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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찬성만 있고 대리서명 의혹···수상한 웅동학원 이사회

중앙일보 2019.08.26 05:01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모친 박정숙(81)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웅동학원 이사회 운영이 주먹구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회의록에 앞뒤 맞지 않는 날짜 기재는 물론 신규 임용 교사 이름이 잘못되고, 참석 이사의 서명 필체가 회의마다 다른 경우가 확인되는 등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회의에 상정된 안건의 의결 과정도 회의 때마다 똑같이 반복되고, 찬성만 있을 뿐 반대 의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2012년 1월~2019년 7월 회의록 49건 전수조사
날짜·이름 오기에 참석자 대리 서명 의혹도
반대없이, 안건상정→사안 설명→재청·삼청 판박이
조국 측 "후보자 직접 연관없고, 사실확인 어렵다"

중앙일보는 웅동학원 이사회 제370회(2012년 1월 31일)부터 제419회(올해 7월 8일) 회의록 49건을 입수해 조사했다.  
 
2017년 2월 9일 열린 제403회 이사회에선 사회과 교사 신규 채용 건이 논의됐다. 박 이사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행정실장은 “2017년 1월 서류접수, 1·2차 필기시험과 수업 실기, 면접시험을 거쳐 집계한 결과 A씨가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 이사가 “이사장님과 교장·교감께서 직접 수업 실기와 면접을 보셨다고 하니 최종적으로 점수가 가장 높은 A씨를 임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동의를 표했다. 이어 이사 두 명이 잇따라 재청·삼청을 하고, 다른 이사들도 “이의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만장일치 의결이 이뤄졌다.
2017년 2월 9일 열린 제403회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에서 사회과 정교사 채용 안건 논의를 하면서 이름이 잘못 표기됐다. 잘못 표기된 이름은 2016년 채용된 사회과 정교사였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2017년 2월 9일 열린 제403회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에서 사회과 정교사 채용 안건 논의를 하면서 이름이 잘못 표기됐다. 잘못 표기된 이름은 2016년 채용된 사회과 정교사였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그런데 이날 회의록엔 박 이사장이 “첫 번째 안건인 사회과 정교사에 B씨가 임용됐음을 선포한다”고 돼 있다. 회의 내내 A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느닷없이 다른 사람을 부르며 임용을 선포한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B씨는 앞서 2016년 1월 26일 사회과에 임명된 교사다. A씨 임용 건을 다루면서 1년 전 회의록을 복사해 붙여넣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2014년 2월 27일 열린 제384회 체육과 신규교사 채용 건 때는 “1차 필기시험을 2014년 2월 11일 실시했다”고 한 뒤 “3배수로 뽑은 합격자들이 2012년 2월 13일 실기시험과 면접시험을 치렀다”며 연도를 오기하기도 했다.
 
회의 참석 이사의 서명 필체가 다른 경우도 보인다. 2017년 12월 19일 제407회 이사회와 2018년 11월 8일 제414회 이사회에 모두 참석한 한 이사의 두 서명은 한눈에 보기에도 필체가 달랐다. 회의록 대리 서명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가 회의록 맨 뒷면에 한 서명 필체 비교. 같은 사람이지만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한 이사가 회의록 맨 뒷면에 한 서명 필체 비교. 같은 사람이지만 필체가 확연히 다르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7년여 동안 안건은 한 번도 부결된 적 없이 모두 통과됐다. 의결 과정을 보면 박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새 안건을 행정실장 등에게 설명토록 한 뒤 한 명의 이사가 의견을 내면 다른 두 명의 이사가 재청·삼청을 해 이의 없다고 의결하는 식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이 이사회에서 거론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2013년 5월 13일 제379회 회의에서 웅동학원의 부채 정리를 위한 법인수익용 자산 매도 관련 안건을 논의하면서 이사장에게 전권 위임을 한 뒤 이후 이에 대한 언급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박 이사장은 “지난 2010년 3월 12일 제358회 이사회에서 수익용 기본재산 매도에 관한 처리건을 이사님들의 만장일치로 저에게 전권을 위임하신 바 있다”며 “주무관청이 진해교육청에서 도 교육청으로 바뀌고 제반 사항에 변경이 있어 다시 본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의견을 내주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한 이사가 “전적으로 위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고 하고, 나머지 참석자들도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답해 그대로 전권 위임이 의결됐다. 이후 다른 이사회 회의록에서는 이 매도건 관련 내용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웅동학원 이사를 지낸 인사는 “교사임용 등 일반적인 것만 이사회에 올렸다. 금전적인 문제가 있어도 대부분 논의 안 하거나 논의해도 회의록에는 안 썼다”고 말했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전반에 걸쳐 확인되는 의결 과정. 박정숙 이사장의 안건 상정과 한 이사의 의견 개진, 나머지 이사들의 재청·삼청이 정해진 순서처럼 등장했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전반에 걸쳐 확인되는 의결 과정. 박정숙 이사장의 안건 상정과 한 이사의 의견 개진, 나머지 이사들의 재청·삼청이 정해진 순서처럼 등장했다. [웅동학원 이사회 회의록 캡쳐]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조 후보자가 이사로 재직하던 당시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이 없고 사실 확인을 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웅동학원은 조 후보자 부친인 고(故) 조변현씨가 1985년 인수했다. 조 후보자 어머니는 2010년 이사장직에 올랐다. 조 후보는 1999~2009년 이사를 지냈다. 조 후보자의 부인 정모(57)씨는 현재 이사다. 
 
한편 조 후보자는 지난 23일 “웅동학원의 이사장이신 어머니가 이사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비롯해 제 가족 모두는 웅동학원과 관련된 일체의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고 제게 밝혀왔다”며 “향후 웅동학원은 개인이 아닌 국가나 공익재단에서 운영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이사회 개최 등 필요한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황선윤·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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