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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이제 와서 ‘노트10’ LTE폰 출시하라는 과기부

중앙일보 2019.08.20 00:04 종합 16면 지면보기
김영민 산업팀 기자

김영민 산업팀 기자

통신정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초 “갤럭시 노트10의 LTE 전용 모델을 출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권고 형태의 의견을 이동통신 3사에 전달한 사실이 19일 뒤늦게 확인됐다. 두 달 전인 지난 6월 삼성전자와 통신 3사는 노트10을 국내에서 5G 모델로만 출시하기로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이날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의 의견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KT는 삼성전자와 LTE 모델 출시 문제를 놓고 협의했지만, 삼성전자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노트10이 오는 23일 공식 출시될 가운데, 뒤늦게 LTE 모델에까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려면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LTE 단말기를 따로 준비해도 미국·유럽 대비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국립전파연구원의 LTE 규격을 맞추려면 2~3개월가량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가 뒤늦게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LTE 단말기 출시를 채근하는 형국이지만,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통신업체와 제조업체 모두 5G 단말기에 판매장려금(보조금)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성과로 내세우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 정책의 뒷면이다.
 
지난 3월 출시된 S10의 경우, 5G 모델을 사면 공시지원금(최대 78만원)을 LTE 모델(최대 21만원) 대비 57만원가량 더 많이 받았다. 유통점에서 받는 판매지원금까지 더할 경우, S10 5G는 시중에서 10만원 안팎에 구매 가능했다. 아직 출시도 안 된 노트10 역시 8만원에 사전 예약하라는 정보가 돌아다녔다. ‘0원 폰’까지 등장하는 보조금 경쟁 속에서 5G 가입자는 지난 8일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가 과도하게 5G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시장 왜곡이 초래된 측면도 크다는 얘기다.
 
미국만 하더라도 버라이즌이 5G 상용화를 스스로 계획했지만, 한국은 과기정통부가 나서 “미국과의 세계 최초 경쟁에서 뒤지면 안 된다”며 지난 4월 초 이동통신 업체들에 한밤중 개통식을 하도록 했다. 김연아와 프로게이머 페이커(본명 이상혁), 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들은 자정 무렵에 5G 스마트폰을 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소비자 선택권이 정녕 걱정스럽다면 통신 매장에서 5G 폰을 살 때, LTE 요금제로 가입하도록 하면 된다. 5G 단말기라도 어차피 LTE와 5G 지원 모뎀칩은 각각 탑재돼 있다. 보조금이 적게 실릴 LTE 스마트폰을 뒤늦게 내놓으라고 기업에 설득해봐야 ‘정무적 보여주기’에 그칠 뿐이다.
 
IT에 밝은 소비자 상당수는 이미 5G 폰에 ‘LTE 우선 모드’를 적용하면서 자체 대응하고 있다. 5G 신호를 잡는데 들어가는 배터리 소모를 줄일뿐더러 지하철에선 5G 서비스가 안 터지기 때문에 이런 방법을 쓴다고 한다. LTE 대비 더 비싸면서 빠르지도 않은 5G를 써 가며 소비자 스스로 터득한 학습 효과다.
 
김영민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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