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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 추정 서울 탈북모자 사인은 "불명"…국과수 감정결과

중앙일보 2019.08.23 17:30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사망 추정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 모자의 집 현관이 굳게 잠겨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한 아파트에서 사망 추정 두 달 만에 발견된 탈북 모자의 집 현관이 굳게 잠겨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탈북자 모자의 사망원인이 “불명”이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처음 발견 당시 아사(餓死·굶어 죽음)로 추정됐었다. 집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는 ‘고춧가루’ 밖에 없는 데다 은행 잔고도 ‘0’원이었기 때문이다.  
 

"뚜렷한 질병이나 손상 발견 안 돼" 

서울 관악경찰서는 탈북 모자에 대한 국과수 부검을 의뢰한 결과 ‘사인 불명’으로 나왔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부패가 심해 부검에 제약이 있었다”면서도 “확인 가능한 범위 안에서 뚜렷한 질병이나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탈북민 한모(42)씨와 아들 김모(6)군 모두 사인 불명이다”며 “약물 역시 검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장 감식, 주변 탐문수사에 이어 이번 부검 감정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들 탈북 모자에게 범죄와 관련된 특이 사항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곧 내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경찰은 위 안의 음식물 여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의 허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복지 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의 허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탈북민 복지 사각 지대 드러난 사건 

탈북 모자는 지난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지 두달여 만에 발견됐다. 한씨 모자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13개월 머물다 입국했다.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를 찾아 아동·가정양육수당을 각각 신청해 생활한 것으로 전해진다. 10만원씩 모두 2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 4월부터 아들이 6살이 되면서 아동수당(10만원)이 끊겼다. 두 식구의 생활비는 가정양육수당 10만원이 전부였다고 한다.    
 
복지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한씨는 소득인정액(소득 소득의 재산환산액)이 0원이었는데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보호하지 않았다. 또 아파트 월세·전기요금·수도요금·가스요금, 건강보험료 등이 18개월가량 밀렸지만, 복지 안전망에서 전혀 체크되지 않았다.
 
만약 근로 능력이 있는 기초수급자로 인정될 경우에는 자활사업에 참여해 최소 월 160만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씨 모자가 극심한 생활고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나온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한국한부모연합 주최로 열린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관악구 모자의 추모제'에서 무용가 이삼헌이 진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장애인과가난한이들의3대적폐폐지공동행동, 한국한부모연합 주최로 열린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관악구 모자의 추모제'에서 무용가 이삼헌이 진혼무를 하고 있다. [뉴스1]

 

한씨와 어린 아들 장례절차 논의  

한씨 모자에 대한 장례절차는 논의 중이다. 통일부는 고인에 대한 최대의 예우를 갖출 방침이다. 남북하나재단을 중심으로 탈북민 단체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곧 경찰의 내사가 종결되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빈소설치, 조문 방법 등 세부 장례절차를 결정할 계획이다. 
 
통일부는 또 탈북민 가족의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정부 부처 간의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씨 모자를 추모하는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추모제에는 100여명(주최 측 추산) 정도가 참여했다. 추모제가 끝난 뒤에는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기도 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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