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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간 공원으로 땅 묶어놓고, 이제와서…" 화병 난 분당 70대 주민

중앙일보 2019.08.25 08:00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한 야산. 수십년전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땅을 사지 않고 도시공원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세웠다. 김민욱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이매동의 한 야산. 수십년전 도시공원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왔다. 하지만 성남시는 이 땅을 사지 않고 도시공원에서 제외하는 계획을 세웠다. 김민욱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구모(70)씨는 수년 전 앓은 화병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분당 매지봉 기슭과 맞닿은 이매동 야산의 일부 소유주다. 공동명의로 면적은 3만2100㎡쯤 된다. 구씨 땅은 지난 1972년 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며 지정한 ‘이매 도시공원’(119만3900㎡) 부지 안에 포함돼 있다.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면 구씨 측은 건설부 지정 이후인 1988년부터 조금씩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도시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땅의 용도는 목장이었다. 전 토지주는 소를 키웠다고 한다. 그 역시 이곳에서 흑염소 150마리 규모의 목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1992년 경기도의 공원조성계획이 결정된 뒤부터 목장운영이 쉽지 않았다. 건축허가 등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2008년부터 토지주 대 성남시 갈등  
구씨와 성남시 간 본격적인 갈등은 2008년부터 시작됐다. 구씨는 자신의 땅인 공원부지를 사든가 아니면 개발할 수 있도록 공원에서 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본래 땅 용도인 목장용지로 사용하지 못하다 보니 세무당국에서 과도한 세금을 부과한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성남시는 ‘예산부족’과 ‘환경훼손’을 우려로 둘 다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매동처럼 과거에 지정된 도시공원은 2020년 6월 30일 이후부터 ‘일몰제’가 적용된다. 일몰제는 지자체가 도시·군 계획 시설상 공원으로 결정한 부지를 20년 동안 집행하지 않으면 그 효력을 잃는 제도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도입됐다. 성남시는 구씨에게 이를 근거로 일몰제가 해제되기 전까지 사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매동 공원부지 일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o.co.kr

이매동 공원부지 일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o.co.kr

 

과거 성남시 "단계적 매입추진" 밝혀 

실제 2010년 이뤄진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 작성 문건을 보면, 성남시는 “2020년 6월 30일까지 청구인(구씨)의 토지를 포함한 토지에 대해서 재정여건과 예산확보를 검토해 중장기·단계적으로 토지매입과 공원조성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구씨는 경기도 행심위에 성남시가 땅을 사야 한다고 주장한 상태다.
 
성남시는 또 행정심판 과정에서 구씨가 목장용지를 별다른 행위제한 없이 용도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행심위는 성남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후 구씨가 제안한 축사나 승마장 설치건 모두 시는 오·폐수 배출이나 민원제기가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게 구씨의 설명이다.
 

개발 안 되고 공원 계획서도 빠져  

문제는 이처럼 땅을 20년 넘게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해 구씨 땅이 도시공원 지정에서 아예 제외되는 방향으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현재 시내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땅을 모두 사려면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난개발이 우려되는 땅을 중심으로 우선 매입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도시공원에서 제척된 토지는 개발행위 등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하나 구씨 소유 토지는 경사도가 시 조례로 제정한 허가기준인 12도를 넘겨 상대적으로 개발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씨는 “수십년간 땅을 살 것처럼 이야기해놓고 이제 와서 사지 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시간을 끄는 사이 규제가 강화돼 이제는 개발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화병까지 얻었다고 한다.  
 도시공원 조성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도시공원 조성 계획.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 도시공원 땅 중 43.5%만 조성계획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도시공원 일몰제를 적용받는 토지는 전국적으로 363.3㎢에 달한다. 이중 43.5%(158㎢)만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까지 자체 예산과 지방채 등 총 7조3000억원을 투입해서다. 전국의 공원 부지(사유지 기준)를 모두 매입하려면 40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지자체에는 “땅을 사달라”는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규제가 풀리는 곳 중 난개발이 우려되는 지역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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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곳간’이 한정된 현실에서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지자체 관계자는 “예산문제로 땅을 사들이지 못하다 보니 땅 주인으로부터 항의란 항의는 다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원조성 자체가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공공재인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추진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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