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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저리고 힘 빠진다면···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질병은

중앙일보 2019.08.26 07:00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56)

노화의 징후는 아래쪽부터 온다. 다리의 기운이 빠져 뛰는 것은커녕 걷는 것도 싫어진다. [사진 pixabay]

노화의 징후는 아래쪽부터 온다. 다리의 기운이 빠져 뛰는 것은커녕 걷는 것도 싫어진다. [사진 pixabay]

 
40대면 몸의 기운은 안정된 뒤 나빠지는 방향으로 간다. 우리가 싫어하는 말, 노화가 일어난다. 노화의 징후는 아래쪽부터 온다. 다리의 기운이 빠지기 때문에 뛰는 것은커녕 걷는 것도 싫어진다. 운동을 게을리하고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기운의 흐름 역시 다리 쪽으로 잘 안 보내져서 그렇다. 가슴팍 부분에 기운이 몰리니 감성적이 된다. 40대 후반이 되면 여성은 갱년기가 오고, 남성도 드라마 보면서 우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전에는 몸이 먼저 움직였지만, 이제는 생각해보고 실행한다. 연륜이라고 할 수도 있고, 가슴에 기가 머무는 나이의 정상적인 반응이다.
 
병은 기운이 허한 곳으로부터 온다. 빠른 사람은 30대, 늦어도 40대가 되면 다리 쪽의 기운이 빠진다. 어느새 뛰기 싫은 시점이기도 하고, 앉아만 있고 싶거나, 앉았다면 일어나기 싫어질 때다. 기운이 없다 보니 다리가 자주 붓고 저리다. 기운이 팽팽 돌면 붓지 않는다. 세탁기 탈수기가 돌면 세탁물이 꽉 짜지듯이, 몸의 기운도 쌩쌩하면 붓기가 생기지 않는다.
 
“잘 부어요” 하는 말은 “기운이 안 가요”라는 말과 같다.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이다. 다리 쪽 증상의 대부분은 허리의 문제에서 나온다.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모두 허리에서 나오기 때문에 허리는 다리 기운과 밀접하다. 디스크라고 알려진 질환도 허리에 통증이 오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다리 쪽이 저리거나 힘이 없거나 감각이 떨어지게 된다. 다리 기운이 빠지는 것은 디스크가 잘 생긴다는 것과도 같은 개념이다.
 
병은 기운이 허한 곳으로부터 온다면, 그 허한 곳을 채우면 병도 잘 안 들어온다는 말이 된다. 다리 기운이 빠진다면 그쪽의 기운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일부러 다리를 더 많이 움직이고, 근육도 늘리고, 순환이 잘 되게 스트레칭도 자주 하자. 다리만 건강해져도 노화가 훨씬 더디게 온다.
 
요즘은 간과 눈을 혹사하는 탓에 노안이 일찍 생긴다. 간의 기운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이 눈이다. [중앙포토]

요즘은 간과 눈을 혹사하는 탓에 노안이 일찍 생긴다. 간의 기운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이 눈이다. [중앙포토]

 
노화는 50대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오장 중에서 가장 먼저 약해지는 곳은 간이다. 간은 혈(피)을 담는 그릇이다. 혈과 관련이 있는 기관들이 간과 연결되어 있다. 간과 연관된 몸의 각 부분을 보자면 눈, 복부, 손발톱, 머리카락 등이다. 모두 피가 풍부해야 그 부분들도 건강할 수 있다. 간이 약해진다는 것은 혈을 담고 있는 저장 탱크가 약해진다는 뜻이다. 눈이 흐릿해져 노안이 온다. 배가 나오고, 손발톱이 약해지면서 머리카락도 듬성듬성해진다.
 
요즘은 노안이 빠르다. 40대 심지어 30대에도 생긴다. 그만큼 간과 눈을 혹사하는 탓이다. 간의 기운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이 눈이다. 눈은 낮시간 활동하는 동안에 가장 많은 정보처리를 하는 곳이다. 동물을 밤에 만나면 눈만 광채가 나는 경우를 본다. 사람의 기도 눈에서 측정할 수 있다. 안광이 뿜어져 나오면 기가 강하다. 눈빛이 흐리멍덩하면 기도 약하다.
 
아이들이 아플 때에도 눈이 초롱초롱하면 금방 회복되는 경우니 안심해도 되고, 눈빛이 희미하다면 회복속도도 느리다. 이처럼 눈에서 기운이 아주 많이 뿜어져 나가는 데 집중해서 무엇을 본다면 기운이 훨씬 더 빨리 소모가 된다. 옛날에는 집중해서 볼 것이라고는 크게 적힌 책이었겠지만, 요즘은 볼 것이 너무나 많다. 신문이나 TV를 넘어 이제는 컴퓨터를 들여다보며 온종일 눈으로 무언가를 보며 산다.
 
정보를 찾아보는 건 당연하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화도 전화하는 것보다는 문자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영상정보 역시 폰 안에 다 들어 있다.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경치를 보고 있을 때보다 독서를 할 때 더 느리게 깜빡여진다. 그런데 영상을 쳐다보고 있으면 거의 10배나 깜빡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기운 소모가 너무 많이 일어나서 안구건조증이 생기고 시력저하가 일어나 노안이 오게 된다.
 
허리 사이즈가 1cm 늘어날 때마다 수명도 1년씩 단축된다고 생각하자. [중앙포토]

허리 사이즈가 1cm 늘어날 때마다 수명도 1년씩 단축된다고 생각하자. [중앙포토]

 
간이 나빠져서 배가 나오는 것이 바로 지방간이다. 먹는 것은 에너지를 쓰기 위해서인데, 만약 에너지가 남게 되면 몸에서는 가급적 비축해 두려고 한다. 먹을 것이 부족한 비상시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비축하는 형태는 지방으로 바뀌어서 된다. 지방이 에너지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몸의 겉면의 지방을 피하지방이라 한다. 피하지방이 쌓이면 피둥피둥한 살이 되어 겉모습이 나빠진다. 그런데, 비축한 에너지가 쌓이는 곳은 내장 사이의 지방이다.
 
그중에서 가장 쉽게 쌓이는 부분이 간 주변이다. 이것을 지방간이라 한다. 초음파로 복부를 쳐다보면 간 위에 하얗게 구름처럼 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지방간이 생기면 배가 잘 들어가지 않고 옆구리 살이 찐다. 피하지방이 끼어 있는 뱃살인지, 지방간 탓에 생긴 뱃살인지를 구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누웠을 때 배가 옆으로 퍼지면 피하지방 위주이고, 누워도 배가 볼록 나온다면 내장지방 탓이 크다. 옆구리 살이 찌는 것도 내장지방이 쌓이는 증거다. 허리 사이즈가 1cm 늘어날 때마다 수명도 1년씩 단축된다 생각하자.
 
정확한 수치를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서 검사상 수치를 제공해 드린다. 남자의 허리둘레가 90cm 이상, 여자는 80cm 이상이고, 혈압이 130/80mmhg 이상이며, 공복혈당이 110mg/dl 이상, 중성지방 150mg/dl 이상, 고밀도 콜레스테롤 HDL이 남자 40mg/dl 이하거나 여자 50mg/dl 이하일 때다. 위의 기준에 대부분 들어 있다면 내장비만으로 인한 대사증후군으로 진단 내린다.
 
대사 증후군은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혈관에 생긴 만성 염증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아프지도 않고 딱히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장지방은 연소되지 않은 기가 남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불태워 소모해야 한다. 숨차고 땀을 흘려야 내장지방이 태워진다. 근육이 뜨거워지면 피하지방을 태우듯, 몸 내부가 뜨거워져야 내장지방이 없어진다. 내장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우는 것은 운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운동이 필요한 이유다. 50대의 간 건강을 위해서 40대부터 미리 운동을 챙기자.
 
다음으로 60대에는 심의 기운이 약해진다. 20대에는 심장이 두근거리면 사랑이 일었고, 30대에는 열정이 솟구쳤는데, 이제 심장이 두근거리면 몸에 문제가 생긴건가? 하고 의심하게 된다. 심(장)은 마음을 담는 장기다. 해부학적인 역할로만 본다면 혈액을 펌프질하는 중추이지만, 심(장)에서 마음을 조절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의를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간, 심, 비, 폐, 신 다섯 장과 담, 소장, 위, 대장, 방광 다섯 부가 해부학적인 모양 외에도 그 장기를 구성하는 기운의 집합 때문에 기능적인 특징을 가진다.
 
대사증후군은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혈관에 생긴 염증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진 pixabay]

대사증후군은 몸에 만성 염증을 일으킨다. 혈관에 생긴 염증은 심장병, 뇌졸중, 당뇨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진 pixabay]

 
이들 장기의 이름은 해부학적인 기관을 포함하며, 각 장기에 연결된 몸의 총체적인 시스템과 감정, 생각 등까지 연결한 이름이다. 한의학 장기의 이름은 이처럼 기운으로 이루어진 몸 전체의 (whole body) 시스템적인 사고 안에서 의미를 가진다. 심은 좌심방 좌심실 같은 심장이라는 해부학 용어 외에, 북두칠성을 향해 간절히 기원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 상태까지 포함하는 용어다. 따라서, 심의 기운이 약해지면 감정 조절이 잘 안 된다. 생각이 많아지고 고민을 하게 되니 근심과 걱정이 많아진다.
 
전반적인 기운의 위치는 가슴팍 부위까지 올라온다. 다리와 허리는 점점 기력을 잃어 힘도 빠지고 자주 통증을 느낀다. 걷기가 싫고 눕는 것이 더 편하다. 가만히 누워 있어야 생각이 정리되고 심의 기운도 안정된다. 심이 약해지면서 여기저기 몸의 신호로 혈액순환이 안 되는 것을 느낀다. 호흡도 가슴팍으로만 하게 되고 심호흡을 해야 겨우 폐에 산소가 가득 차는 느낌이다.
 
70대면 비기가 약해진다. 비는 소화기를 대표하는 장기다. 한의학 장기를 해부학 장기와 일치시켜 설명하고 싶은 마음에 비를 췌장과 연결을 하려 하는데 일부만 맞다. 위에 음식물이 담기면 이를 소화시키는 모든 기관을 비라고 통칭한다. 장기라기보다는 소화효소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위산, 담즙, 췌장액, 이자액 등 소화에 도움을 주는 효소와 소화관 연동운동 및 소화점막 안쪽의 영양소 흡수 대사 전체를 비라고 봐야 한다. 동의보감에서 비를 설명하는 그림은 위장을 감싸고 있는 말발굽 모양의 형태로 나타나 있다. 위에 음식이 담기면 위장 주머니를 주물러서 소화시켜주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때는 소화력이 약해져서 음식을 조심해서 먹어야 한다. 음식의 질도 중요하고 양도 중요하다. 양을 줄여서 소식하는 것이 좋다.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되어 남는 찌꺼기가 많아져 독소가 된다. 소화가 더디게 되니까 영양소 공급이 잘 안 된다. 영양공급이 잘 되면 소위 때깔이 고와진다. 비가 약해지니 영양부족으로 근육의 힘도 줄어들고 안색이 안 좋아지며 피부가 거칠어진다.
 
 
80대에는 폐기가 약해진다. 호흡도 약하고 가늘다. 요즘은 80대까지 사는 분들이 많지만 옛날에는 영양도 부족하고 위생이라든지 여러 이유로 80이면 굉장한 고령이었다. 이제 기가 거의 목 아래까지만 다다른다. 연로한 노인분들의 숨이 쌕쌕거리면서 가슴팍이 들썩이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폐의 기능적인 역할은 혼백을 저장하는 것이다. 혼백은 뇌의 활동, 기억력 같은 것을 의미한다. 뇌 기능이 나빠지고 기억력이 상당히 안 좋아지며 극단적인 경우에 치매가 오기도 한다. 했던 말을 하고 또 하고, 헛소리도 곧잘 한다.
 
이때는 한 번 아프면 몸에 받는 충격이 매우 크다. 기가 강하면 외부의 나쁜 기운에 맞서겠지만, 이제 기가 약해졌기 때문에 조금만 다치거나 감기만 들어도 기운이 한풀 푹 꺾이고 만다. 연로한 분들이 살짝 넘어진 충격에도 고관절이 부러져서 큰 위험을 맞는다든지, 가벼운 수술 후에도 회복이 더디게 되어서 한참을 고생한다.
 
90대에는 신기가 말라 들어간다. 신기운은 우리 몸을 처음 생성하게 한 근원적인 기운이다. 이 기운이 약해진다는 말은 생명의 기운이 꺼져간다는 뜻이다. 기운은 목에 다다르고 숨이 깔딱깔딱한다. 오장육부의 기능이 쇠약해지고, 몸의 형체 또한 허약하다. 경맥을 오가는 기운의 흐름이 약하면서 느리기 때문에 피부의 때깔도 나쁘다. 고목에 나무둥걸이 생기고 껍질이 떨어져 나가듯, 사람도 검버섯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진다. 100세가 되면 기가 목에서 위로 달아나면서 숨이 끊긴다. 그래서 목숨이라고 하나 보다.
 
동의보감에서 사람의 기가 차고 사라지는 것에 대한 조문은 동의보감의 가장 처음인 신형편에 나온다. 황제내경 영추라는 텍스트에서 황제와 그의 어의 기백이 나눈 대화를 인용했다.
 

황제가 사람의 기가 성하다 쇠약해지는 것은 어떤 것인가 하고 물었다. 기백이 대답하기를, 사람이 나서 10세가 되면 오장이 비로소 안정되어 혈기가 통하기 시작하지만 진기가 아직 아래에 있으므로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20세가 되면 혈기가 왕성해지고 근육이 고르게 자라기 때문에 뛰기를 좋아합니다. 30세가 되면 오장이 더욱 안정되고 근육이 견고해지며, 혈맥이 왕성하고 충만하기 때문에 걷기를 좋아합니다. 40세가 되면 오장육부와 십이경맥이 모두 크게 왕성해졌다가 평온하게 안정되고, 살갗이 성글어지고 안색이 점점 나빠지며, 수염과 머리털이 점차 하얗게 변하고, 기혈이 평온하면서 가득하면서 요동치지 않기 때문에 앉아 있기를 좋아합니다.

50세가 되면 간기가 점점 쇠약해지고, 간엽이 얇아지기 시작하며 답즘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시력이 떨어져 밝게 보이지 않습니다. 60세가 되면 심기가 쇠약해지기 시작하고, 근심과 슬픔이 많으며 혈기의 운행이 느려지기 때문에 누워 있기를 좋아합니다. 70세가 되면 비기가 허약해지기 때문에 피부가 마르고 거칠어집니다. 80세가 되면 폐기가 쇠약해져서 넋을 잃기 쉬워 헛소리를 잘합니다. 90세가 되면 신기가 마르고 나머지 장들의 경맥도 덩달아 허해집니다. 100세가 되면 오장이 모두 허약하게 되고 이에 따라 신기가 없어지며, 형체만 남게 되므로 죽게 되는 것입니다. 라고 하였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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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환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필진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 동의보감을 연구하는 한의사다. 한국 최고의 의학서로 손꼽히는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제시하는 노년의 질환에 대비하는 방안을 질환별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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