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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가 세상 바꾼다…첼리스트 요요마의 이색 도전

중앙일보 2019.08.21 00:04 종합 23면 지면보기
이달 1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렸던 요요마의 야외 공연. 청중 1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 8월부터 36개 도시에서 펼치고 있는 ‘바흐 프로젝트’의 하나다. [사진 엘렌 야스콜, 크레디아]

이달 1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렸던 요요마의 야외 공연. 청중 1만 명이 모였다. 지난해 8월부터 36개 도시에서 펼치고 있는 ‘바흐 프로젝트’의 하나다. [사진 엘렌 야스콜, 크레디아]

관객은 8000명이고 무대 위에는 한 명이다. 첼리스트 요요마(64)가 다음달 8일 오후 6시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서 할 공연이다. 요요마는 지난해 8월부터 내년까지 6개 대륙 36개 도시에서 바흐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은 ‘바흐 프로젝트’의 20번째 도시다.
 

6대륙 36개 도시 ‘바흐 프로젝트’
내달 서울 올림픽공원 야외 무대
무반주 첼로 모음곡 150분 연주
분단 주제로 ‘행동의 날’ 도 준비

연주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 연주시간은 2시간 30분쯤이고 중간 휴식 없이 이어진다. 보통 실내의 음악회장이 2000석이라는 점, 또 야외 공연에 단 한 명의 연주자만 오른다는 점에서 독특한 공연으로 볼 수 있다.
 
요요마의 공원 공연을 보는 포인트는 넷이다. 음악회가 열리게 된 취지와 특이한 풍경을 이해할 수 있는 네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①왜 바흐=요요마가 연주할 바흐의 첼로 모음곡은 1700년대 작곡 후 200여년 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곡이다. 하지만 1900년대 이후 이 작품은 음악과 사회가 연결될 때마다 역할을 해왔다. 1989년 무너지던 베를린 장벽 앞에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가 이 곡을 연주했고, 올해 4월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복구를 위한 기금 모금 무대에서 프랑스 첼리스트 카퓌송이 같은 곡을 연주했다.
 
프랑스 태생의 중국계 미국인 첼리스트인 요요마는 “분열된 세상을 바흐가 구원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말한 바 있다. 그는 바흐의 첼로 모음곡이 인간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음악이라 본다. “이 작품은 감정의 상태이고 사고의 한 유형이다. 문화는 사람의 감정과 사고를 훈련시키고, 이는 바흐가 누구보다도 잘한 일이다.” 요요마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희생자,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 희생자를 추모할 때마다 모음곡 5번의 사라방드를 연주했다.
 
1961년 데뷔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첼리스트 요요마. [사진 크레디아]

1961년 데뷔해 세계적으로 알려진 첼리스트 요요마. [사진 크레디아]

②요요마의 신념=요요마는 현재 세계의 수많은 결함을 늘 지적해왔다. 어려서 첼로를 시작하고 곧장 신동 칭호를 얻은 연주자지만 역사, 국제 정세,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첫 취임식 연주를 맡은 후 대통령의 문화적 조언자 역할을 했고 총기 폭력 사고가 많은 곳을 찾아 상징적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장례식에서는 연주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입장을 비교적 분명히 하는 연주자다.
 
바흐 프로젝트의 공연 도시 또한 세심하게 선택됐다. 멕시코와의 국경 지대인 텍사스 라레도를 비롯해 페루·칠레·레바논 등을 아울렀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가 바흐를 듣는다면 사회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 했다.
 
③야외 공연장=내한 공연을 주최하는 크레디아 측은 “요요마가 바흐 프로젝트의 공연 장소로 클래식 홀이 아닌 수천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의외의 장소를 원했다”고 했다. 실제로 요요마는 다른 나라에서도 실내 공연장을 거의 선택하지 않았다. 대부분 야외의 광장이나 축제용 공연장, 공원에서 바흐를 연주했다.
 
4월 멕시코 시티의 광장과 6월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에서는 각각 2만 명이 요요마의 바흐를 들었다. 바흐 프로젝트 중 최다 관객이다. 매사추세츠에서는 1만2000명, 콜로라도에서는 1만 명을 모았다. 서울 공연은 8000명까지 들어올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청중이 자리를 채울지도 관심사다.
 
또 바흐 프로젝트의 요요마는 매 공연마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이끌어냈다. 텍사스에서는 야구 모자를 쓴 채 와이셔츠 차림으로, 탱글우드에서는 연주복에 나비 모양 브로치를 달고 바흐를 연주했다. 이번 서울 공연 또한 기존의 독주회와는 다른 분위기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④행동의 날=바흐 프로젝트는 바흐 모음곡 연주로만 끝나지 않는다. 요요마는 방문하는 도시마다 날짜를 따로 정해 다양한 행사를 기획했다. 요요마는 이 행사들을 ‘행동의 날(Days of action)’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노숙자의 증가로 인한 도시 내의 갈등 문제에 대한 토론을 열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는 지역 농장의 재료부터 요리까지 연결시키며 지역 커뮤니티 문제를 다뤘다. 주제는 다양하다. 교육·기술·정치·환경 등 모든 것이 문화와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로 각 지역의 사회 활동가, 셰프, 과학자, 공무원 등과 교류한다.
 
한국 ‘행동의 날’의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바흐 연주 이튿날인 다음 달 9일 경기도 파주의 도라산 역에서 열릴 예정이다. 요요마는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늘 관심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남한과 북한이 같은 달을 보듯 똑같은 바흐를 들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행사 또한 분단 상황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요요마는 최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행동의 날은 우리의 원하는 미래를 문화가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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