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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국 딸 자소서 “WHO 인턴 경험”…지원자격 안됐다

중앙일보 2019.08.23 00:05 종합 5면 지면보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조모(28)씨가 2009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지원할 당시 쓴 ‘자기소개서’ 내용이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또 제기됐다. 이번엔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백신연구소(IVI)와 관련된 ‘경험’이다.
 

고교·대학생은 지원할 수 없어
지원 자체를 스펙으로 부풀린 의혹
유엔인권센터 인턴 활동도 논란
센터장 정진성 교수 조국과 친분

조씨는 당시 자기소개서에 “나는 환경, 생태, 보건 등의 관심 분야의 국제적 상황을 감지하기 위하여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백신연구소(IVI)’에서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하여 경험을 쌓았다”고 썼다. 그런데 WHO와 IVI의 인턴 규정과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당시 조씨는 아예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WHO는 ①20세 이상 지원 가능(A minimum of 20 years of age) ② 졸업하기 전 대학생은 지원 불가(not eligible to apply) 등의 규정이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WHO 서태평양 사무처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규정은 2009년 이전부터 계속 적용된 기준이다. 최소한 3년 이상은 대학 수업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10대를 위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조씨의 인턴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WHO에서 인턴 경험이 있는 A씨는 “인턴할 당시 동료 10명 가운데 한국인이 4명이었는데 의대·한의대·환경 전공 출신 등이었다”며 “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고등학생 인턴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IVI 한국사무소 관계자도 “인턴을 고등학생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고, 최근에는 인턴을 선발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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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조씨가 쓴 “지원하여 경험을 쌓았다”는 문구가 해당 기구에서 일한 경험을 뜻한 게 아니라 ‘지원한 행위’를 의미한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나온다. 실제 국제기구 근무 경험이 있는 B씨는 “가끔 학생들이 e메일로 상세한 질문지와 함께 행사 제안서·계획 등을 보내곤 하는데, 입시용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 측은 IVI 인턴십의 경우로 2008년 9월 1일부터 5일간 이뤄진 LG-IVI 사이언스 리더십 프로그램을 지목했고, WHO 건으론 “유엔인권정책센터 인턴을 (지원해서) 하면서 산하기관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했다”고 주장했다. 전자는 LG전자 등이 후원한 국내외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며 후자는 국내 단체인 유엔인권정책센터가 운영 중인 ‘제네바 UN인권인턴십’으로 스위스 제네바에 10일 정도 체류하며 기관 방문하는 프로그램이다. 둘 다 국제기구의 정식 인턴십과 거리가 있다.
 
조 후보자 딸의 2009년 유엔인권정책센터에서 인턴십 활동 자체도 ‘불공정’ 논란을 낳고 있다. 당시 센터장이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로 국가인권위원회 국제인권전문위원회 부의장을 맡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때 조 후보자는 같은 위원회 위원장(2008~2010년)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딸이 정당하게 지원해 합격했다”고 해명했다.
 
김태호·한영익·성지원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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