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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일조량 적은 가을···여성은 정수리, 남성은 이마 허전

중앙일보 2019.08.26 00:02 건강한 당신 1면 지면보기

남녀유별 탈모 양상 

고대 로마 시대 장군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강력한 남성성을 지닌 역사적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 강인했던 그도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이 있었다. 자꾸 빠지는 ‘머리카락’이었다. 당시에도 풍성한 머리는 외모의 중요한 조건이었는데, 탈모가 진행되다 보니 상당히 괴로워했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탈모 방지를 위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온갖 민간요법을 다 썼다. 동물의 분비물과 여러 약초를 섞어 머리에 발랐다는 기록도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별 소용이 없었고, 결국 뒷머리를 길러 머리 위로 틀어 올린 뒤 월계관을 써서 대머리를 가리고 다녔다.
 

남녀 탈모 주원인은 유전적 요인
남성호르몬, 모발 생성 가로막아
두피 염증·각질은 별 영향 안 줘

 

햇빛 덜 쬐면 테스토스테론 분비량 증가 

수천 년 전부터 시작된 인류의 탈모 고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남성에서 탈모가 일어나는 원인은 95% 이상이 유전적 요인 때문이다. 머리카락이 심어진 모낭에는 ‘5-알파환원 효소’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런데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이 효소와 만나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라는 물질로 바뀐다. 이 물질이 모낭을 위축시키고 모발을 가늘게 하면서 결국엔 모발이 나지 않게 한다. 
 
탈모 유전 인자가 있는 사람은 이 효소의 양이 다른 사람보다 많다. 가을철에는 일조량이 감소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늘기 시작해 탈모가 좀 더 진행될 수 있다. 여성 탈모는 어떨까.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심우영 교수는 “여성 탈모의 원인도 90% 이상이 유전 인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보다 탈모 비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의 체내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적기 때문이다.
 
남녀 탈모의 주된 원인은 같지만 양상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남성은 이마 부분이 ‘M’자로 변하면서 이마 위쪽 모발 수가 줄고 정수리 부분 모발도 줄어든다. 여성은 좀 다르다. 앞쪽 모발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정수리 부분만 숱이 적어진다. 남성은 앞머리와 정수리 부분 둘 다 5알파 환원 효소가 존재하지만, 여성은 정수리 쪽에만 분포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은 테스토스테론 분비량이 남성보다 적어서 머리카락이 완전히 없어지는 ‘민머리’ 형태의 탈모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탈모 대부분이 환원 효소가 상대적으로 많은 유전적 요인 때문에 생기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면역체계 이상이다. 면역 체계가 모발을 자기 조직이 아닌 이물질이라고 생각하고 공격하는 것이다. 면역 체계 이상에 의한 탈모는 일반 탈모와 양상이 다르다. 흔히 말하는 원형탈모(두피 몇 군데에서 집중적으로 모발이 탈락함)가 면역 체계 이상에 의한 탈모다. 심 교수는 “류머티즘이나 루푸스처럼 유전적 요인이 강하며, 스트레스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질환을 일으키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영유아들에게도 꽤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질환에 의해 탈모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난소에 종양이 있으면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탈모가 생긴다. 철분 부족이나 갑상샘기능항진증이 생겨도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와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 출산 시에도 탈모가 일어난다. 고대안산병원 피부과 유화정 교수는 “여성의 몸은 출산 시 아이를 낳는 데 힘을 집중하기 위해 출산과 상관없는 두피의 모낭 쪽으로는 혈액과 영양 성분을 덜 보낸다”고 설명했다. 출산 후 산모의 머리가 많이 빠지는 이유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새 머리카락이 나와 1년 안에 회복된다.
 
 

스트레스보다 다이어트가 두발 직격탄 

다이어트도 중요한 요인이다. 우리 몸의 모발이 10만 개 정도인데, 각각 매일 약 0.3㎜씩 자라므로 하루에 자라는 모발의 총 길이는 30m에 이른다. 유 교수는 “그만큼 영양분이 많이 필요한데, 심한 다이어트를 하면 영양 공급 부족으로 탈모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피에 염증이나 각질이 많으면 머리가 잘 빠질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꼭 그렇진 않다. 심 교수는 “두피에서 고름이 나올 정도로 심한 염증이 생겼을 때는 당연히 모낭이 망가져 모발이 탈락하지만 염증이나 각질이 좀 있는 정도로는 모발 탈락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각질이 많은 상태서 모발이 탈락한다면 5알파 환원 효소에 의해 원래 탈락하게 돼 있는 모발이 시기가 돼 빠지는 것일 뿐이다.
 
스트레스는 탈모에 영향을 미칠까. 유 교수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모근에 혈류 공급이 줄어들고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바로 탈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모발이 휴지기 상태로 들어서는데, 성장기에서 휴지기 상태로 전환되는 과정이 3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현재 모발이 유난히 많이 빠진다면 3개월 전쯤 있었던 큰 스트레스의 영향”이라며 “이런 경우 현재 스트레스 요인이 없다면 3~6개월 후에 모발이 다시 정상화되므로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Tip 탈모 체크리스트
□ 이전보다 이마가 넓어졌다.
□ 정수리 부위 머리카락이 두드러지게 가늘어졌다.
□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100개 이상이다.
□ 50~100개 정도의 모발을 한꺼번에 당겼을 때 3개 이상 빠진다.
□ 가르마를 탔을 때 빈 곳이 점점 넓어진다.
□ 조상이나 가족 중 탈모 증상이 있었던 사람이 있다.
 
*3개 이상에 해당하고 증상이 3개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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