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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시신’ 서울경찰청에 자수하러 갔더니 “종로서 가라”

중앙일보 2019.08.20 00:04 종합 14면 지면보기
‘한강 몸통 시신’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모텔 투숙객 B씨(32)를 살해한 혐의다. [뉴스1]

‘한강 몸통 시신’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가 18일 오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모텔 투숙객 B씨(32)를 살해한 혐의다. [뉴스1]

‘한강 몸통시신 사건’ 피의자가 경찰에 자수하러 서울경찰청과 종로경찰서를 잇달아 찾았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안내실 근무자들이 자수하러 온 A씨(39·구속)를 붙잡지 않고 가까운 종로경찰서 민원실로 안내하면서다. 자칫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를 받는 A씨가 도주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경찰은 감찰에 나섰다.
 

서울청 안내실 당직 경찰·의경
“무슨 사건” 질문에 답 안하자
신병확보 조치 않고 그냥 보내
경찰 “감찰 조사, 재발 막을 것”

19일 경찰에 따르면 모텔종업원 A씨는 지난 17일 오전 0시 55분쯤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경찰청 안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일반 경찰관(경사급) 한 명과 의경 2명이 당직 근무 중이었다. 당직 경찰관은 비수사 부서 소속이다. 이들은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고, A씨는 “자수하러 왔다”고만 답했다. 다시 당직자들이 “어떤 사건이냐”고 되묻자 A씨는 “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안내실 당직자들은 A씨가 사건 내용을 좀처럼 말하지 않자 직선 거리로 1㎞쯤 떨어져 있는 경운동 종로경찰서 민원실로 가보라고 안내했다. 안내실 근무 매뉴얼상 ‘자수자’ 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당직자가 접수하면 다음날 관련 부서에 전달하도록 하는 것과 대조된다.
 
결국 A씨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바로 종로서 민원실로 이동했다. 도주하지는 않았다. 그는 종로서에 이날 오전 1시 5분쯤 도착했다. 종로서 민원실에서 역시 “자수하러 왔다” “강력형사에게 이야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다행히 일선 경찰서 형사계에는 당직 형사가 늘 근무하고 있다. A씨가 한강 몸통 시신 사건 용의자임을 파악하게 된 종로서는 이날 오전 2시 30분쯤 그를 사건 관할 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 조치했다. 경찰은 즉시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안내실 당직 근무 매뉴얼에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규정이 없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맞지 않는다. 감찰 조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신상정보 공개 오늘 결정=한편 구속된 A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는 20일 결정될 전망이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의를 열고 A씨의 신상공개가 적절한지, 공개를 어디까지 할지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행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을 보면 ‘범행수단이 잔인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얼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의 신상이 공개됐다. 당초 경찰은 A씨의 신상공개 심의위를 19일 열기로 했다 하루 연기했다. 자수한 A씨의 정신 상태 등 추가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A씨는 전날(18일)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숨진 피해자를 겨냥해 “다음 생애에 또 그러면 너 또 죽는다”는 막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자신이 일하던 서울 구로구 모텔에서 투숙객 B씨(32)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시비를 걸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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