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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하루만 맡겨도 금리가 연1.5%, 파킹통장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9.08.24 00:03
MMF·CMA보다 안정성 높아… 은행권도 앞다퉈 특판 상품 내놔
 

자산관리의 ‘소확행’ 파킹통장

사진: ⓒ gettyimagesbank

사진: ⓒ gettyimagesbank

회사원 김모씨(35)는 3000만원 정도의 목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이다. 경기가 침체 국면인 데다 한일·미중 갈등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률만 고려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는 불안하다. 그렇다고 수시입출금 통장에 돈을 묶어 두자니 금리가 연 0.1% 안팎이라 어쩐지 손해 보는 것 같다. 장씨는 “요즘 같은 시기에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며 “불안정한 경기 상황이 지나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볼 생각인데, 그때까지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경기가 불확실해지고 부동산과 주식시장마저 침체된 상황에 김씨와 같이 목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고민인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인터넷·저축은행도 경쟁 가세

이들이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파킹(Parking)통장’이다. 파킹통장은 주차하듯 짧은 기간 돈을 넣어두고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자유입출금식 통장과 비슷해 보이지만 자유입출금식과는 금리가 다르다. 자유입출금식 통장은 연 0.1%의 금리가 보장되지만, 파킹통장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은행에 따라 연 1.5∼1.8%의 비교적 높은 금리를 준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하루만 맡겨도 연 1%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5000만원까지 원금 보장이 되기 때문에 증권사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안정성도 높은 편이다. 재테크계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부르기에 안성맞춤인 상품이다.
 
사실 파킹통장은 최근 등장한 상품은 아니다. 2015년 SC제일은행·한국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파킹통장이 하나둘 시장에 나왔다. 목돈이 생겼을 때 다음 투자처를 찾거나 용도가 생기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보관하길 원하는 고객층을 끌어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외국계 은행이 신한·KB국민은행 등 시중은행을 따라잡기 위해 틈새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이때만 해도 파킹통장은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파킹통장이 크게 주목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부터다. 주식·부동산시장이 주춤한 게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경기가 불확실해지면서 특정 분야에 목돈을 장기간 묶어두기는 부담스럽다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본격적인 투자처를 정하기 전에 잠시 맡겨둘 만한 용도로 파킹통장이 제격이라는 입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파킹통장의 대표 주자는 SC제일은행이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 등이 가세하면서 상품이 다양해졌다. SC제일은행의 ‘마이줌통장’은 2017년 10월 출시 이후 4개월여 만에 2조원 이상 몰린 인기 파킹통장이다. 지금도 2조원대 잔액을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통장에 얼마를 넣을지는 고객이 결정한다. 매일 예금의 최종잔액이 고객의 설정금액보다 높으면 설정금액에 연 1.5% 금리를 준다. 예컨대 2000만원을 설정해 놓고 통장에 2500만원을 넣으면 2000만원에 대해선 연 1.5%, 500만원에 대해서는 연 1.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설정금액을 유지하지 못하거나 통장을 해약하는 경우 혜택이 소멸되고 연 0.1%의 금리가 적용된다. 설정금액은 100만원부터 10억원까지 가능하다.
 
이 은행이 지난해 9월 내놓은 ‘마이런통장’도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거래실적 등과 같은 별도의 조건 없이 예치기간이 길어질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Step-up) 구조여서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 효율적인 상품이다. 1호 상품이 지난해 연말까지 2조원 이상 판매고를 올리자 올해 1월 2호, 4월 3호가 출시됐다. 2, 3호에도 총 1조2000억원 이상이 몰렸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마이런통장은 입출금통장의 편리성과 고금리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상품”이라며 “상품 홍보나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꾸준히 신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파킹통장이 인기를 끌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저축은행도 앞다퉈 파킹통장이나 비슷한 성격의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은행은 2030세대를 겨냥해 내놓은 ‘신한 주거래 S20 통장’은 최대 200만원 이내 금액에서 연 1.5%의 금리가 보장된다. 가입대상은 만 18세 이상에서 만 30세 이하다.
 
우리은행은 삼성증권 CMA계좌와 연동된 입출금 통장인 ‘우리 삼성CMA 보탬통장’을 판매 중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통장임에도 예치기간과 무관하게 고금리를 제공한다. Sh 수협은행도 파킹통장의 특성을 가진 상품 ‘잇(it)딴주머니 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연 2.0% 금리의 입출금 통장인 ‘사이다뱅킹’을 최근 내놨고, 페퍼저축은행은 가입 후 하루 만에 해지해도 연 2.1% 금리를 제공하는 ‘페퍼루 중도해지 프리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OK저축은행도 연 1.9% 금리를 주는 ‘중도해지오케이정기예금’를 판매 중이다. 카카오뱅크·케이뱅크도 각각 파킹통장 성격의 ‘세이프 박스’, ‘듀얼K 입출금통장’을 판매하고 있다.
 
아무리 인기가 많더라도 이같은 파킹통장은 은행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떨어져 반갑지 않다. 그럼에도 국내·외 주요 은행이 파킹통장을 선보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내년부터 각종 자본규제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자본규제 강화로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최저 한도가 지난해 95%에서 올해 100%가 됐다. 또 내년부터는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 비율) 산정 기준이 가계대출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강화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원화 예대율은 96.6~98.2% 수준이다. 내년에 가중치가 변경되면 일부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100%에 육박한다. 예대율이 100%를 넘어서게 되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지금부터 예금을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않으면 대출영업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들이 하루만 돈을 맡겨도 높은 이자를 주면서까지 예금 판매에 적극적인 이유다. 이 덕에 예금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7월 말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640조3823억원에 이른다. 6월에 비해 8조6377억원이나 늘었다. 올 들어 2월(9조8650억원 증가)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상승세다. 정기예금은 특히 2017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증가한 것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부터 13분기 연속 늘어난 이후 최장기 증가세다.
 
 

단기 금융상품 시장 302조원에 달해

이유가 어찌됐든 불안한 경제 상황을 안전하게 회피하면서도 그나마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파킹통장을 눈여겨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투자처를 기다리며 헤매는 시중의 부동자금은 1000조원에 육박한다. 자산 관리 전문가들은 “일단 금리가 좋은 단기 상품에 돈을 넣어두고 기회를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만기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 시장 규모는 302조원으로 1년 전보다 9% 커졌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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