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①마감시한 이틀 앞서 결정, 왜?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것은 목요일이었던 22일로, 마감 시한인 24일보다 이틀 앞선 날이었다. 그간 청와대가 강조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일본과 대화 또는 거래를 해볼 수 있는 이틀을 그냥 지워버린 것이다. 한·일 관계의 가장 중요한 전기로 꼽혀왔던 광복절 즈음해 경축사 내용을 일본에 미리 알려주는 '성의'를 보였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고맙다는 언급조차 없었다”(국가안보실 김현종 2차장)고 한 데서 보듯, 청와대는 이틀 후에도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때마침 22일은 정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정황에 따른 추측으로, 청와대는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국에 대한 여론 악화를 덮기 위한 것으로, 이틀이나 앞당겨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한 것만 봐도 의심이 가능하다”(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주장이 나온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그렇게 연결하는 것은 굉장히 유감이다. 갖다 붙이기밖에 안 된다”고 밝혔다.
②‘종료’ 결정은 언제?
22일 전까지 여권의 분위기는 지소미아 연장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지소미아를 끝낼 경우, 대일(對日) 관계는 차치하고서라도 공개적으로 연장을 희망해온 미국에 부정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연장을 토대로 정보 교류를 제한하는 등의 대안도 활발히 논의됐다. 그러나 결정 당일 NSC 회의를 앞두고 이런 기류가 변했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직전에 NSC에 참석하는 한 인사와 통화했는데, ‘흐름이란 게 없다. 회의해 봐야 안다’더라”고 전했다. 당시 중국 출장 중이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NSC 종료 흐름을 잘 몰랐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③일부 ‘매파’가 논의 주도했나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과정이야 어쨌든 지소미아 종료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당장 해법이 보이지 않는 대일관계는 논외로 하더라도, 미국과의 관계 복원 작업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미 미국은 이례적으로 한국 정부를 향해 그간 잘 쓰지 않던 표현인 ‘문재인 정부(Moon Administration)’라고 지칭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낸 상태다. 김현종 2차장은 미국의 노골적인 반발이 이어진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의 동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어떻게 업그레이드할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장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가 문재인 정부 앞에 놓여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