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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최고 성수기 8월, 지난해보다 관객 500만 줄었다

중앙일보 2019.08.26 15:48
올 여름 개봉작 중 최고 흥행영화로 등극한 '엑시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올 여름 개봉작 중 최고 흥행영화로 등극한 '엑시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극장가 최고 성수기로 꼽히는 8월 관객이 올해는 전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방학 및 휴가철을 겨냥한 한국 대작 영화들이 대체로 부진했던 데다 상반기 흥행작이 많았던 데 따른 ‘피로 현상’으로 보인다.

'엑시트' 836만 흥행, '봉오동' '사자' 등 부진
매년 3000만명 안팎 들던 8월 관객 20% 줄어
상반기 천만 영화 4편 '피로감'도 작용한 듯

 
26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일부터 전날(25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2200만명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약 500만명이 극장을 더 찾아(2743만명) 8월 총 관객수가 3025만명에 이르렀다.  
 
8월 관객 수는 2914만명이 극장가를 찾은 2013년 이후 매년 3000만명 안팎을 기록했다. 2014년 3221만, 2015년 3090만, 2016년 2994만, 2017년 2988만 등이다. 1일~25일만 봐도 2014년 2859만, 2015년 2710만, 2016년 2667만, 2017년 2649만에 달했다.  
 
현재 흐름은 2012년 8월과 비슷하다. 당시 25일까지 2138만명이 극장을 찾았고 그달 관객 수는 2423만명이었다. 7년 만에 8월 관객 수가 400만~500만명 쪼그라드는 상황이다.  
 

'여름 천만영화' 5년 만에 처음 깨질 듯

이는 여름을 겨냥한 한국 대작영화가 관객 호응을 얻지 못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4대 ‘텐트폴’(각 영화사의 대표작) 가운데 재난탈출액션극을 표방한 ‘엑시트’가 25일 기준 836만명으로 체면치레 했을 뿐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엑시트’는 25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같은 달 2일 선보인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802만)을 제치고 올여름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반면 독립군의 항일투쟁을 그린 ‘봉오동전투’(451만)는 한‧일 갈등 이슈 속에서도 손익분기점(450만명)을 넘기는 데 그칠 전망이다. ‘대세배우’ 박서준의 구마액션히어로물 ‘사자’(160만)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과정을 그린 팩션사극 ‘나랏말싸미’(95만)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920년대 독립군의 항일투쟁을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사진 쇼박스]

1920년대 독립군의 항일투쟁을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사진 쇼박스]

이제까지 여름 성수기 시장은 한국 대작 영화가 선도해왔다. 지난해 여름엔 ‘신과함께2’가 1227만을 끌어모았고 ‘공작’(497만)도 준수한 결과를 냈다. 2017년엔 ‘택시운전사’(1218만)를 필두로 ‘군함도’(659만) ‘청년경찰’(565만)이, 2016년엔 ‘부산행’(1156만)을 앞세우고 ‘인천상륙작전’(705만) ‘터널’(712만) ‘덕혜옹주’(559만) 등이 고루 선전했다. 2015년 ‘베테랑’(1341만)과 ‘암살’(1270만)은 둘 다 천만 고지를 넘은 바 있다.  
 
매년 여름 개봉작 중에 천만영화가 나왔던 기록도 5년 만에 깨질 전망이다. 한국영화는 2006년 ‘괴물’(1091만) 2009년 ‘해운대’(1132만) 2012년 ‘도둑들’(1298만)이 천만 고지를 넘으면서 여름 성수기를 노린 대작 기획이 공식처럼 됐다. 2013년 ‘설국열차’(935만)는 천만엔 못 미쳤어도 ‘더 테러 라이브’(558만)와 ‘숨바꼭질’(560만) 등을 이끌었다. 이듬해인 2014년 ‘명량’(1761만)이 역대 국내외 개봉작 최다 흥행을 기록하면서 ‘해적’(866만) ‘군도’(477만)까지 동반 흥행했다.
 
황재현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일반적으로 천만 영화가 치고 나가면 극장을 자주 찾지 않던 관객까지 유입시키는 효과가 있는데, 올여름엔 한국영화 4편이 비슷한 시기에 맞붙은데다 특정작품 하나가 끌고 가는 힘이 약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이미 1억 관람…"연간 흥행 차이는 없을 것" 

8월 관객 감소를 앞선 7월의 한국 영화 부진의 연장선상에서 볼 필요도 있다. 영진위의 7월 한국영화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관객 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한국영화 부진이 두드러졌다. 7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전년 대비 38% 줄어든 334만 명에 그쳐 200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 점유율도 2004년 이후 최저치인 15.2%로 나타났다.  
 
매년 7월 국내 영화시장을 공략하는 마블이 올해 선보인 작품은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사진 소니 픽쳐스]

매년 7월 국내 영화시장을 공략하는 마블이 올해 선보인 작품은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사진 소니 픽쳐스]

관객들의 외화 선호를 이끈 것은 마블 시리즈다. 마블은 올해 ‘스파이더맨’을 포함해 2017년부터 매년 7월 초 시리즈물을 선보였다. 영진위 영화정책연구원 곽서연 연구원은 “마블과 경쟁을 피하느라 한국 대작 개봉이 늦어지면서 흥행 탄력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맨 먼저 개봉한 ‘나랏말싸미’가 역사왜곡 논란에 발목이 잡힌 것도 여름 대작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 듯하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관객 포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7월까지 ‘극한직업’ ‘어벤져스: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등 개봉작 네 편이 천만 영화로 등극하면서 사상 첫 ‘상반기 관객 1억 명’ 시대가 열렸다. 1~6월 관객 수(1억932만 명)와 매출액(9307억 원) 모두 지난해보다 각각 13.5%, 16.0%가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영화시장이 최근 6년간 연간 관객 수 2억1000만명대, 1인당 연평균 4.2회 관람으로 정체돼 왔던 것을 감안하면 ‘힘’을 상반기에 몰아쓴 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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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한국 인구 규모상 이미 영화시장은 포화상태이고 이 안에서 관객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 8월 구간만 보면 관객 감소가 두드러질지 몰라도 연간 통계를 내면 큰 등락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시 주춤한 ‘힘’을 추석 혹은 겨울방학 영화시장이 회복할 거란 전망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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