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처음 만난 날 성폭행’ 20대…1심 무죄→항소심서 실형 이유는

중앙일보 2019.08.21 06:32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서울고등법원 청사 전경. [사진 서울고법 홈페이지]

 
처음 만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21일 서울고법 형사12부(윤종구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25)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김씨는 2017년 12월 처음 만난 여성을 DVD 방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이에 검찰은 사실오인 빛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위해 피해자에 대한 신문 절차를 진행했고, 김씨가 당일 만난 피해자를 상대로 한 행위의 수위가 남녀 관계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피고인이 단계별로 수위가 높아지는 단계에서 어느 시점에는 멈춰야 했는데 구체적으로 행위까지 나간 부분, 피해자가 성관계할 수 있는 신체적인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까지 고려해 유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성인지 감수성과 피해자 진술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 가족 등의 탄원서를 고려해도 유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여 구속한다”고 덧붙였다.
 
‘성인지 감수성’은 오랜 고정관념이나 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올바른 성 관념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재판에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두고 믿을 만한지를 따질 때 성범죄의 특수성, 특히 피해자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이날 재판부는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대법 판례도 언급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을 취소하라고 한 2심 판결을 두고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이 부족했다’고 판결하며 성인지 감수성을 판단 기준으로 처음 적용한 바 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