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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돼지고기 비상…신분증 지참하고 1인당 구입량 제한도

중앙일보 2019.08.26 11:45
중국에 돼지고기 비상이 걸렸다. 하루가 멀다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 폭등 때문이다. 홍콩 명보(明報)는 26일 중국의 돼지고기 평균 도매가격이 지난 21일 kg당 30.56위안(약 5200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 지난해 8월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돼지 사료의 하나인 콩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창춘완바오 캡처]

중국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계속 뛰고 있다. 지난해 8월 랴오닝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고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돼지 사료의 하나인 콩 공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창춘완바오 캡처]

역사상 가장 높은 가격이라던 kg당 21위안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중국에선 ‘고기(肉)’라 하면 돼지고기를 가리킨다. 소고기나 양고기, 닭고기가 아니다.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공급량 크게 줄고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콩에 관세 부과해
돼지의 단백질 원천인콩 사료 값도 올라
돼지고기 구입하려면 신분증 갖고 가야
푸젠성에선 1인당 구입량 2~2.5Kg 제한

하루 밥상 중 한 끼 정도는 돼지고기가 올라야 한다는 말도 있다. 2017년 중국인 1명의 연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은 38.6kg.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정도를 중국인이 소화한다. 중국에서 키우는 돼지는 연 11억 2000만 마리로 세계 전체의 53%에 달한다.
한데 지난해 8월 랴오닝(遼寧)성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며 문제가 터졌다. 한 번 걸리면 100% 죽는다는 ASF가 ‘양돈 대국’ 중국의 31개 성·시를 강타했다. 감염된 116만 마리를 도살 처리했지만, 돼지 공급은 10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걱정은 생돈 사육량이 계속 줄며 돼지고기 가격 폭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농촌농업부에 따르면 7월 생돈 사육량은 지난해 대비 32.25%가 줄었다. 현재 중국의 돼지고기 연 소비량이 5700만t가량인데 2000만t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며 중국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콰이바오 캡처]

중국인의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하며 중국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콰이바오 캡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돼지 사료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미·중무역전쟁의 여파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돼지 사료 성분의 20%는 콩으로 돼지가 섭취하는 단백질의 주요 원천이다. 중국은 콩 소비량의 90%를 외국, 특히 미국에서 많이 들여오고 있다.
그런데 미·중무역전쟁 발발 이후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표밭으로 미국산 콩의 95%를 생산하는 중서부 농장지대 즉 ‘팜 벨트(farm belt)’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미국산 콩에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에 맞서는 전략이긴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도 돼지 사료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생긴 것이다. 여타 돼지 사료인 옥수수 등 농산품 가격도 오르는 바람에 중국 농가에선 생돈 사육을 줄이게 됐다.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 비중에서 약 10%를 차지한다. 지난 5월에는 중국 과일 가격이 날씨와 무역전쟁 여파 등으로 급등하며 물가를 위협했는데 이제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이 중국 물가의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이다.
지난 7월 중국 경제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중국 중앙텔레비전이 6월의 돼지고기 가격이 kg당 21위안을 넘어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8월에는 kg당 30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CCTV 캡처]

지난 7월 중국 경제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중국 중앙텔레비전이 6월의 돼지고기 가격이 kg당 21위안을 넘어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8월에는 kg당 30위안을 돌파했다. [중국 CCTV 캡처]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지자 중국 국무원은 지난 21일 돼지고기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한 상무회의를 열기도 했다. 각 지방 정부는 자체적으로 ‘가격 보위전’을 실시 중이다. 후베이(湖北)성과안후이(安徽)성 등 이미 29개 성(省)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빈곤 계층을 상대로 돼지고기 구매 시 보조금을 주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푸젠(福建)성의 경우엔 실업보험금을 받는 사람이나 저소득자 등을 대상으로 매달 20위안에서 31위안까지 돼지고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미 전국적으로 이 같은 ‘돼지고기 구매 보조금’이 20억 위안 풀렸다고 명보는 전했다.
그래도 돼지고기 공급을 맞출 수 없어 이제는 1인당 구매 상한을 정하는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추석을 앞두고 돼지고기 수요가 폭증할 것이기에 푸젠성의 푸톈(莆田)시 경우 오는 9월 6일부터는 신분증을 갖고 와야 돼지고기를 살 수 있다.  
그것도 1인당 2kg으로 제한한다. 반면 한 근당 4위안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고 한다. 샤먼(厦門)시는 1인당 2.5kg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밍시(明溪)시에선 돼지고기를 살코기와 갈비 등 품종별로 나눴는데 1인당 두 개 품종, 한 품종당 1kg만 구매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또 공급을 늘리기 위해 돼지 사육 농가에 보조금도 지급하고 있다. 저장(浙江)성의 경우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간 새로 돼지를 키울 경우 한 마리당 500위안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문제는 돼지고기 구매와 돼지 사육 모두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으로 내년 1월 춘절(春節, 설) 특수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업계에선 올 연말 kg당 35위안 돌파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며 중국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 하나를 더 얹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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