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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50억 달러 꺼낸 美 …현금 외 ‘기여 리스트’도 짰다

중앙일보 2019.08.20 16:57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방위비분담금 협상 수석대표인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오른쪽)와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 대표가 2월 10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문에 가서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ㆍ미가 본격적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 준비에 착수한 가운데 미국이 기존의 현금 및 현물 지원 이외의 방식으로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목록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이 차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으로 50억 달러(약 6조 325억원)를 책정할 때 한국의 파병, 연합작전 참여 등을 통한 사실상의 비용 분담도 근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목표는 ‘50억 달러’가 아니라 ‘50억 달러 상당’이라는 것이다.  

기존 현금 분담금은 증액이 목표
현금외 파병,장비 지원도 받겠다

외교 소식통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정말로 50억 달러 대부분을 현금으로 받아내기를 원한다. 하지만 협상을 해야 하는 미 행정부 인사들은 이게 현실적으로도 힘들고, 더 나아가 한국 내에서 지나친 반미 감정 자극 등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에 적당한 선에서 부담을 늘리면서도 현금으로 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납득시킬 수 있을 만한 현금 이외의 기여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이번에 방위비 분담금을 새롭게 추산하는 ‘글로벌 리뷰’를 통해 한반도 주변뿐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한ㆍ미 동맹 방위를 위해 쓰고 있는 비용을 추산했고, 이런 경비들을 모두 합쳐 50억 달러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ㆍ미 연합훈련뿐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호위 연합체 구성,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작전 등 한국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방위활동의 경비를 모두 계산한 것으로, 미군 인건비부터 군사적 자산 전개 비용까지 모두 넣었다”면서다. 또 “한국이 여기에 꼭 비용을 대지 않더라도 파병이나 장비 배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으니 그런 공약을 받아내겠다는 게 미국 생각”이라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서는 한미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연합뉴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국방부에서는 한미국방장관 회담이 열렸다. [연합뉴스]

미국은 한국의 현금 기여분도 대폭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ㆍ미는 올 3월 타결한 10차 방위비 협상을 통해 이전보다 8.2% 인상한 1조 389억원을 한국의 분담금 규모로 정했는데, 11차 협상에서는 인상률을 더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부적으로 정했다고 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아파트 임대료를 받는 것보다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10억 달러(1조 2065억원)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발언했다는 보도와 관련,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최소 금액, 즉 11차 협상에서 한국 분담액 시작점을 사실상 10억 달러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ㆍ미 주둔군 지위협정(SOFA)의 틀을 벗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ㆍ미 상호방위조약(제4조)과 SOFA(제2조)는 한국이 주한미군 군사부지를 공여 식으로 제공하고 이에 따른 토지 보상도 한국 정부가 하되, 미 정부는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도록 했다. 방위비 분담금은 원래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한국이 일부 부담하는 것으로, 일종의 예외를 적용하는 개념이다. 한국이 부담하는 항목은 ▶한국 측 인건비(현금) ▶군수비용(현물) ▶군사건설비(현금+현물)로, 미군 인건비나 훈련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은 10차 협상 때도 작전지원 항목(전략자산 배치ㆍ장비순환 배치ㆍ연합훈련ㆍ주한미군 역량 강화 비용) 신설을 요구, 기존의 틀을 깨려고 시도했다. 당시엔 한국이 “방위비 분담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해 철회했지만, 11차 협상에서는 이를 넘어서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새로운 형태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는 첫 번째 동맹국이기 때문에 미국이 본보기로 삼으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색전은 이미 시작됐다. 10차 협상을 이끌었던 장원삼 외교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와 티모시 베츠 미 국무부 방위비 분담 협상 대표는 20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11차 협상과 관련한 양측의 입장을 교환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11차 협상을 시작한 것은 아니고, 새 협상 개시 전에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현재 대표들이 만나 논의하는 성격의 사전 협의”라고 전했다. 면담은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양국 SMA 협상팀이 각각 5명씩 배석하는 등 실질적인 협상에 준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한·미는 조만간 11차 협상 대표를 새로 선임할 방침이라 양국의 신임 대표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본격적 협상에 나선다. 
 
유지혜ㆍ이유정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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