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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극단적 선택 시도한 부부…법원, 엄마에겐 '집행유예'

중앙일보 2019.08.21 16:33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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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산산이 파괴된 가정은 2개월간 보석을 허가받은 A씨의 노력과 다른 가족들의 따뜻한 지원으로 서서히 다시 하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급하게 모든 것을 이루려 하지 말고 천천히 단단하게 하나가 되시길 바랍니다.”
 
21일 오전 서울고법 303호. 피고인석에 나란히 선 한 부부에게 재판장(형사1부 정준영)의 당부가 이어졌다. 황토색 수의를 입은 남편과 사복 차림의 아내 A 씨는 피고인석에 서서 재판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남편은 항소 기각 판결을, A씨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남편에게 징역 5년을,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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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는 한날한시 같은 죄를 지었다. 빚을 이기지 못하고 자녀들과 함께 삶을 포기하려다 그만 자녀 한 명을 잃고 만 것이다. 지난 6월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법원은 취침시간에 자녀와 함께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엄마 A씨에게 직권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을 법원이 정한 일정한 조건으로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A씨는 당일 6개월여 만에 아이들 곁으로 돌아갔다.
 

2개월 보석…A씨와 아이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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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부는 보석 기간 A씨가 어떤 삶을 사는지에 따라 추후 선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뒤 열린 7월 19일 두 번째 공판에서 A씨는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 겪게 된 일들을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전했다. 변호인은 "아이들이 엄마와의 재결합 이후로 그날 사건에 대해 궁금증을 질문하고,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구속된 부모와 떨어져 지내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온 엄마에게 그날의 일을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A씨도 직접 달라진 한 달간의 삶을 이야기했다. A 씨는 "아이들이 받은 심리적ㆍ육체적 시련에 엄마 역할을 다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심리 치료를 받으며 사건 기억이 많이 남아있는 아이에게 대화를 통해서 그날의 일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아이들은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기 전보다 식사량도 늘고, 잠도 잘 자고, 학교생활도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A씨는 아이들의 변화를 설명하며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두 번째 공판에서 "A씨가 보석 조건을 성실히 지키고 아이들과 생활을 잘해 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보석 조건을 일부 완화했다. 야간에는 A씨와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함께 있는 것을 금지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요일을 정해 A씨가 아이들과 같이 잠을 잘 수 있도록 허락했다. A씨는 아이들과 함께 주말 저녁 시간을 보내겠다고 법원에 약속했다. 
 

죄 가볍지 않지만…아이들 고려한 집행유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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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달이 흘러 이날 열린 선고 공판에서 A씨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일주일에 두 번 엄마와 함께 잘 수 있었던 아이들은 이제 매일 밤을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부부의 죄가 절대 가볍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법원은 "어린 자녀들은 극단적 선택에 동의하지 않았으므로 부부가 아무것도 모르는 자녀들을 끔찍하게 죽이려 한 것과 다름없다"고 부부를 일깨웠다. "1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과 3년이 부당하지 않다"라고도 말했다.  
 
그런데도 법원이 A씨를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낸 데는 ‘회복적 사법’에 대한 고민과 수감된 부모의 자녀를 잘 돌볼 수 있는 사회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담겼다. 회복적 사법은 법원이 단순히 피고인의 형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이 피해자와 피고인을 위해 가장 좋은 결정인지를 고민하는 사법이다. 재판장은 2013년 인천지법 부천지원장일 때 3개월간 10건의 형사재판에서 회복적 사법을 시범 실시하기도 했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10월부터 지자체에 통보"

A씨와 남편이 각 3년과 5년을 감옥에서 보내는 동안 남은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으며 지낼 수 있는지도 법원이 고민한 점이다. 법무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교도소 등 수용자 중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가 1만3834명이고 이들의 자녀가 2만1765명이었다. 자녀 중 6636명이 부모가 감옥에 간 뒤 조부모나 친척 손에 맡겨졌다. 위탁시설에 보내진 아이들이 390명, 혼자 생활한다는 아이들도 1209명이나 됐다. A씨 자녀들도 부모 수감 이후 할아버지 집에서 지역에서 올라온 고모와 함께 생활 중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수용자 자녀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부모가 수감 중인 자녀들이 "빈곤, 양육자 변경, 거주지 부재, 학습 결손, 심리ㆍ정서적 문제, 가족기능과 구조적 해체 등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검찰 조사 단계부터 자녀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고, 교도소에 아동 친화적 접견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법원에는 양형에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지를 고려해달라고 권했다. 법무부는 최근 교도소에 신규 입소자가 오면 동의를 얻어 미성년 자녀가 있는지 조사해 전산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오는 10월부터는 바뀐 법에 따라 교도소장이 재소자의 미성년 자녀 현황을 관련 지자체에 알리도록 연계 시스템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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