접 돕는 게 여의치 않을 땐 주변에 도움을 청하게 된다. 조 후보자 딸의 경우도 서울대 동문·교수 등 부모의 인맥, 한영외고 유학반 모임 등 같은 학교 학부모 등을 통해 논문 저자, 연구소 인턴이 될 기회를 얻었다.
 
입시 전문가들이 말하는 ‘스펙 품앗이’다. 오기연 대오교육컨설팅 대표는 “특히 부모가 교수·의사·사업가 등 고소득 전문직이고 서로를 잘 아는 특목고 유학반에서 성행했다”며 “제약회사 임원인 아버지는 연구소 투어를 시켜주고, 대학교수 아버지는 학교 연구소에 인턴이나 자원봉사자 기회를 주는 식”이라고 전했다.
 
‘논문 저자 품앗이’ 가능성도 제기됐다. 지난 5월 발표된 교육부의 실태조사에선 자녀가 아닌 미성년자를 논문 공저자로 올린 사례가 389건이 발견됐다. 교육계 관계자는 “이중엔 공식적인 대학 연계 프로그램의 결과물도 있겠으나, 교수가 지인의 부탁으로 끼워넣은 사례도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③스폰서형=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수상이 주목받던 2010년 전후엔 부모가 참가팀의 ‘스폰서’를 맡는 사례도 있었다. 당시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입시컨설팅을 진행했던 한 교육컨설턴트는 “국내대회나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팀 전체의 비용 일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실력이 다소 떨어지는 자녀를 끼어넣는 식이었다”며 “자녀 실력은 부족해도 다른 학생들이 우수해 입상하는 데 별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들은 스펙으로 삼을만한 대회·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영어 토론으로 진행하는 모의UN, 모의법정 등이 대표적이다. 대입정보카페 국자인의 이미애 대표는 “참여할 만한 행사가 적어 유학을 목표로 했던 학부모들끼리 사이트를 개설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직접 대회를 관리했다”고 전했다. 스폰서형 부모 개입은 교육부가 학교 밖 인턴·봉사, 외부 경시대회의 학생부 기재를 금지한 뒤에야 줄었다.
  
스펙 부작용-땜질처방 악순환 계속
 
④사교육형=부모가 자녀를 직접 돕기 어려운 경우엔 고액의 사교육을 이용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컨설팅’을 내걸은 서울 대치동 학원들이 대표적이다. 수년전까지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의 스펙으로 통했던 소논문의 경우 일부 학원은 학부모와 이공계 대학원생과 연결해 소논문을 대필케 하고 편당 수백만원을 받았다.
 
부작용이 심해지자 2016년 소논문의 학생부 기재가 금지됐다. 그러자 ‘자율동아리 컨설팅’이 고개를 들었다. 학원이 학생 대신 동아리 계획서를 작성하고, 동아리에서 해야 할 실험도 대행한다. 동아리 결과물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기도 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교육부는 자율동아리는 한 학년에 한 개만 입력하도록 제한했다.
 
과도한 스펙 열풍이 문제가 되면 교육부는 학생부 기재와 대입 반영을 막는 규제를 내놓고 있다. 박대권 교수는 “충분한 연구 없이 무리하게 확대했던 결과 10여년 동안 부작용과 사후약방문식 대책이 거듭되고 있다”며 “교육 정책의 도입과 변경엔 장기적인 비전를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인성·전민희·박형수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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