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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가치 부르짖던 이타적 386 어디 갔나

중앙선데이 2019.08.24 00:20 650호 20면 지면보기

책 속으로

불평등의 세대

불평등의 세대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시민사회 대표로 정치권력 장악
위환위기 때 경제권력까지 접수
청년세대 헬조선 상황 외면
임금·연금 양보 등 받아들여야

문학과 지성사
 
대기업의 올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비율은 줄어들고 수시채용 비율은 는다고 한다. 공채 축소는 청년들의 일자리 진입이 그만큼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고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종류의 구직난 소식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 오히려 더욱 고착화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 세대 기회 축소’의 한 원인을 ‘386세대 득세’에서 찾는 책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불평등의 세대』 저자인 이철승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구축하는 데 386세대가 크게 일조했다고 분석한다. 경기 침체나 좋은 일자리의 부족, 기업들의 정규직 채용 기피 등에서 찾는 기존의 접근법과는 사뭇 다르다.
 
1960년대생으로 80년대 학번, 나이는 30대(1990년대 기준)를 뜻하는 386세대는 현재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국 사회를 쥐락펴락하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지금은 50줄에 들어선 386세대는 이전 산업화세대가 만들어 놓은 불균형 발전과 권위주의적 폭압에 맞서면서 성장했다. 20대엔 민주화운동을 주도했고 30대엔 각종 시민단체와 정당을 건설했으며 40~50대에 이르러서는 정치 및 경제 권력을 장악했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며 성장해 정치·경제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386세대가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에 일조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80년대 학생 시위 장면.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86세대는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며 성장해 정치·경제권력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이철승 서강대 교수는 『불평등의 세대』에서 386세대가 한국사회 불평등 구조에 일조했다고 지적한다. 사진은 80년대 학생 시위 장면.

386세대의 투쟁으로 민주주의는 공고화했는데 왜 우리 사회의 위계 구조는 더 잔인한 계층화와 착취의 기제들을 발달시켜왔는가. 오늘날 노동시장에서 고통받고 있는 청년세대(20대와 30대), 386 자신들의 권력 쟁취를 위해 바로 아래에서 희생한 후배세대인 40대, 권력의 사다리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당하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최대 희생자 집단인 여성과 비정규직을 386세대가 대표하지 못한다면 이들이 산업화세대의 정치권력과 무엇이 다르냐고 저자는 묻는다. 평화, 분배 정의, 통일, 격차 축소, 사람 사는 세상이란 가치를 내걸고 중하층과 소수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연대의 정치를 추구했던 386세대에게 현재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대한 책임을 묻는 저자의 논리를 살펴보자.
 
노동조합과 시민단체 같은 거대한 동원 네트워크를 구성한 것은 386세대의 권력 창출의 근간이 됐다. 시민사회의 상층 지도부는 ‘세대의 대표’로서 정치권력과 국가기구를 장악했다.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산업화세대는 추풍낙엽처럼 노동시장에서 퇴출당했고 기업의 386세대는 본의 아니게 경제 분야에서도 이들을 대체하게 됐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을 지지 추종했던 그다음 세대의 ‘전멸’이 뒤따랐다. 금융 위기 이후 상당수 기업은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았다. 386은 졸지에 아래위가 없는 조직에서 사실상 홀로 남겨진 거대한 세대의 네트워크 블록이 됐다.
 
386세대가 이미 정규직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당시 유연화된 위계 구조 도입, 하청 및 자회사 구조 확립, 파견직과 비정규직 도입은 그들이 내부자의 지위를 가장 대규모로 오래 누린 세대가 되도록 만들어 줬다. 이들은 평등의 가치를 한국 사회에 전파한 세대이지만 그 자신들은 연공제에 기반을 둔 동아시아적 위계 문화를 여전히 체내화하고 있는 마지막 수혜 세대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좀 더 오래 해 먹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는 법이다.
 
386 정치인. [중앙포토]

386 정치인. [중앙포토]

이전 시대와는 다른 메커니즘이 자신들의 삶을 옥죄고 다시 설계하고 있음을 알아챈 것은 오늘날의 20~30대다. 아랫세대가 조우한 세계는 ‘헬조선’이었다.
 
저자는 정치·경제·사회의 터줏대감이 된 386세대를 향해 세대 간 불평등 해소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연공제의 혜택을 받는 최상층 노동시장에 대한 강화된 임금피크제의 적용, 임금 상승 자제, 연공에 기반을 둔 호봉제 약화, 임금의 양보 및 공유를 통한 청년 고용의 확대 등을 예로 들었다. 세대 간 연대임금제, 연금의 세대 간 이전율 및 소득대체율 조정, 세대 간 주거권 재분배제를 세대 간 계약의 새로운 틀로 제시한다.
 
저자의 말처럼 386세대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느냐고 항변할 만도 하다. 이 책이 세대 간 불평등을 지나치게 과장한다는 비판도 받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386세대의 공과(功過), 특히 과 쪽을 이렇게 직설화법으로 낱낱이 분석한 결과물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마침 최근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 관련 정치권 공방의 주인공들도 386세대가 주를 이룬다. 권력의 정점에 달한 386세대로서는 깊이 새겨볼 만한 대목들이 이 책에는 많이 들어있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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