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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차도 뛰어드는데…한국 게임산업 ‘이종교배’ 고민

중앙일보 2019.08.25 06:00 경제 2면 지면보기

'게임+○○○' 가 요즘 대세

독일 쾰른 게임스컴 전시장 포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포드 자동차가 나오는레이싱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7'을 즐기고 있다. 포드는 기록이 좋은 관람객들을 프로 e스포츠구단 포드질라 선수로 뽑을 계획이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독일 쾰른 게임스컴 전시장 포드 부스에서 관람객들이 포드 자동차가 나오는레이싱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7'을 즐기고 있다. 포드는 기록이 좋은 관람객들을 프로 e스포츠구단 포드질라 선수로 뽑을 계획이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독일 쾰른 게임스컴2019 전시장 8번 홀. 세계 최대 게임쇼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 설치된 6대의 자동차 운전석 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자신의 차례가 오면 저마다 핸들을 돌리며 가상공간의 트랙을 질주했다. 2~3분간 숨 막히는 승부가 끝나면 순위가 전광판에 표시됐다. 1등에게는 큰 환호가 쏟아졌고 4차원(D) 레이싱 게임에 도전할 특전이 주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콘솔 엑스박스,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유명한 게임사 베데스다, ‘월드오브워십’ 제작사인 워게이밍 등 쟁쟁한 게임사들 사이에 이 부스를 낸 회사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 포드다.
 

세계 3대 게임쇼 독일 게임스컴
포드 e스포츠팀 창단, 적극 협업
“자율차 시대 게임과 융합 필수”

 포드, 맥도날드, 넷플릭스, 삼성전자…. 올해로 11회째인 게임스컴 전시장에는 게임회사가 아닌데도, 대형 부스를 차린 타 산업 분야 회사들이 유난히 많았다. 세계적 흐름이 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게임이 아닌 분야 문제 해결에 게임적 사고와 과정을 적용하는 일)을 넘어서 게임 산업과 직접적 협업을 통해서다. 이번 전시를 찾은 판교테크노밸리 소재 다수의 게임 기업 관계자들은 “다른 산업과의 협업이 게임 산업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차 레이서와 e스포츠 선수간 레이싱도 구상

 가장 적극적으로 게임 산업과 협업을 진행 중인 회사는 포드다. 레이싱게임 명가 ‘턴10스튜디오’와 협업해 포드 차량이 나오는 레이싱 게임 ‘포르자 모터스포츠7’으로 부스를 꾸몄다. 개막 하루 전인 지난 19일에는 e스포츠팀 ‘포드질라’(Fordzilla) 창단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스를 찾은 관람객을 대상으로 예선을 진행한 뒤 온라인 예선 통과자와 합산해 독일 e스포츠 레이싱 대표팀을 선발할 계획이다. 이번 게임스컴을 시작으로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팀을 만든 뒤 유럽 대표팀까지 만든다.
 
 올해로 3번째 게임스컴에 참여한 포드는 원래 레이싱 대회 포뮬러1(F1), 나스카 등에 집중해왔다. 포드가 만든 차의 우수한 성능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던 중  포르자 모터스포츠 게임에서 포드 차량을 선택해 즐기는 이용자가 한 달에 100만명이 넘는다는 얘길 듣고 자연스럽게 e스포츠로 넘어왔다. 포드는 앞으로 e스포츠 선수들이 실물 자동차 레이싱 선수와 경기를 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자율주행차 시대, 게임사와 협업은 필수 

독일 쾰른 게임스컴 전시장 포드 부스에서 만난 엠마누엘 루브라니 포드 유럽 홍보담당자는 "게임사와의 협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독일 쾰른 게임스컴 전시장 포드 부스에서 만난 엠마누엘 루브라니 포드 유럽 홍보담당자는 "게임사와의 협업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그렇다면 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이렇게까지 게임 산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엠마누엘 루브라니 포드 유럽 홍보담당자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율주행차 시대에 게임과 자동차의 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우리와 소비자 간 접점을 늘려준다. 우리는 게임 이용자 반응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들의 의견을 실제 차량 디자인 등에 반영한다. 가상공간과 실제 세계의 시너지를 통해 좋은 평판을 끌어내고 새로운 산업적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게임산업과 협업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되고 있지만, 운전을 하지 않게 된 승객이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에 있어서 대표적 엔터테인먼트 산업인 게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게임전시 부스 두배로 늘린 삼성전자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설치된 삼성전자 부스. 삼성전자가 선보인 게이밍 모니터를 활용해 관람객들이 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게임스컴 부스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배 키웠다. [사진 삼성전자]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설치된 삼성전자 부스. 삼성전자가 선보인 게이밍 모니터를 활용해 관람객들이 게임을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게임스컴 부스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배 키웠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게임스컴 메인 전시장에 대형 부스(500㎡)를 차렸다. 과거 2년간엔 외곽 전시장에 소규모 부스(252㎡)를 차렸지만 이번엔 부스 규모를 두 배 키웠다. 협업 게임사도 크래프톤(배틀 그라운드), 라이엇게임즈(리그오브레전드), 블리자드(하스스톤)로 다양화했다. 
 
 2016년 출시 이후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게이밍 모니터(주사율 100㎐ 이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향후 5년간 12%씩 성장해 2023년에는 수량 기준 1000만대, 금액 기준 31억 달러(약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CRG9’, 오는 10월 출시 예정인 ‘스페이스 게이밍 모니터’, 초당 240번의 화면을 보여줄 수 있는 ‘CRG5’를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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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산업보다 7배 큰 게임산업 시장

 김형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그룹장(상무)은 "올해 세계 게임산업 규모는 1520억 달러(약 184조원)로 추정된다. 약 200억 달러(약 24조원)인 음악산업보다 7배 이상 크다. 여기에 스트리밍 기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콘텐트·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몰리면서 게이밍 모니터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지속해서 게임사와 협업을 늘려 최신 게임에 맞춘 최적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설치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게임스컴 부스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배 키웠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 설치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게임스컴 부스 규모를 지난해보다 두배 키웠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인기 드라마 등 팬덤이 많은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해 게임 산업과 협업하는 기업도 많았다. 세계 최대 인터넷 동영상(OTT·Over The Top)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 드라마를 활용해 부스를 만들었다.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에 나오는 아이스크림 가게 세트에선 아이스크림과 콜라를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고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에 나오는 주인공들 모형을 세워 놓는 식이었다. 기묘한 이야기와 내년에 방영될 ‘다크 크리스탈 에이지 오브 레지스탕스 택틱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도 체험할 수 있게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우리의 영화와 시리즈를 보다 많은 사람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게임이라는 매체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는 드라마 ‘빅뱅이론’ 주인공인 레너드와 셀던의 집 거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이벤트를 했다. 
 
넷플릭스는 인기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재현한 부스를 게임스컴 전시관에 설치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넷플릭스는 인기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재현한 부스를 게임스컴 전시관에 설치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테슬라도 전기차에 게임 탑재 

게임산업과 타 산업의 '이종교배'식 협업과 융합은 세계적 흐름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크리스 코리 엔씨웨스트(엔씨소프트 북미법인) 최고개발책임자는 “모바일 플랫폼에서 게임 콘텐트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재 회사와 브랜드들이 게임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테슬라가 ‘컵헤드(Cuphead)’라는 게임을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하는 등 게임사와 다른 산업 간 협업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가 드라마 '빅뱅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집 부스를 게임스컴에 차렸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맥도날드가 드라마 '빅뱅이론'에 나오는 주인공 집 부스를 게임스컴에 차렸다. 관람객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이 같은 세계적 흐름에 대해 아직 게임 저변이 넓지 않은 국내 게임사 관계자들은 고민이 큰 상황이다. 게임스컴에 한국관을 운영한 최승우 게임산업협회 정책국장은 “가족 단위로 게임 전시회를 찾는 등 게임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이는 유럽 지역에선 게임과 여타 산업간 이종교배가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며 "우리는 아직 게임은 어린애들이나 하는 것, 금지해야 하는 것이란 인식이 많아 협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제조업 분야 등 타 산업과 다양한 협업이 확대되려면 게임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쾰른(독일)=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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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제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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