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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라고 다 같을까? "도로 먼지, 집안 먼지보다 훨씬 독해"

중앙일보 2019.08.22 13:11
서울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도로에서 마시는 미세먼지는 집안에서 마시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유해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서울 등 수도권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엿새째 이어진 지난 3월 6일 오후 서울 가양대교 부근 서울 방향 도로에 설치된 알림판에 노후경유차 단속과 운행제한을 알리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도로에서 마시는 미세먼지는 집안에서 마시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유해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

같은 미세먼지라도 도로에서 마시는 미세먼지가 집안 미세먼지보다 훨씬 건강에 해롭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는 세포 성장을 억제하고, 손상을 일으켜 염증 발현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로 미세먼지가 더 유해한 것은 집안 미세먼지와 달리 자동차·공장 등에서 나오는 유해 화학 물질과 중금속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상대 사범대학 생물교육과와 이 대학 과학영재교육원 소속인 전병균 교수 등은 최근 '생명과학회지'에 게재한 '미세먼지가 다양한 사람 세포주에 미치는 세포 독성'이란 논문에서 도로와 집안 미세먼지의 독성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소개했다.
 
전 교수팀은 자동차 공기 필터에 모인 도로·자동차 미세먼지(실외 미세먼지)와 가정 진공청소기에 모인 집 미세먼지(실내 미세먼지)를 에탄올 추출법으로 추출하고, 여과해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미세먼지를 모았다.
실내공기도 음식 조리와 환기, 공기청정기 가동에 따라 실내 공기 오염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 [중앙포토]

실내공기도 음식 조리와 환기, 공기청정기 가동에 따라 실내 공기 오염도가 큰 차이를 보인다. [중앙포토]

연구팀은 이 두 가지 미세먼지를 4가지 세포주(株)에 mL당 0~1000㎍(마이크로그램, 1㎍=1000분의 1g) 사이 농도를 다양하게 첨가하면서 세포 생존율 50%가 되는 농도를 계산해 반(半)억제농도(IC50)를 계산했다.
 
IC50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 오염물질의 농도를 말하는데, 수치가 낮을수록 더 유해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험 결과, 사람의 정상 섬유아세포(MRC-5)의 경우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50.7㎍/mL이었으나, 실내 미세먼지는 150.1㎍/mL이었다. 도로 먼지가 집 먼지보다 3배 독한 셈이었다.
또, 사랑니 유래 중간엽 성체줄기세포(DSC)의 경우는 도로 미세먼지 IC50이 131.2㎍/mL, 실내 미세먼지는 230.1이었다.
 
폐암 세포주(A-549)에 적용했을 때 도로 미세먼지의 IC50은 461.1㎍/mL, 실내 미세먼지는 593.3㎍/mL이었다.
위암 세포주(AGS)의 경우도 도로 미세먼지는 494.5㎍/mL, 실내 미세먼지는 632.6㎍/mL였다.
네 가지 세포주 모두 도로 미세먼지의 IC50 값이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서 실내 미세먼지의 IC50보다 작았다.
이에 따라 도로 미세먼지가 더 유해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섬유아세포나 성체줄기세포보다 폐암·위암 세포주의 IC50 값이 컸다.

이는 더 높은 농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될 때까지 성장 저해를 덜 받는다는 의미로, 암세포 주는 미세먼지에 저항성이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팀은 또 도로 미세먼지가 세포의 배가(倍加) 시간(Doubling time)에 미치는 영향도 조사했다.
 
각각 1만 개의 세포가 들어있는 배양접시에 도로 미세먼지를 100㎍/mL 농도로 주입했을 때, 정상 섬유아세포의 배가시간이 42.7시간에서 96.1시간으로 배 이상 늘어났다.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배가시간이 39.5시간에서 49.9시간으로 늘어났다.

 
암세포의 경우는 도로 미세먼지 첨가 후에 배가시간이 약간 늘어났으나,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는 없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종로구 관계자와 주민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지난 3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종로구 관계자와 주민들이 물청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전 교수는 "일단 미세먼지를 주입했을 때 미세먼지가 세포를 둘러싸면서 영양물질이 세포 내로 들어가는 것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세포가 분열할 때는 외부의 신호가 필요한데, 미세먼지가 세포를 코팅하면 외부 신호를 받을 수 없어 성장과 분열에 지장을 받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암세포의 경우는 외부 신호와 상관없이 세포가 분열하고 성장하기 때문에 미세먼지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설명이다.
 
전 교수는 "도로나 실내 미세먼지 모두 어느 지역에서 채취했느냐에 따라 독성이 차이가 날 수 있다"며 "미세먼지 성분이 세포에 들어가서 구체적으로 어떤 장애를 일으키는지에 대한 추가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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