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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강국의 조건

중앙일보 2019.08.20 11:45
문재인 대통령은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가 되는 유일한 길은 인공지능(AI) 강국이다. 미래는 AI가 세계를 지배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는 다양한 산업분야의 혁신을 불러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전 세계적으로 AI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AI를 선점하는 국가는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뒤처지면 후진국이 된다.  
 
 
AI시대는 제조업ㆍ농업ㆍ서비스업 등 전 분야에서 AI 기술과 융합돼 산업 패러다임이 변한다. 한국의 수출 주력 IT산업이 일본의 소재ㆍ부품 산업에 의존했기에 경제보복에 속수무책이다. 맥킨지글로벌연구소의 ‘AI가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을 선진 AI 국가로 분류했고 한국은 세계 평균으로 평가했다. 이대로 간다면 어떻게 될까. 2030년에 한국은 미ㆍ중의 AI 핵심기술에 의존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모든 산업분야에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일자리 창출은 어려워져 한국경제 미래는 없다.
 
미국과 중국은 AI 패권다툼 중이다. 2016년 중국과 미국은 AI 연구개발에 국내총생산(GDP)의 2~3%를 투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국이 4640억달러(약 562조원)를, 미국이 4120억달러(약 499조원)를 AI 연구개발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은 2022년까지 세계 4대 AI강국을 목표로 향후 5년간 2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정책지원과 대규모 데이터 활용,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2030AI굴기’를 목표로 세우고 있다. 이러한 중국을 미국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미국은 AI 글로벌 기업인 ‘GAFAM’(구글ㆍ애플ㆍ페이스북ㆍ아마존ㆍ마이크로소프트)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BATIS’(바이두ㆍ알리바바ㆍ텐센트ㆍiFlytekㆍ센스타임)가 미국 기업을 바싹 추격하고 있다. 미ㆍ중은 무역전쟁에 이어 관세ㆍ환율ㆍAI 전쟁 중이다.    
 
 
현재 한국은 미ㆍ중 AI 패권다툼과 일본의 경제보복에 낀 형국이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갈수록 AI 경쟁력에서 우리나라는 미ㆍ중에 이어 일본에도 뒤처지고 AI 기술격차는 더 확대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AI 분야에서 2~3년 앞서 나가고 있다. AI 시대에는 산업화 시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한번 뒤처지면 따라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AI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광주광역시는 2024년까지 4061억을 투입해 ‘AI 기반 과학기술창업단지’를 조성한다. 이달 중 민간 중심의 ‘AI클러스터 추진단’을 출범해 세부체계 구축과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이용섭 시장은 “노사 상생 첫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처럼 광주를 AI 선도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가 AI 집적화 단지 조성의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기를 기대한다.  
 
 
둘째, AI 교육과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AI 시대 표준 언어인 ‘파이썬’(Python)을 교육해야 한다. 파이썬은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가장 사용하기 쉽다. AI 딥러닝(심층학습)을 위해 파이썬 학습은 필수다. 데이터 분석 및 인프라 관리 등 파이썬의 용도는 확대되고 있다. 1970년부터 사용됐던 프로그램 언어인 코볼(COBOL)과 자바(Java)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초등학교부터 파이썬을 교육하고 대학생은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해야한다. 정부가 시행중인 정보처리기사 시험 과목에도 넣어야 한다.
 
 
AI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AI 특허ㆍ전문 기업 등 분야별 평가에서 세계에서 중위권이다. 중국 칭화대의 ‘2018 인공지능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고 수준급 AI인재는 2만2400명이다. 이 중 미국이 절반을, 중국이 10%를 차지한다. 뒤를 이어 영국ㆍ독일ㆍ캐나다ㆍ일본 순이다.  한국은 이란ㆍ터키보다도 뒤처진 15위다. AI 전문 인력 육성 없이는 ‘2022년 AI 4대강국’정책 목표는 실현 불가능하다.
 
 
셋째, ‘데이터 3법 개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AI의 핵심은 데이터 활용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데이터 활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국회는 빅데이터 경제 3법으로 불리는 신용정보법ㆍ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 등 개정안을 서둘러 심사하고 처리해야 한다
 
 
넷째, AI 벤처 붐을 조성해야 한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한국에 투자할 만한 AI 벤처가 있으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 2호 펀드’ 운용 규모는 1080억 달러(약 130조원)로 전 세계 AI 관련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한다. 정부가 주도해 AI 일거리 프로젝트를 발주해 비전펀드의 투자를 유도한다면 제2의 벤처 붐이 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벤처 기업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특정 업종을 목표로 차별화를 모색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은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AI 스타트업은 제조 및 물류와 같은 특정 업종을 위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둔다면 성공 확률이 높다. 글로벌 AI 기업이 커버 할 수 없는 틈새 영역이기 때문에 강력한 제품 전략을 구사하면 세계 1위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제일 중요한 기술 혁신의 시기에 일본이 AI를 어중간하게 다루고 있어 언젠가부터 AI 후진국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서 부품ㆍ소재 산업 국산화에 몰입하고 있는 현재 우리나라 모습이 어떤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견월망지(見月忘指), 일본이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달을 봐야하다. AI는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며 성장 동력이다.  
 
 
박정일

박정일

박정일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