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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든 우든 한국인 너무 정치적…파시즘에 쉽게 감염”

중앙선데이 2019.08.24 00:02 650호 19면 지면보기

시인·소설가·영화감독 이응준

이응준은 한국문단의 이단아다. 스스로 문단의 관료주의적 감옥을 탈출했다고 내세우며 문학관행, 사회 현실을 꼬집는다. 박종근 기자

이응준은 한국문단의 이단아다. 스스로 문단의 관료주의적 감옥을 탈출했다고 내세우며 문학관행, 사회 현실을 꼬집는다. 박종근 기자

“자신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몰두하는 타인에 대한 적개심.”
 

『해피 붓다』 등서 매서운 진단
파시즘에 샤머니즘이 끼어있어
이성적 사회 분석·작동 능력 방해
이념·가치관 따라 급격하게 쏠려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해피 붓다 』.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해피 붓다 』.

1970년생 작가 이응준이 제시한 한국인과 한국사회의 요점이다. 최근 장편소설 『해피 붓다』 169쪽에서다. 쉽게 풀어쓰면, 한국사회가 자신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타인에 대한 적개심에 몰두하는 사회라는 얘기다.  
 
하지만 인용문은 소설책의 다른 문장들, 또 소설책과 엇비슷하게 출간된 산문집 『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에 담긴, 신랄한 문장들에 비하면 온건한 편에 속한다. 가령 “대한민국 국회는 바바리맨과 바바리우먼들의 환각 파티장”이다(『작가는…』 184쪽).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불구덩이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이 불구덩이어서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이 제각기 불구덩이어서다.”(같은 책 186·187쪽)
 
산문집 『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산문집 『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한국인들은 또 “대중선동에 쉽게 감염”되는데 “대중 파시즘에 쉽게 감염되고 휘둘리는 유전자와 후천적 무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책 218쪽). 자신의 독문학 석사 전공이 파시즘이라고 밝혀 이런 진단에 신뢰감을 주려 했다.
 
소설가 이응준은 시인이고, 영화감독이기도 하다(직접 감독한 단편 ‘Lemon Tree’가 뉴욕·파리 단편영화제에 초청받은 적이 있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 대한민국에서 탈주한 북한 군인들이 조폭으로 변신해 활개 치는 가상 상황을 그린 2009년 장편 『국가의 사생활』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두 차례나 집중 조명했다. 그의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그럴듯하다는 얘기다.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이 신랄하다.
“좌든 우든 한국 사람들은 너무 정치적이다. 그건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파시즘의 전염성에 취약한, 혹은 파시즘에 굉장히 적합한 스타일인 것 같다. 남한이든 북한이든.”
 
좀 더 풀어 설명한다면.
“한국사회를 보면 남한이나 북한이나 공히 파시즘에 대한 적합성이 있는 것 같다. 북한의 김일성이 저렇게 잡고, 이게 남한으로 와서는 자본주의와 기독교에 흘레붙어 지금에 이른 거다. 뭐냐면 한국의 파시즘은 샤머니즘이 약간 들어 있는 것 같다. 샤머니즘이 끼어 있으면서 이상한 광기 비슷한 열정들이 있는데 그게 사회를 이성적으로 작동하게 하고, 뭔가 찬찬히 두고 보게 하고, 뭔가 분석하는 능력을, 방해하는 것 같다. 그런 능력들이 축적되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굉장히 위험한 사회다.”
 
그래도 한국사회가 나치 독일이나 2차 대전 무렵 일본처럼 파시즘 성격이 짙다니.
“파시즘은 일정한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비합리적이고 무정형의, 그러나 막강한 폭력성과 야만을 지닌 에너지에 가깝다. 이념이 아니라, 그 시대 그 시절에 맞추어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그래서 파시즘이 무서운 것이다. 한국의 파시즘적 특성은 피지배자가 지배자에게 자발적으로 협력하거나 지지하는 대중적 파시즘 성격이 짙은데, 논쟁적인 사안을 두고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급격하게 쏠리는 한국사회를 한번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그런 특성을 어떻게 갖게 됐다고 보나.
“종족적으로는, 기마유목민들이 좁은 한반도에 갇혀있음으로 해서 기인하는 모순. 또한 반도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다. 인종청소가 빈번한 발칸반도가 그런 예다. 그리고 앞서 말했던 샤머니즘적 유전자. 남한이건 북한이건 무엇이든 외부에서 들어오면 이 샤머니즘적 성향에 감염된다. 마지막으로는, 남북한과 한국인들은 아직 근대인으로서의 체계적 경험치와 능력을 함양하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서구식 개인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의 탄생’은 곧 ‘근대’다. 우리의 ‘현대’는 근대와 전근대가 마구 뒤섞인, 좋게 말하면 포스트모던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이비 현대’다.”
 
지금까지의 진단에 들어맞는 실제 사례를 든다면.
“가령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전국을 들끓게 했던 붉은 악마 있지 않나. 돌이켜보면 그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고 어쨌든 통합의 수단이니 그 당시 사람들이 대부분 좋게 본 건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나마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런 거지 그것도 좀 이상한 것 같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해결책도 제시할 수 있나.
“고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나마도 우리 스스로가 지혜롭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고. 나로서는, 나는 작가이니까, 어떤 형식으로든 그런 문제들을 글로 써놓으면 내가 죽은 다음에라도 언젠가 소통이 되고 그게 밀알이 돼서 효과를 볼 날이 있겠지. 그런 마음으로 살고 그런 마음으로 쓴다.”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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