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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정부 ‘반쪽 통계’만 내세워 자화자찬

중앙일보 2019.08.26 00:05 종합 18면 지면보기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22일 낮 12시. 통계청이 2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발표하자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일제히 ‘상·하위 소득 격차 역대 최악’ ‘소득 양극화 다시 최악’ ‘혈세 쏟아부어도 빈부 격차 심화’ ‘하위 20% 가구 소득만 제자리걸음’이란 제목의 뉴스를 냈다. 거의 모든 언론이 “빈부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로 벌어졌다”며 소득 양극화를 우려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정부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정부’ 블로그엔 “가계 실질소득 5년 만에 최고 증가”란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최하위 1분위 소득도 소폭 증가로 전환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앞서 오후 2시쯤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에서 별도 자료를 내고 “가계소득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정부 설명만 놓고 보면 이번 통계 결과는 전체 가구는 물론 저소득층 소득도 늘어나고, 소득 양극화는 잠잠해진 ‘최고’의 성과다. 언론의 해석과 정반대로 읽혔다.
 
이쯤 되면 헛갈린다. “세상에 세 종류 거짓말이 있다. 그럴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벤저민 디즈데일리 전 영국 수상)”란 말이 떠오른다. 통계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구체적으로 전체 가구(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이 470만4000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었다.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은 123만5500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다만 지난해 1분기부터 5분기 연속 이어진 감소세는 멈췄다. 정부가 블로그에서 정책 효과를 홍보한 근거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성과다. 먼저 1분위 근로소득(임금)이 15.3% 줄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둔화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1분위 소득 감소 폭을 줄인 건 공적연금·기초연금 같은 ‘이전소득’이었다. 이전소득은 전년 대비 9.7% 늘어난 65만2100원으로 1분위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했다. 쉽게 말해 스스로 잡은 물고기(근로소득)가 아니라 나라에서 잡아준 물고기(이전소득) 덕분에 간신히 허기를 면한 셈이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으로 따지면 저소득층 삶은 더 팍팍해졌다. 세금·이자비용 같은 ‘비소비지출’을 제하고 실제 손에 쥔 소득(처분가능소득)은 104만9400원으로 1년 전보다 1.3% 줄었다.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감소세다.
 
특히 소득 불평등을 가늠하는 지표인 ‘5분위 배율’이 5.3배다. 2008년 금융위기(5.24배)를 뛰어넘는 역대 최악 수준이다.  2015년 4.19배에서 2016년 4.51배→2017년 4.73배→ 2018년 5.23배→2019년 5.3배로 오름세다. 소득주도성장특위는 증가 폭이 줄었다는 이유로 “양극화 현상이 뚜렷이 완화됐다”고 진단했다. 정부 입맛에 맞는 통계만 보겠다는 의지가 묻어났다.
 
“가계 살림이 나아졌다”는 정부 해석에 수긍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낯뜨거운 자화자찬’이란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2분기 가계 실질소득 5년 만에 최고 증가”란 제목엔 “빈부 격차도 역대 최고”, “1분위 소득도 소폭 증가 전환”이란 설명엔 “세금 덕분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줄었다”는 반성을 덧붙여야 맞다.  정부가 악화하는 지표는 눈감고 일부 유리한 지표만 취사선택해 홍보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통계를 있는 그대로 알릴 자신감마저 잃었는지 묻고 싶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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