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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촉발' 포항지열발전소, 남은 폐수 6000t은 어디로

중앙일보 2019.08.21 05:00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모습. [연합뉴스]

포항 지진의 촉발 원인으로 지목된 지열발전소에서 이번엔 환경오염 논란이 불거졌다. 지열발전소에 남겨진 폐수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다 폐수 중 6000여t의 행방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포항지진 촉발’ 지열발전소, 이번엔 환경오염 논란
지열발전조사단 "유해 화학물질 포함된 폐수 남아"
시추과정 원활히 하기 위해 화학물질 넣는다는 것
산자부 "올 가을부터 폐수 수질분석 등 조사할 것"

포항지열발전소 부지안전성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TF) 중 포항시민 대표로 참여한 3명의 위원(백강훈·김상민·양만재)은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포항지열발전소가 환경오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음을 시민에게 알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성한 TF는 국내·외 전문가 등 17명으로 구성돼 지열발전소의 안전 관리와 향후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이날 양 위원은 “지열발전소를 개발해 운영하면서 나온 물·토양에서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메탄·수은 등)이 검출됐다는 외국의 연구자료가 있다”며 “지난달 포항지열발전소의 폐수 탱크에 채워진 폐수와 발전소 주변에 고여있는 폐수 등을 확인했는데, 이 폐수에도 화학물질이 포함됐는지, 포함됐다면 얼마나 유해한지 조사해 달라”고 말했다. 
 
지열발전의 원리. [중앙포토]

지열발전의 원리. [중앙포토]

포항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지열발전소는 지하 4㎞ 지점에 물을 주입하고 지열을 통해 뜨거워진 물에서 나온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쓴다. 물을 넣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이 자극을 받아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2년 9월 시추에 들어간 포항지열발전소는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뒤 가동이 중단되기까지 시범 운영을 하며 5차례 1만2000t의 물을 주입했다. 
 
정부 조사단은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지열발전소를 조사한 결과 이중 6000t은 지하수로 땅속에 남아 있고, 200여t은 탱크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양 위원은 “나머지 6000t가량이 주변 땅이나 하수도 등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는 폐수가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지열발전을 하면서 화학물질을 물에 넣고, 이 화학물질이 증기나 물에 섞여 배출되면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등 독성을 가진 물질이 나온다’는 내용의 외국 논문 3편을 근거로 들었다. 이탈리아, 미국 등의 지열발전이나 시추를 연구한 해당 논문에는 물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물과 기름을 쉽게 혼합시키는 솔벤트, 박테리아 등 유기체를 죽이는 생물제 등 13가지의 물질을 넣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논문을 본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의 경우 땅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화학약품을 넣는다”며 “이는 업체 기밀이라서 어떤 화학물질을 넣는지는 알 수가 없는데, 외국 기업 중 공개가 된 곳에선 유해 물질을 물에 섞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11·15지진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 '포항지진피해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11·15지진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 '포항지진피해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에서 포항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TF 측은 지열발전소를 운영한 ㈜넥스지오와 지열발전 사업에 참여한 학자들을 상대로 “어떤 화학 물질을 사용했고, 폐수는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조사해 달라”며 포항시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요구했다. 포항시는 지난달 17일 넥스지오에 폐수 처리와 관련한 공문을 보냈고, 넥스지오 측은 “주변 물이 있는 공간에는 사람이 빠지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하고, 나머지 시설에 대해서도 안전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산자부는 올 가을부터 지열발전소의 폐수에 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산자부 포항지열발전 조사지원단 관계자는 “주입된 물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수질은 어떤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 추경 예산으로 10억원을 확보했다”며 “포항 시민의 우려가 클 것이기에 당장 가을부터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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