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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의 ‘오보 대응’ 감찰은 신중해야

중앙일보 2019.08.20 00:05 종합 34면 지면보기
청와대가 산업부·통일부·국방부·방송통신위 등 4개 부처를 상대로 언론 오보 대응 실태 등을 조사 중이라고 KBS가 그제 보도했다. 민정수석실 조사관들이 기자를 상대하는 정부 부처의 대변인실을 방문해 최근 1년간의 언론 오보 대응 실태를 묻고, 오보 대응 방식·절차에 관한 자체 매뉴얼이 있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한다. 이들 부처가 왜곡 보도나 가짜 뉴스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판단한 청와대가 직접 대응에 나선 것이란 게 보도 내용이다. 청와대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과거부터 부처를 대상으로 돌아가며 실태 점검을 해 온 것이며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해명했다.
 
청와대가 정부 시책 홍보 실태를 점검해 온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홍보라인(현 국민소통수석실)을 중심으로, 그것도 업무 연락을 조율하고 사후 대응을 논의하는 정도였다. 이번처럼 공직자를 감찰하는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이 투입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대변인실 대응이 소홀했다면 1차적으론 부처 감사관실이, 그것으로도 미흡하면 감사원이 나서면 된다. 공직기강을 감시하는 반부패비서관실이 고유 업무도 아닌 오보 대응 여부를 따질 일은 아니란 얘기다. 부처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적 권한 행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니 이번 조치가 “가짜뉴스에 대한 청와대의 본격 대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사전 정지작업”이란 의심까지 사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가짜뉴스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지적했고, 여권에선 일부 보수 성향의 유튜브 등 SNS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점검 대상이 된 곳들은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대북, 대일본 뉴스가 생산되는 주무 부처다. 방통위는 가짜뉴스 매뉴얼의 법제화를 둘러싸고 그간 청와대와 갈등을 빚어 왔다. 청와대의 부처 감찰을 순수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다. 일부에선 언론과의 접촉 창구인 ‘대변인실 길들이기’를 통해 정부에 불리한 보도와 여론 형성이 되는 걸 미리 차단하려는 수순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현 정권 들어 ‘청와대 정부’란 말이 나돌 정도로 청와대의 부처 패싱, 일방통행식 독주가 일상화되고 있다. 청와대가 ‘가짜뉴스’ 대응에까지 전면에 나서는 건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의도하지 않은 실수가 빚어낸 ‘오보’와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정보’를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공연히 의심받고 부작용만 큰 조치라면 지금이라도 바로잡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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