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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5100만원 약속…건설사 ‘상한제 폭탄’

중앙일보 2019.08.25 05:35 경제 1면 지면보기
서울 반포 주공 1단지 전경. [뉴스1]

서울 반포 주공 1단지 전경. [뉴스1]

10월 투기과열지구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고분양가를 보장했던 건설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사업성이 좋을 것으로 보고 분양가를 일정액 이상 책임 보장하겠다고 했던 것이 덫이 됐다. 
 

2017년 환수제 앞두고 정비사업 봇물
건설사 간 출혈 수주 경쟁 잇따라
분양가상한제로 수천억 손실 예상
갈등 불가피, 소송 이어질 전망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면 그대로 건설사 손실이 된다. ‘승자의 독배’를 마시는 셈이다. 건설사 간에 수주 경쟁이 치열했던 격전지마다 경보가 울리고 있다.  
 
2017년 9월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주구 재건축 사업을 수주한 현대건설의 경우 당시 수주전에서 분양가를 3.3㎡당 5100만원(전용 84㎡ 기준) 보장하겠다고 제안했다. ‘일반 분양가는 조합에서 정한 최고 분양가로 결정하되 최저 분양가는 현대가 보장한다’는 공약이다. 
현대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수주를 위한 입찰제안서 캡쳐

현대건설의 반포주공1단지 수주를 위한 입찰제안서 캡쳐

그뿐만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에도 최저 일반분양가를 책임 보장하겠다’고 못 박았다. 당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3.3㎡당 4000만원 중반대로 이 일대 분양가를 규제했었다. 이 가격대로 분양하더라도 차액 손실이 수천억대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이익이나 손실을 조합과 나누는 지분제가 아니라 단순 도급제에서 분양가를 보장하는 것은 정말 파격적이면서 무리수이기도 했다”며 “2017년 가격 제안 당시 분양가상한제가 실제로 2년 뒤 도입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는 분양가 논란에 앞서 조합 간 내분으로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16일 서울행정법원이 이 단지의 관리처분계획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리면서다. 현재 조합이 이에 항소하겠다고 밝혀 10월부터의 이주 계획도 엉켰다. 분양가 보장 관련 현대건설 측은 “조합의 소송 결과를 보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에서 건설업체 임원들이 조합원들에게 큰절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년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총회에서 건설업체 임원들이 조합원들에게 큰절하고 있다. [중앙포토]

반포주공1단지 인근 흑석뉴타운 9구역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의 최대어로 뽑힌 지역으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건물을 매입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 구역의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서 롯데건설과 GS건설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친 결과 롯데건설이 승자가 됐다.  
 
건설사는 조합에 ‘흑석3구역의 일반분양가 대비 2억원을 더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흑석3구역이 8억에 분양하면 흑석9구역은 10억원에 분양하겠다는 취지다. 총 1536가구 중 일반분양 가구 수가 552가구로 가구당 2억원씩, 총 1104억원의 추가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이다. 
 
흑석3구역 조합은 올 하반기 분양을 목표로, HUG와 3.3㎡당 3200만∼3300만원 선에 분양가 협의를 진행했으나 HUG가 2000만 원대 가격을 제시해 실패했다. 이어 후분양으로 전환을 검토하다가 분양가상한제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최저 분양가 보장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대우건설이 최근 후분양한 과천주공1단지다. 2017년 2월 시공사 입찰 당시 대우ㆍ현대ㆍGS건설이 격전을 펼쳤고, 대우건설은 분양가 보장(3.3㎡당 3317만원) 조건을 내걸고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과천 아파트 평균 시세가 3.3㎡당 2000만 원대 후반일 때다. 이후 HUG의 분양 보증 거부로 후분양을 택했고, 분양가상한제 전에 3.3㎡당 3998만원에 후분양한 첫 사례가 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이 불안정하다 보니 2년 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과열된 수주전의 후폭풍”이라며 “소송으로 이어지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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