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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직거래' 과시한 北, 협상 다가오자 "美 불순해" 비난

중앙일보 2019.08.21 16:08
 북한이 16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발사 현장으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16일 또다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새 무기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공개한 발사 현장으로 '북한판 에이태킴스'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무한궤도형 이동식발사대(TEL)에서 화염을 뿜으며 솟구치고 있다.[연합뉴스]

그간 '한국 때리기'에 주력했던 북한이 한반도 정세 악화 원인으로 미국을 지목하며 대미 비난을 재개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21일 논평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거론해 “미국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고 불순한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우리 국가를 잠재적, 직접적 위협들을 제거하기 위한 자위적 대응조치를 취하는 데로 떠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극한 막말을 동원해 한국을 비난했던 것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대미 불만을 다시 드러냈다.
 

노동신문 "적대시 정책으로 우리 떠밀어"
폼페이오 "김 위원장, 테이블로 나와야"

①트럼프 직거래 자랑하더니= 북한은 이달 중순까지 한·미 연합훈련 기간 한국에 초점을 맞춰 비난했다. 이달 들어 잇따라 미사일을 쏘아 올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친서를 보내며 ‘미국과 직거래’를 과시했다. 이랬던 북한이 이날 미국을 공개 겨냥한 것을 놓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양측 수싸움이 만만치 않다는 반증이란 분석이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0일(현지시간)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실무협상 관련 “기대만큼 빨리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우리는 길이 울퉁불퉁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김 위원장이 테이블로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 외교부에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②"북·미 접촉 녹록치 않아" = 익명을 원한 정부 소식통은 “앤드루 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 지난달 말 방한해 우리 정부 측에 북·미 간 사전접촉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기류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전까지 미측 협상 수석대표였다. 관련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을 핵실험·미사일 모라토리움(동결) 상태로 묶어두며 현 국면을 유지하려는 분위기도 미 행정부에 있다”고 귀띔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작은 것”이라며 개의치 않아 하고, 핵실험 중지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동결을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미 대선까지 안정적 관리만 해도 정치적 실익이 충분하다고 계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만나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북미 정상의 모습.[연합뉴스]

반면 제재 완화가 시급한 북한은 미국과는 다른 목적의 ‘지연 작전’을 펴고 있다. 실무협상 사전 접촉 단계에서부터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내밀어 미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되는 연말에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심산이란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은 미국보단 마음은 급하지만,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패를 또 다시 떠안지 않기 위해 외무성이 철저하게 준비를 마친 뒤 실무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중앙TV가 16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현장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TV가 16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현장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수행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실무협상 언제? = 이런 가운데 지난 6·30 판문점 회동 당시 2~3주 내 재개할 것이라던 북·미 실무협상은 두 달 가까이 열리지 않고 있다. 북·미간 다시 협상장에서 마주하기까지 평행선을 좁히는 게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공개하며 “김 위원장이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했다”고 공개한 만큼 협상 자체는 열릴 거란 전망이 많다. 일각에선 29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로, 9월 17일 유엔총회 개막 전까지 2~3주가 계기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돼도 남북 관계엔 해빙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하노이 회담을 경험한 북한은 미국과 협상 실타래를 풀지 않는 한 한국 정부와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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