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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그린란드 사고싶다”…속내는 푸틴·시진핑 견제?

중앙일보 2019.08.21 00:04 종합 12면 지면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최대 섬 그린란드를 사들이려 한다는 보도(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가 나온 이후 북극의 그린란드가 국제사회 핫 이슈로 떠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냥 던진 농담인 줄 알았는데, 백악관 법률고문들에게 매입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지금은 트럼프를 조롱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하지만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구애’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냉전 이후 지정학적으로 러시아를 대항할 미국의 군사적 요충지이자,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경제적 가치가 급등하고 있는 블루오션이다.
 

모스크바까지 3600㎞ 군사요충지
시진핑도 북극 패권 장악 노려
그린란드에 대거 자본 투자 중

캐나다 북쪽에 위치한, 덴마크의 자치령인 그린란드는 국토의 85%가 빙상이고 경작 가능한 영토는 2%에 불과한, 말 그대로의 동토(凍土)다. 인구는 5만6000, 재정의 60%를 덴마크에 의존한다. 하지만 지정학적 가치로 보면 달라진다. 그린란드에서 모스크바까지는 3600㎞로, 전략폭격기(핵무기 탑재 폭격기) 운용에는 최적지다. 미국은 덴마크와 군사방위조약을 맺고 1951년부터 이곳에 툴레공군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세계에 산재한 미군기지 중 최북단이다.
 
맨 먼저 그린란드를 사려고 한 미국의 대통령은 앤드루 존슨. 1867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도 매입을 제안했다. 이번 트럼프의 제안은 북극 패권 장악에 나선 중국에 대한 ‘브레이크’ 성격이 짙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그린란드를 북극권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해 자본과 군사력을 대거 투입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다. 지난 5월 미 국방부는 보고서에서 “중국이 남중국해뿐만 아니라 북극권까지 군사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며 “북극권에서의 중국의 활동은 이 지역 내 중국의 군사적 입지를 강화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중간) 북극 패권 경쟁으로 그린란드는 중요해졌다”며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줄면 2~3년 내 러시아 동북부에서 캐나다 북부 해역, 유럽을 잇는 ‘북서항로’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그린란드의 가격은 얼마일까. 1946년 트루먼 당시 미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가로 1억달러를 제안했으니, 오늘날 가치로 환산하면 13억달러다. 그러나 현 시점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 천연자원이 가져다줄 경제적 효과를 고려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는 천연자원 매장량이 북극권 전체의 절반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의 ‘입질’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 그린란드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비즈니스의 기회는 열려있는 곳이지만 파는 곳은 아니다”라고 일언지하 거절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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