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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보상 이유' 내세웠지만…대북제재 위반 화물선 3척 제집 드나들 듯 日 기항

중앙일보 2019.08.21 09:33
일본 정부가 안보상 우려를 이유로 한국에 대해 전략물자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실시 중인 가운데 북한산 석탄 수입에 관여한 혐의로 한국이 입항을 불허했던 화물선 3척이 일본에 8차례나 기항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닛케이, 도쿄MOU 데이터베이스 분석 보도
"한국 입항 불허한 4척 중 3척, 일본 8차례 기항"
"일본 기항 전후로는 중국·러시아 등 오고가"
"법정비 부실…북한 아닌 제3국 선적 무사통과"

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한국이 지난해 8월 입항 금지시킨 화물선 4척 가운데 3척이 이후 1년간 니가타항 등 일본 각지의 항구에 여러 차례 기항했다. 신문은 “선박 검사를 모니터링하는 국제 조직인 도쿄MOU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국 당국에 의해 북한산 석탄을 불법 수출하는데 이용된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카이에인절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리치글로리호. [뉴스1]

한국 당국에 의해 북한산 석탄을 불법 수출하는데 이용된 혐의를 받고 있는 선박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스카이에인절호, 샤이닝리치호, 진룽호, 리치글로리호. [뉴스1]

앞서 지난달 16일 국가정보원도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산 석탄 반입·유류 환적 등의 혐의로 우리 정부가 입항 금지했던 선박들 중 일부가 최근까지도 일본 항구에 드나들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당시 국정원은 정보위 위원들에게 “리치글로리호·샤이닝리치호·진룽호 등은 최근까지도 나하(오키나와현)·노시로(아키타현) 등 일본 항구에 입항했다”고 밝혔다.
 
이들 화물선은 일본 기항을 전후로 중국·러시아 등을 오간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은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해 북한산 석탄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제재 위반 화물선이 주로 북한의 밀무역 우회 경로 지역을 활보하며 일본을 제집 드나들 듯 중간 기항지로 활용한 셈이다.  
 
닛케이는 “기항을 허용한 것은 일본의 법정비가 늦어진 배경이 있다”며 “일본은 ‘특정선박 입항금지 특별조치법’에서 북한 선적 배의 입항은 금지하고 있지만, 제3국 선적은 북한에 기항했던 기록이 없으면 (입항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에 기항한 화물선들은 중남미 카리브해 국가인 벨리즈 등 모두 제3국 선적이었다.  
 
이번 사안과 별도로 미국이 제재 대상에 올린 선박도 지난해 일본에 두 차례 기항한 적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법무부가 억류해 몰수 소송을 제기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지난 5월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국제 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법무부가 억류해 몰수 소송을 제기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연합뉴스]

앞서 지난해 8월 한국 당국은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수입한 혐의로 관계자들을 적발했다. 화물선 4척이 제3국을 우회하는 수법으로 불법 수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닛케이는 “북한의 밀수 전모는 불명확하지만, 일본도 이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관련 소재 등 수출규제 강화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결정하면서 한국의 전략물자 관리 문제를 들었는데, 이번 사안만 놓고 보면 일본의 대북 제재망 관리가 더 허술하고 심각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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