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해인이 '밥누나'보다 먼저 택한 첫 멜로 '유열의 음악앨범'

중앙일보 2019.08.24 12:00
정해인의 새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왼쪽부터 주인공 미수(김고은)와 현우. [사진 CGV아트하우스] [사진 CGV 아트하우스]

정해인의 새 멜로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왼쪽부터 주인공 미수(김고은)와 현우. [사진 CGV아트하우스] [사진 CGV 아트하우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하 밥누나) ‘봄밤’으로 TV 멜로 장인이 된 배우 정해인(31)이 처음 멜로영화 주연에 나섰다.  28일 개봉하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은 가수 유열이 동명 라디오 프로그램을 처음 방송한 그 날, 1994년 10월 1일 처음 만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의 11년에 걸쳐 엇갈린 사랑 이야기다. 첫 입맞춤의 설렘, 현우의 아픈 과거가 빛과 어둠처럼 정해인의 얼굴을 오간다. 영화는 취향이 갈리더라도, 배우로서 그의 싱그러운 존재감만큼은 인상 깊다.  
 

28일 개봉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밥누나' '봄밤' 잇는 정해인 멜로
김고은과 '도깨비' 이어 두번째 호흡
휴대폰 없던 90년대 엇갈린 사랑
"e-메일 주고받던 그 시절 애틋해"

쉼 없이 작품 하다 최근 병치레
"사랑받을수록 두려워, 자존감 다잡죠."

‘밥누나’를 먼저 촬영했지만, 출연이 먼저 결정된 것은 '유열의 음악앨범'이었다. 실제론 그가 처음 ‘선택한’ 멜로였단 얘기다. 
 

정해인, 세 번째 멜로의 목적

15일 '유열의 음악앨범' 제작보고회에서 정해인. 2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보다 더 격식을 차린 정장 차림이었다. 공식적인 만남에선 따로 스타일링을 하기보단 그런 복장이 편해서 서너 벌을 고정해두고 입는다고 그는 말했다. [뉴스1]

15일 '유열의 음악앨범' 제작보고회에서 정해인. 2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보다 더 격식을 차린 정장 차림이었다. 공식적인 만남에선 따로 스타일링을 하기보단 그런 복장이 편해서 서너 벌을 고정해두고 입는다고 그는 말했다. [뉴스1]

“아직 멜로를 안 해봤을 때라, 제 나이 때 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다해보고 싶었어요. 따뜻하고 서정적인 시나리오도 좋았죠.”    

22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가 말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하는 행위 중에 생리현상 빼곤 다 목적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늘 그 목적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정지우 감독이라 가장 끌렸다고. 그의 멜로 연출은 ‘해피 엔드’ ‘사랑니’ ‘은교’에 이어 7년 만이다.  
“최근에 연출하신 ‘침묵’ ‘4등’을 재밌게 봤는데, 이번엔 오랜만의 멜로라 애착이 각별하셨다. 또 감독님이 모든 배우에게 존칭을 쓰신다. 저는 어떤 일이든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 미팅부터 현장이 행복하겠다고 확신했다.”
 

'도깨비' 때 김고은이 해준 말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로 나선 1994년 처음 만난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미수(김고은)와 현우(정해인)는 가수 유열이 라디오 DJ로 나선 1994년 처음 만난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이전부터 정해인을 눈여겨봤다”는 정 감독은 “‘은교’에 이어 김고은과 새 멜로를 구상하던 중 두 사람이 어울리리라 예상했지만, 이 정도로 (케미가) 빛날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김고은과는 드라마 ‘도깨비’ 에서 짝사랑 상대인 야구부 부원 역으로 호흡을  맞춘 적 있는데.  
“‘도깨비’는 2회차 촬영이고 너무 잠깐이었다. (김)고은씨가 대화하기도 힘들 만큼 바쁜 촬영 일정 와중에도, 내 마지막 촬영 날 ‘언젠가 기회 된다면 다시 촬영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 한마디가 고맙고 따뜻해서 기억에 남았다. 이후 영화 ‘차이나타운’ 등 고은씨의 다른 작품도 팬으로서 지켜봤다. 이번에 캐스팅이 확정됐다는 걸 알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미수 역에 고은씨를 대입해서 더 재밌게 읽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연 김고은의 짝사랑 상대인 야구부 부원으로 출연했던 정해인. [사진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연 김고은의 짝사랑 상대인 야구부 부원으로 출연했던 정해인. [사진 tvN]

 
정해인은 “촬영할 때도 ‘쿵짝’이 잘 맞았다”면서 “서로 눈만 봐도 통하는 에너지가 있었다”고 했다. 특히 사흘간의 자취방 데이트 장면을 꼽았다. “같이 엉겨 누워서 만화책 보는 장면이 있는데, 고은씨가 만화책을 빨리 보더라고요. 전 오래 걸리는 편인데. 제 쪽에 손을 내민 게 애드리브였어요. 당연히 잡아달라는 줄 알고 잡았는데, 알고 보니 만화책 다 본 것 있으면 건네 달라는 의미였죠. 그 순간 너무 뻘쭘했지만 재밌는 기억이죠.”
 

PC통신 시절 제 메일 주소 '1004'

2005년 현우와 미수. 오랫동안 엇갈린 만남 속에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있을까. [사진 CGV아트하우스]

2005년 현우와 미수. 오랫동안 엇갈린 만남 속에 두 사람은 함께할 수 있을까. [사진 CGV아트하우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의 연애담이다. 시대 분위기엔 어떻게 젖어 들었나.  
“대본에 집중했다. 휴대폰이 생겨서 더 쉽게 연락하고 표현 방법도 많아졌지만, 그 시대도, 지금도 사랑하는 감정은 똑같다. 연락이 잘 끊기고 기다려야 해서 더 애틋하지 않았을까. 저도 초등학생 때 친구와 PC 통신 메일을 주고받은 기억이 생생하다(그는 1988년생이다). 5~6학년 때 e-메일 주소가 한창 유행하던 ‘1004’로 끝났다. 지금은 안 쓰지만. (웃음) 그때 MS도스로 컴퓨터게임도 했다. 영화에 나오는 윈도95도 기억난다.”  
 
라디오는 즐겨 듣나.  
“학창시절 자율학습시간에 몰래 이어폰 끼고 ‘심심타파’ ‘컬투쇼’를 종종 들었다. 요즘은 이동할 때 93.1FM 클래식 채널도 자주 튼다. 음악 취향이 나이보다 ‘올드한’ 편이다. 뉴에이지‧발라드를 즐겨 듣고 이문세‧김광석 노래를 제일 좋아한다.”
1994년 미수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현우. 셰프 은자(김국희) 누나가 무스로 반듯하게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이 근처 여학생 손님들에게 인기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1994년 미수네 빵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현우. 셰프 은자(김국희) 누나가 무스로 반듯하게 빗어넘긴 헤어스타일이 근처 여학생 손님들에게 인기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현우에게 어울리는 곡을 꼽는다면.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실제 촬영 때 무한 반복해서 들었다.”
 

제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죠

환하게 미소 짓는 현우. 이런 미소를 두고 극 중 미수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라고 묻는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환하게 미소 짓는 현우. 이런 미소를 두고 극 중 미수는 "어떻게 그렇게 웃어?"라고 묻는다. [사진 CGV아트하우스]

현실의 정해인을 연상시키는 대사도 재밌다. 현우에게 대놓고 “잘생겼다”고 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안 그래도 시사회 때 작가님한테 여쭤보고 싶었다. 미수와 빵집 하던 은자(김국희) 누나가 뜬금없이 자꾸 ‘잘생겼어’ 하는 대사는 촬영 때는 나도 어색했다.  살면서 외모 덕을 본 적? 굳이 예를 들면 멜로작품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그게 감사하다. 근데 나는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진 않는다.”
 
극 중 미수는 미소 짓는 현우를 보고 “어떻게 그렇게 웃어? 진심일까, 애쓰는 게 아닐까” 말한다. 실제로도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마크인데 그런 얘길 듣는다면.  
“제가 마냥 밝진 않다. 오히려 비관적인 편에 가깝다. 안 된다고 생각하고 경우의 수를 따져서 플랜A‧B‧C‧D까지 더 많이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그래도 제가 미소 짓고 웃을 땐 정말 즐거워서다. 되게 솔직한 편이어서 억지로 웃으면 얼굴이 떨린다.”
 
인간 정해인과 현우의 닮은 점은.  
“두 남자 다 유머러스한 편은 아니고, 진취적인 건 비슷하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상황을 이겨내려고 한다. 그래도 현우처럼 혼자 끙끙 앓는 타입은 아니다. 저는 가족한테 많이 의지한다. 일곱 살 터울 남동생과 둘도 없는 친구다. 아버지와 아무 말 없이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 힘이 된다. 밖에선 배우 정해인이지만 집에 가면 엄마‧아빠의 평범한 아들이란 사실만으로 충분히 위로받는다.”
 

안판석·정지우 감독 만남 주선했죠

정해인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안판석 프로듀서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상대역 손예진과 함께한 장면. [사진 JTBC]

정해인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안판석 프로듀서의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상대역 손예진과 함께한 장면. [사진 JTBC]

두 편의 멜로 ‘밥누나’ ‘봄밤’을 함께한 안판석 프로듀서의 연출 스타일과 비교하면.
“두 분이 비슷하시다. 카메라 앵글 속에 소신과 철학을 담는다는 점에서. 정 감독님도 안 감독님을 좋아하시기에 직접 만남을 주선한 적도 있다. 두 분과 LP 바에서 술 한잔하면서 너무너무 좋았다.”
 

사랑받을수록 두려워, 자존감 잡으려 애쓰죠 

2년 전 소규모로 개봉한 저예산 사극 ‘역모-반란의 시대’를 제외하면 그는 상업영화 주연은 처음이다. “이제는 지켜보는 대중이 더 많아졌다는 데 책임감을 강하게 느낀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는 ‘명함’이 없잖아요. 연기가 이상하면 안 봐주신단 걸 너무나 잘 아니까요.”

멜로 세 작품에 출연한 것에 대해 “계획한 것은 전혀 아니”라고 했다. “주어진 기회가 멜로였고 찾아주신 게 감사하죠. 제가 작품을 선택한다는 말도 낯설고 어색해요. 이전엔 무슨 작품이든 하고 싶어서 그저 간절히 바랐으니까요.”
이번 영화에서 현우는 어두운 과거로 인해 미수와 자꾸만 엇갈린다. 소줏잔을 기울이는 현우의 모습. [사진 CGV아트하우스]

이번 영화에서 현우는 어두운 과거로 인해 미수와 자꾸만 엇갈린다. 소줏잔을 기울이는 현우의 모습. [사진 CGV아트하우스]

그는 “사랑받을수록 행복하고 감사하지만 한편으론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자존감을 자주 언급하던데.  
“솔직히 많이 흔들린다. 이제 괜찮아졌지만, 얼마 전 면역력이 떨어져 크게 아팠다. 아프니까 연기도, 좋아했던 음식도, 가족도, 아무것도 안 보이더라. 제 꿈이 건강하게 오래 연기하는 것이다. 그게 어렵단 걸 너무 잘 알고 스스로에 만족하는 순간 망가지고 무너질 거란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꾸 나를 채찍질하다 보면 자존감을 잃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더 단단하게 다잡으려 애쓴다. 안 그러면 배우는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몸이 건강하고 자기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여유도 생긴다.”  
 
“코엑스에 영화 보러 가서 에이전시 분이 명함을 주셨을 때, 학교 입학했을 때, 군대에서 죽을 뻔했지만 무사히 전역했을 때, 생전 처음 텔레비전에 나왔을 때…. 모든 순간이 지금도 기적 같다”고 그는 말했다. 차기작은 마동석‧박정민과 주연한 영화 ‘시동’이다. “‘봄밤’과 동시에 촬영했는데 열아홉 살 질풍노도 시기를 연기했지만 이번 영화완 결이 많이 달라요. 내년 상반기쯤 선보이게 될 듯합니다.”

관련기사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먼지알지 런칭 이벤트
공유하기
광고 닫기

미세먼지 심한 날엔? 먼지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