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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

중앙일보 2019.08.20 00:16 종합 33면 지면보기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이달 초 아랍에미리트(UAE)의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SKSH)에 갔다 왔다. 서울대병원이 5년 위탁 운영한 UAE 왕립병원이다. 대학병원 수출 1호다. 현지 직원의 평가를 듣고 싶어서 소개를 부탁했다. 파티마라는 전원(轉院)팀 직원이 왔다. 그녀는 UAE 정부병원에서 10년 근무하다 2014년 여기로 왔다. 그녀는 “서울대병원과 한국인과 일하게 돼 신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신에게 감사? 이유를 물었다. 그녀는 “서울대 측이 최고의 의료진과 운영진을 보내 성공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게 돼서”라고 말했다. 파티마는 “영국인·이집트인과 일해봤고, 한국인은 처음이라 매우 걱정했다. 지금은 자랑스럽다. 팀웍(협진)이 좋고, 실력이 베스트이고, 환자를 대하는 큰 가슴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사방은 사막이다. 환자들이 1~2시간 차를 타고 진료받으러 온다. SKSH 측은 6일 개원 5주년 기념식에서 여러 명의 주민과 경찰서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식당에는 현지식·인도식·한식이 나온다. VIP 병실에는 거구의 환자를 위한 기중기가 달려있다. 세심한 현지화 전술이다. UAE는 의료 인프라가 빈약해 외국의 손을 빌린다. 글로벌 경쟁의 각축장이다. 여기서 한국 의료가 세계 일류임을 검증받았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년 1차 계약을 마치고 최근 2차(5년) 운영자로 선정됐다. 10년에 걸쳐 10조원의 경제적 이득이 생긴다. 지난해 초에만 해도 UAE 측이 “복수 입찰을 준비하라”고 했다. 서울대는 반발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연수 서울대병원장은 “지난해 3월 문재인 대통령이 UAE를 방문한 뒤 단독입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2014년 1차 입찰 때는 독일 등 7~8개국 유명 병원과 경합했다. 성명훈 SKSH 원장은 “한국의 중동 건설산업의 이미지가 투영됐고,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때 UAE 원전을 수주한 게 터닝포인트였다. 한국을 많이 알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SKSH 성공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았다. 건설 근로자의 피땀, 이들의 오일달러로 성장한 한국 의료인과 의료 기술, 대통령의 비즈니스 외교가 밑거름이 됐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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