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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혼 "北 미사일개발, MD(미사일방어체계) 못뚫게 억제해야"

중앙일보 2019.08.23 05:00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지난 16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발사 장면.[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7일 공개한 지난 16일 북한판 에이태킴스 발사 장면.[연합뉴스]

아인혼 "北 미사일 능력 개발, MD 못 뚫게 억제해야" 

 
로버트 아인혼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차관보가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서 탄두 500㎏, 사거리 300㎞ 이상의 미사일 시험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본지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문제가 없다’는 발언을 했지만, 사거리와 정확도를 개선한 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은 한국과 일본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의 중ㆍ단거리 핵전력 폐기 협정(INF) 탈퇴 이후 불붙은 동북아 미사일 군비 경쟁을 제어할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제안이다.

클린턴 정부 북·미 미사일 협상 수석대표
"북 신형 미사일, 한·일 동맹에 위협 커져,
탄두 500㎏, 사거리 300㎞ 이상 시험 중단"
북 MTCR 편입 땐 동북아 미사일 경쟁 완화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경록 기자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현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경록 기자

 
아인혼 전 차관보는 앞서 "북·미 협상: 잠정 합의로 전환할 때"란 제목의 38노스 특별 보고서를 통해 미사일 시험 중단, 확산 금지를 포함한 북·미 잠정 합의의 내용에 관한 상세한 정책 제안을 했다. 그는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가 협상에서 내 제안을 얼마나 고려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미사일 시험 중단을 통해 북한이 미사일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하게 막아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게 하려면 특히 중국을 포함한 이해 당사국들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1970~80년대 옛 소련과 전략무기 감축 협상 때 대표였고, 클린턴 행정부인 1999~2001년 북ㆍ미 미사일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였다.
 
그의 제안은 구체적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카테고리 1에 포함되는 탄두 중량 500㎏, 사거리 300㎞ 이상의 모든 미사일의 시험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이뤄진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약속을 확대해 북·미 비핵화 로드맵의 1차 잠정 합의에 넣자는 주장이다. 사실상 북한의 MTCR 체제 편입을 의미한다. 북한이 최근 시험한 신형 무기 3종 세트 가운데 대구경 조정 방사포를 제외한 사거리 690㎞의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사거리 400㎞ 이상의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ㆍ육군 전술지대지미사일)도 포함된다.
 

푸틴 "美 공격 미사일 개발·배치하면 똑같이 할 것" 

미 국방부가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샌 니콜라스 섬에서 신형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지난 18일 캘리포니아주 샌 니콜라스 섬에서 신형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그의 제안이 의미있는 건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아시아 배치 구상으로 동북아 미사일 경쟁에 불이 불은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일 INF를 탈퇴한지 16일 만인 18일 캘리포니아 샌 니콜라스 섬에서 사거리 1000㎞대의 신형 크루즈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11월에는 사거리 3000㎞대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할 예정이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그런 공격 무기 체계를 생산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할 것”이라며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면 그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월 공개한 노바토르(SSC-8)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과 발사 차량.[트위터]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1월 공개한 노바토르(SSC-8) 중거리 크루즈 미사일과 발사 차량.[트위터]

 
반면 미국은 INF 탈퇴의 원인이 중국·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2016년 사거리 500㎞의 마하 6~7의 극초음속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서유럽 가까이에 실전 배치해 INF를 먼저 위반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최근 시험 발사해 사거리 등 성능을 개량한 KN-23의 원형이다. 러시아는 중거리 지상 발사 크루즈 미사일 노바토르(SSC-8)를 비밀리에 개발, 배치했다. 미 공군 항공우주정보센터(NASIC)는 2008~15년 노바토르 시험 발사를 토대로 노바토르의 최대 사거리를 2500㎞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군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바토르 최대 사거리는 480㎞”라며 “두 미사일 모두 사거리 500~5500㎞를 금지한 INF 위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북·중·러 미사일 위협 명분 美 MD 편입 압박 거세질 듯 

 
INF 미가입국인 중국은 약 100기 가량의 ICBM을 제외하곤 미사일 전력 대부분이 중ㆍ단거리 미사일이다. 대표적인 게 사거리 1500~3000㎞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DF)-21, 3000~5500㎞ 중장거리 둥펑(DF-26)과 사거리 1500㎞ 창지엔(CJ)-10 크루즈 미사일이다. 세 가지 미사일 모두 미국 항공모함을 타격할 수 있는 대함 미사일 개량형을 갖고 있다. 둥펑-21, 26의 경우 단 한 번의 타격으로 미국 항공모함을 침몰시킬 수 있어 세계 최강의 해군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에겐 위협적이다.
 
북한이 아인혼의 제안대로 MTCR 체제에 들어오게 된다면 동북아 미사일 경쟁 확산은 진정될 지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시험 중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게 문제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시험도 한·미 지휘소 연습과 F-35 도입 등 군사 위협에 대항한 “자위권 행사”라고 주장해왔다. 이 경우 북한·중국·러시아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미국의 미사일 개발과 배치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2023년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 방어를 위해 ‘이지스 어쇼어’ 2기를 도입하는 일본처럼 한국도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나 지역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 압박이 거세질 수도 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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