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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반대” 노동계 반발에…광주형 일자리 시동 직후 암초

중앙일보 2019.08.23 00:29 종합 18면 지면보기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그린카진흥원에서 열린 광주 자동차공장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왼쪽)을 비롯한 광주시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그린카진흥원에서 열린 광주 자동차공장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발기인 총회에서 이용섭 광주시장(왼쪽)을 비롯한 광주시 관계자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5년 2개월의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광주 자동차공장 법인이 설립 초기부터 삐꺽거리고 있다. 노사상생형 ‘광주형 일자리’를 표방한 합작법인의 한 축인 노동계가 법인 출범식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이사 3명 선임하려던 발기인 총회
노동계 불참 “현대차 측 인사 불만”
주택·어린이집 등 3000억 필요한데
70억만 확보 … 인프라 구축도 난항

광주광역시는 22일 “광주형 일자리의 첫 모델인 자동차공장을 설립하기 위한 합작법인 ‘㈜광주 글로벌모터스’가 지난 20일 출범식·발기인 총회와 함께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합작법인 출범식은 완성차공장 착공에 앞서 법인을 설립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는 절차다. 법인 설립 후에는 올해 말 공장 착공에 이어 오는 2021년 자동차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당초 광주시는 이날 발기인 총회에서 법인 명칭과 정관, 대표이사, 임원 등을 확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참석 예정이던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 의장이 불참했다. 윤 의장은 투자자 자격이 아닌, 노동계 대표 자격으로 초청자 명단에 있었다.
 
윤 의장은 이날 결정될 3명의 법인 이사 중 2대 주주인 현대차가 추천한 인사를 반대하는 노동계의 의사 표시 차원에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계는 현대차 임원 출신인 이 인사가 “반 노동적 성향을 갖고 있다”며 반대해왔다. 윤 의장은 “해당 인사를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 불참했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이 인사가 추천되면 퇴진 운동을 하기로 했다.
 
결국 이날 총회에서는 당초 선임키로 한 이사 3명 중 2명을 뽑지 못했다. 광주시 측은 이날 1대 주주 자격으로 초대 법인 대표이사에 박광태 전 광주시장을 선임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박 대표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이사 2명은 다시 추천받아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로 2014년 6월 시동을 건 광주형 일자리는 5년 2개월 만에 법인설립이라는 결실을 보았다. 광주 자동차공장 설립사업은 빛그린산단에 연 10만대 규모의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 공장에서는 노동자 1000여 명을 고용해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현대차로부터 주문받아 생산하게 된다. 광주 차공장은 노사민정 간 입장차로 인해 지난해 6월과 12월 두 차례 사업이 무산될 위기를 넘기는 등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법인 출범에 따라 광주형 일자리가 본궤도에 올랐지만, 사업이 정상화하기까지는 과제가 많다. 지역별로 추진 중인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의 중복 투자 문제나 복지 인프라 구축, 노사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광주시 안팎에서는 제2의 광주형 일자리를 표방하며 전국에 들어서는 유사 사업과의 중복 투자, 과잉 공급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발표된 강원형·군산형·구미형·울산형 일자리 사업이 자동차 부문에 집중돼 있어서다. 지역 노동계 역시 울산, 구미 등에 수천억원 규모의 친환경 차 생산·부품공장이 들어설 경우 광주 공장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공장 근로자의 복지 인프라 구축도 난관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핵심 지원책인 행복·임대 주택, 직장어린이집 등에 필요한 자금은 3000억원 규모지만, 현재 광주시는 70억원만 확보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합작법인의 근무 조건이나 노사 문제 등을 모두 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하는 방식은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노사 상생의 사회 대통합형 일자리 사업”이라며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 일부 걱정과 염려도 있지만, 시대적 사명을 갖고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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