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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태의 퍼스펙티브] 편의점의 미래, 인구 변동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

중앙일보 2019.08.26 00:05 종합 26면 지면보기

편의점 인구학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1989년 우리나라에 처음 편의점이 문을 연 이후 편의점은 말 그대로 궁극의 성장을 해왔다. 그저 구멍가게 정도로만 생각되어 왔던 편의점이 이제 대형마트를 넘어 오프라인 유통의 최대 강자로 떠올랐다는 보도도 얼마 전 있었다. 편의점 산업의 성장과 전망을 인구 변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10년 내 20대 인구 200만 줄고
40대 미혼 가구 두 배 이상 늘어
편의점이 새 매체로 도약하려면
인구 변동에 맞는 편의 제공해야

과거 동네 유통의 중심은 구멍가게였다. 산업화와 함께 동네 공동체가 사라지면서 구멍가게가 빠르게 편의점으로 바뀌어 왔다. 정주 인구보다 이동 인구가 많은 곳은 동네가 형성되기 어렵다. 시내 중심가 혹은 대학가가 그렇다. 1990년대 중후반 이런 곳을 중심으로 편의점이 하나둘 늘어났다. 이때부터 혼인 연령도 늦어지고 대도시에 20대 미혼 젊은이의 수가 급증했다. 편의점이 성장하기에 충분한 조건들이 형성되었다.
 
2000년대는 대형마트의 중흥기였다. 1차 베이비부머들(55~64년생)이 40대가 되어 1~2명의 자녀를 두었고 부부가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구의 크기가 더 큰 2차 베이비부머(65~74년생)는 30대가 되었고 이들이 선호하는 거주지는 단독주택에서 아파트로 완전히 바뀌었다. 아직은 자녀들이 어려 집밥이 필요한데 장 보러 갈 시간은 주말밖에 없다. 1주일 치 필요한 식료품과 생필품을 사 오려면 차를 가지고 가야 한다. 주차도 편하고, 외식도 할 수 있고, 장도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대형마트가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구멍가게에서 편의점으로
 
그런데 대형마트의 성장이 편의점의 성장을 막지는 않았다. 상권이 달랐다. 아무리 대형마트에서 장을 봐도 어린이들은 과자나 아이스크림과 같은 먹거리를 바로바로 사야만 했다. 담배나 술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 골목 가게는 사라진 지 오래다. 1990년대 시내나 대학가에서 늘어났던 편의점이 주택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택가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은 취급하는 품목이 마치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구멍가게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편의점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구멍가게 주인이 물건 진열부터 판매, 재고 관리까지 다 했던 것과 달리 편의점은 모든 과정이 유통업체에 의해 관리되었다. 특히 판매는 아르바이트 직원 즉 알바생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고객과의 친밀한 관계가 형성될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도시 중심가는 물론이고 구멍가게가 사라진 주택가에서 편의점은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 갔다.
  
편의점 급성장의 배경
 
2010년대 들어 전국의 편의점 산업은 급성장한다. 이 시기 편의점이 급성장하게 된 배경으로 다음 세 가지 인구 변동 요인이 중요했다. 먼저 지방 도시의 변화다. 2000년 중반 이후 전국의 거의 모든 지방 중소 도시에서도 아파트가 주된 주거 형태로 떠올랐다. 동네가 사라지고 구멍가게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 둘째, 값싼 노동력의 공급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 진학률이 80%가 되면서 대학생이 넘쳐났다. 갑자기 대졸자도 늘어나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졸업을 유예하고 알바생이 된 대학생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당시 최저임금도 매우 낮았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셋째, 사회가 점차 1인 체제로 바뀌기 시작했다. 1인 체제는 혼자 살거나 미혼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소비의 중심에 등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미혼이면서 혼자 사는 20~50대 가구는 약 330만 가구가 되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통계다. 2006년만 해도 자녀가 2명 있는 30~40대가 가장인 4인 가구가 330만 가구였다. 사회가 1인 체제로 바뀌면 유통 시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한 번에 소비하는 양이 줄어드니 온라인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바로바로 필요한 물건을 공급받기에는 거주지 주변에서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만 한 곳이 없다.
 
편의점의 수가 계속 증가하다 보니 이제는 공급이 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편의점 공급이 과하다는 말을 하려면 현재 있는 편의점의 매출이 줄어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여 적자를 면치 못해야 한다. 편의점 영업이익은 2017년 말보다 2018년 초 줄어들었다는 증권가의 보고가 있었다. 그런데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 매출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준다는 것은 시장이 작아지기보다는 이윤을 낮추는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동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외부 요인은 바로 높아진 최저임금이었다. 결국 편의점의 시장이 포화하였다고 볼 근거가 없다.
  
편의점 성장 멈추는가
 
인구 변동을 고려해 보면 오히려 편의점 시장은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 확실하다. 편의점의 주된 고객들은 10대~30대 인구다. 앞으로 10년 동안 이들은 20대~40대가 된다. 나이가 10살 더 들면 편의점에 오지 않을까? 만일 과거처럼 40대의 거의 모든 사람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1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보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면 편의점 시장은 작아질 것이다. 하지만 사회가 1인 체제로 매우 빠르게 바뀌어 가고 있고 앞으로 그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게다가 1인 체제는 지금의 40대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10년 뒤 이들이 50대가 되면 편의점 시장에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고객들이 생기는 거다. 새로이 10대들이 편의점 시장에 편입된다(물론 지금의 10대보다 인구의 수가 작지만). 이처럼 편의점 고객의 수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매년 거의 85만 명에 달하는 인구가 은퇴 연령에 들어간다. 국민연금과 쌓아둔 자금에만 의존하기에 노후가 불안한 이들이 새로운 경제 활동을 준비할 때 편의점은 고려할 만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시장만이 아니라 잠재 공급자도 충분하다.
  
세 가지 복병
 
그럼 편의점 산업은 무조건 성장할까? 인구 변동을 고려할 때, 최소한 세 가지 복병이 있다. 첫째, 알바생 고용 환경의 변화다. 앞으로 최저임금 상승뿐만 아니라 2002년부터 시작된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곧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인구가 급감하여 알바생을 찾는 일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둘째, 편의점 기본 기능을 대체할 매체의 등장이다. 편의점은 말 그대로 고객의 편의를 증진했고, 이 시대의 편의란 ‘즉시 편리하게 구매하기’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하고 새벽에도 배송이 되면서 편의의 기능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셋째, 지방 중소도시 청년 인구의 급감이다. 최근 전국의 청년들이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더 심화하고 있다. 편의점의 주된 고객이 청년 인구인데 청년 인구의 감소는 지방 편의점에 어려움을 더할 것이다.
  
편의의 새로운 개념 필요
 
시장도 공급자도 커질 것이 정해져 있는 편의점 산업이 복병을 극복하고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편의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편의점은 구멍가게를 대체하는 기능이 더 컸다. 빠른 인구 변동으로 편의점의 소비자도, 공급자도 변화할 것이 분명한 유통 시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편의의 내용과 기능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만 편의점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20대 인구가 생각하는 편의와 40대에서 1인 가구를 유지하는 사람들에게 필요로 하는 편의가 다를 수 있다.
 
앞으로 10년간 20대 인구는 200만 명이 줄어들 것이 이미 정해져 있다. 반면 2025년 미혼의 40대는 170만 명에 달해 지난해(70여만 명)의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소비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는 유통의 사슬만큼 인구 변동에 민감한 것이 없다. 편의점이 구멍가게의 운명이 될지,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지는 변화하는 인구에 얼마만큼 적합한 편의 기능을 제공할지 여부에 달려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리셋 코리아 보건복지분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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