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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 논설위원이 간다] 수소경제 간다는데…곳곳서 “왜 하필 집 옆에” 충돌

중앙일보 2019.08.21 00:04 종합 24면 지면보기

주거지 인근 연료전지 발전소 갈등

지난 6월 11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인천 동구 주민들이 송림동에 건설 예정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서 270m 가량 떨어진 발전소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사업자는 8개월 이상 갈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11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인천 동구 주민들이 송림동에 건설 예정인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의 백지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인근 아파트에서 270m 가량 떨어진 발전소 건립을 놓고 주민들과 사업자는 8개월 이상 갈등을 벌이고 있다. [뉴스1]

어느 날 당신의 집 바로 옆에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가 생긴다면…. 물론 정부와 사업자는 안전을 강조하며 안심해도 좋다고 말한다. 당신은 그 말을 믿고 발전소를 선뜻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분산형 발전소’ 확대 정책 따라
전국 39곳서 설립 사업 진행 중
사업자는 “적법” 주민들은 “불안”
“국가가 안전검증 체계 마련해야”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 방향 중 하나가 ‘분산형 발전소’ 확대다. 주거지와 떨어진 곳에 원자력·석탄 같은 중앙집중식 대형 발전소를 짓는 대신 전력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에 태양광·풍력·연료전지 등 소규모 전기 생산 시설을 늘리겠다는 정책이다. 대규모 장거리 송전 시설을 건설할 필요가 없어 밀양 송전탑 사태와 같은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탈원전·친환경을 표방하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기조와도 맞다. 그러나 주거지 근처에 들어서는 발전 시설을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른바 ‘주민 수용성’ 문제다.
  
연료전지 갈등 시금석, 인천 동구
 
인천 동구에서 추진되는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이런 문제의 시금석 격이다. 송림동 내 8920㎡ 부지에 들어설 발전소를 놓고 주민과 사업자 측은 8개월째 갈등 중이다. 사업자 ㈜인천연료전지는 한국수력원자력(60%)·두산건설(20%)·삼천리(20%)가 참여한 특수목적회사(SPC)다. 2020년 6월까지 연료전지 스택(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에너지를 얻는 발전 장치) 90개를 설치해 인근 9만 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용량 39.6 메가와트(㎿)급 발전소를 짓는다는 목표다.  
 
그러나 주민들은 “지역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여섯 차례 주민 시위, 8차례 민관협의체 회의, 주민 대표 단식 등을 거치며 표류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안전성 규명을 위한 제3의 연구기관을 찾는다”는 합의가 이뤄졌으나, 마땅한 조사 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주최한 국회토론회까지 열렸지만 평행선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14일 찾은 발전소 부지는 공사가 중단된 채 펜스로 가려져 있었다. 인근은 공업지역이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이 있고, 공구·산업용품 상가와 중소형 공장 등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남쪽 길 건너편에는 240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 3개 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발전소와 아파트 간 가장 짧은 거리는 불과 270여m다.
 
부지 인근 상가에 임시로 자리 잡고 있는 ㈜인천연료전지의 전영택 대표를 만났다. 전 대표는 “발전소 수익 일부를 주민과 지역 사회에 돌리는 등의 해결책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이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강릉 강원테크노파크 수소 폭발 사고 이후 주민 불안감이 더 커진 것 같다.
“강릉 사고는 수소 저장 탱크가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짓는 연료전지 발전소는 도시가스(LNG)를 개질(改質)해 추출한 수소를 곧바로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탱크가 없다. 연료전지는 아폴로 달 탐사선에도 이용될 정도로 안전하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같은 유명 빌딩에도 설치돼 있다.”
 
당초 인천 송도에 설치하려다 동구로 왔다던데. 구도심지 주민 홀대 논란이 인다.
“송도 하수처리장 부지가 검토됐으나 시설 확장이 예정돼 있어 무산됐다. 적당한 부지를 물색하던 중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두산 소유 땅이 있어 이곳으로 정해졌을 뿐이다. 구도심 주민을 무시한 처사가 결코 아니다.”
 
기피 시설 설치로 집값이 내려간다는 주민들 불만도 있는 것 같다.
“부산 해운대에 있는 ‘부산 그린에너지’를 보면 기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곳 아파트와 발전소 거리는 여기보다 더 가까운 230m지만, 그동안 많이 올랐다. 연료전지 발전소와 아파트 시세는 무관하다는 증거다.”
 
주민들을 아파트 부녀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주민 비상대책위원회의 김효진 집행위원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스무명 가까운 주민들이 같이 나왔다.
 
사업자와 허가권자는 적법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100㎿ 이하 발전소 사업은 따로 환경 영향 평가를 거치지 않게 된 조항만 들이댄다. 사업이 결정되는 동안 밀실 행정으로 일관해오다 이제 와서 법 조항을 내세우는 것은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정부와 사업자는 수소 폭발 가능성은 없다고 한다.
“수소는 생소한 에너지원이다. 강릉 수소 폭발 등으로 안전성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국가가 직접 나서 안전성을 검증해 주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만에 하나 사고 났을 때의 영향, 피해 예측치 등에 대해 주민들은 전혀 정보가 없다. 연료전지 발전소가 주거지로 들어오려면 객관적 안전성 평가와 안전 매뉴얼 작성 등이 선행돼야 한다.”
 
다른 지역 연료전지 발전소도 문제없다는데.
“부산 그린에너지 같은 경우는 쓰레기 소각을 이용해 지역난방을 공급하다가 연료전지로 바꾼 시설이다. 여기와 달리 갑자기 생긴 시설은 아니다. 대다수 연료전지 발전소 혹은 발전 시설은 주거지와 일정 정도 떨어져 있거나 여기보다 훨씬 소규모다.”
 
인터뷰 중간중간 주민들이 끼어들었다. “발전소 들어선다는 소식에 집 매매는커녕 세입자 구하기도 힘들어졌다” “나중에 뒤탈 난 4대강 사업과 다를 바 뭐냐” 등 불만이 이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갈등 중
 
정부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보급은 2018년 307㎿에서 2022년 1기가와트(GW), 2040년 8GW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이로 인해 발생할 갈등 관리에 대해서는 ‘수소 안전에 국민 인식 제고 및 안전관리 체계 확립’ 정도 외에는 구체적 방안이 없는 상태다. 그런 가운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는 점점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태양광·풍력 같은 다른 신재생 에너지 생산 시설보다 주거지와 훨씬 더 밀착해 있지만, 주민의 거부감과 불안감을 극복할 뚜렷한 방안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연료전지 갈등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수소연료 발전소 건립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39곳이다. 이 중 상당수가 사업자와 주민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강릉(사천면), 화성시(장안면 노진리), 대전(대덕구 와동, 유성구 도안신도시), 부산(금정구 금사회동동) 등이 그런 사례들이다. 갈등 패턴도 인천 동구를 빼닮았다. 하나같이 인허가 절차에 문제없다는 이유로 사업이 추진되다 뒤늦게 이를 안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는 모양새다.
 
주민과 사업자 모두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은 같았다. 전영택 인천연료전지 대표는 “정부가 수소경제를 이끌어 가려면 더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갈등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비대위 집행위원장도 “안전하고 적법하다는 말만 앞세우지 말고, 공신력 있는 안전 검증과 규제 제도를 마련해 주민 불안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소는 과연 안전한가
수소가 안전하다는 정부 측 설명은 수소의 물리적 특성에 근거한다. 수소는 가연성 및 폭발성 가스지만, 대기보다 14배나 가볍기 때문에 대기 중으로 누출되면 빠르게 흩어진다. 발화점이 섭씨 500도 이상으로 석유류보다 200도 이상 높아 쉽게 화재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가스류 위험도를 비교한 미국 화학공학회 자료에 따르면 수소의 위험도를 1로 했을 때, 가솔린은 1.44, LPG(프로판)는 1.22, 도시가스(메탄)는 1.03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반론이 만에 하나 발생할 위험을 상쇄하지는 못한다. 1937년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 폭발, 2012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도 수소 때문이었다. 수소 폭발의 특징은 ‘초음속 충격파’다. 워낙 빠르게 흩어지다 보니 LNG·가솔린 등 무거운 가스와는 달리 화염은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 대신 공기 중 산소 분자와 격렬한 연쇄 반응을 하면서 초음속 충격파를 발생시킨다. 강릉 폭발 사고 때도 순간적인 섬광 뒤 150m 떨어진 건물의 유리창·벽·지붕이 파손됐다.  
 
수소 탱크 없이 도시가스 개질로 수소를 얻는 연료전지 발전소의 경우 폭발 위험성이 크게 낮아지는 것은 맞다. 그러나 개질 과정에서 고온·고압이 필요한 만큼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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