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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도체 소재 수출 두번째 허용···삼성, 9개월치 재고 확보

중앙일보 2019.08.20 14:57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일본이 한·일 외교장관 회담(21일)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만료일(24일)을 코 앞에 두고 수출 규제품목으로 지정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PR)의 수출을 두번째로 허용하면서 양국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번에 수출을 승인한 제품은 삼성전자의 주문을 받은 JSR의 EUV용 포토레지스트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일 신에츠케미컬에 이어 JSR의 수출 신청도 승인하면서 삼성전자는 7nm(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약 9개월 치의 EUV용 포토레지스트 재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대 한국 수출 규제는 전략물자 관리용이라는 명분을 강화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우리 정부에 지소미아 파기의 구실을 주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7일 수출 상대국 분류 체계를 개편해 한국을 기존 화이트 국가(안보우호국가)에서 배제하면서 한국을 군사적 전용 우려가 있는 품목은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 B그룹 국가로 지정했다. 이에따라 이번 수출 승인은 B그룹의 한국과 C그룹에 속해 있는 대만과의 형평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현재 군사 전용 가능성이 있는 대부분의 품목에 대해 개별 허가를 받는 C그룹에 속해 있는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는 일본에서 아무 문제 없이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수입해다 쓰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그룹인 대만에도 수출 승인을 하면서 B그룹인 한국에 승인을 거부하면 일본은 자기모순에 빠진다"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경제보복이 아닌 전략물자 관리 차원이란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도 드문드문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외교장관 회담이나 지소미아 연장을 눈앞에 두고 한국의 예봉을 무디게 하겠다는 전략 "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또한 일본 정부의 이번 승인은 수출 규제 후 잇따르고 있는 자국 소재기업들의 '탈 일본화'를 막기 위한 고육책 측면도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이후 고순도 불화수소나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일본 업체들은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출에 나서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드는 모리타화학의 야스오 사장은 일본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수출 관리가 엄격해지면 일본 기업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중국에서 불화수소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모리타화학은 중국 저장성 공장에서, EUV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JSR과 도쿄오카 공업은 각각 벨기에와 한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신에츠케미칼이 첫 번째로 수출 승인을 받은 것도 해외 공장이 없어 가장 먼저 매출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아베 정부로서도 자국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두 건을 시차를 두고 승인하면서 고순도 불화수소도 허용할 것인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는 일본 정부가 군사적 전용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소재인 만큼 포토레지스트만큼 빨리 허가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고순도 불화수소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업체 등과 협력해 국산화와 동시에 공정 라인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일본 업체의 수출이 재개돼도 일정량은 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 있어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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