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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국군의 날 행사와 훈련…남은 예산 다른 데 돌린 軍

중앙일보 2019.08.23 05:00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가 쪼그라들면서 배정된 예산의 절반 이상이 남아돌자 국방부가 이를 각종 위원회 등 다른 사업에 옮겨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남북 화해 국면을 맞아 훈련이 축소됐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예상에 없던 항목에 예산을 전용한 상황을 놓고 국방부가 국회 예산 권한을 침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8년 국군의날 행사에 편성된 예산 79억1000만원 중 34.4%인 27억2400만원만 사용한 것으로 결산됐다. 지난해 국군의날 행사가 계획보다 작게 치러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2018년 10월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뉴스1]

2018년 10월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제70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뉴스1]

 
예산이 편성됐던 2017년까지만 해도 다음해 행사는 첨단무기 사열·열병·시가행진을 핵심으로 하는 5년 주기의 대규모 행사로 계획됐다. 그러나 이후 행사를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나오면서 군 당국은 논의 끝에 이들 프로그램을 생략한 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소규모로 실시키로 했다. 대북 유화 국면 등에서 군의 무력 과시가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군 당국은 아예 지난 4월 시가행진·열병·분열 등을 의무규정으로 하는 5년 주기의 대규모 국군의날 행사 훈령을 손질해 이들 프로그램을 선택 사항으로 바꿔놨다.
 
2013년 건군6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앙포토]

2013년 건군6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앙포토]

 
이렇게 남은 예산은 각종 위원회로 흘러들어가거나 불용 처리됐다. 2018년 국군의날 행사에 배정된 예산 중 25%인 19억7900만원은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설립’, ‘5·18진상규명위원회 시설공사’, ‘대한민국 방위사업전’, ‘국군의 날 행사 태권도시범’으로 조정·집행됐다. 그러고도 끝내 사용되지 못한 32억800만원(40.6%)은 불용 처리됐다. 
 
지난해 각종 훈련 예산 역시 온전히 사용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미 연합 키리졸브 연습(KR) 및 독수리 훈련(FE),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UFG) 등을 위해 ‘2018년 작전상황연습 사업’ 항목으로 265억5500만원이 배정됐지만 집행률은 86.5%였다. UFG의 경우 지난해 7월 갑자기 취소가 결정되면서 약 24억의 예산 중 절반이 넘는 12억3300만원이 다른 사업으로 조정됐고, KR·FE도 기존 계획보다 기간이 축소되면서 기존 편성된 예산 16억8800만원 중 2억1700만원이 원래 목적에서 벗어나 쓰였다. 이밖에 해군 림팩·공군 레드플래그 훈련 등 해외에서 실시하는 연합훈련 예산 134억5000만원 중 19억7000만원도 전용됐다.  
 
이런 상황도 북한 변수와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군 당국은 지난해 UFG를 폐지하고, 대부분 군사 훈련을 ‘로키(low key)' 기조로 실시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진행되고 있어 군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취지였다.
 
이 의원은 훈련에서 남는 예산을 국방부가 사업 목적에 맞지 않는 항목을 만들어 집행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3군사관생도 합동순항훈련’이 대표적이다. 2018년 예산을 짤 때 계획되지 않았던 해당 훈련을 위해 군사 연습·훈련 축소로 조정된 9억1400만원이 나중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 사업은 2018년도 예산을 승인받기 위해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작전상황연습’의 사업 목적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방부 역시 이 점을 의식해 올해는 이 사업을 작전상황연습이 아닌, ‘간부양성교육’ 항목에 편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가 임의로 목적에도 맞지 않는 사업을 항목으로 신설해 남는 예산으로 이를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 권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같은 세목 내에서 예산을 이·전용했기 때문에 법령을 어긴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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