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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은 남혐 아닌 정의구현…남성도 행복해진다”

중앙일보 2019.08.20 00:04 종합 25면 지면보기
첫 방한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작가 아디치에. ’페미니즘은 불의에 맞서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

첫 방한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의 작가 아디치에. ’페미니즘은 불의에 맞서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뉴스1]

“페미니즘은 여성에 대한 오랜 억압과 소외를 인정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정의 구현 운동입니다.”
 

소설가·에세이스트 아디치에 방한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로 명성

나이지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페미니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42)는 “여성은 너무 오랫동안 억압받고 소외당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기회나 권리를 갖지 못한다면 이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일 그의 소설 『보라색 히비스커스』 국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서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보라색 히비스커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보라색 히비스커스』는 그의 데뷔작으로, 종교의 원리원칙이라는 명분에 의해 자행되는 억압과 권위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나이지리아 상류층의 엄격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난 10대 소녀가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그는 “『보라색 히비스커스』가 자전 소설이 아니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내가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이런 소설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3년 출간한  『보라색 히비스커스』로 그 해 영연방 작가상과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받은 아디치에는 이후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  『숨통』(2009),  『아메리카나』(2013)까지 발표하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았다. 에세이도 여럿 썼다. 테드(TED) 강연을 바탕으로 만든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는 페미니즘 입문서로 국내에서도 널리 읽히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에세이  『엄마는 페미니스트』(민음사) 역시 자녀 양육에 필요한 양성평등 관련 조언을 담아 인기를 끌었다.
 
그는 “세계 어떤 나라도 아직 양성평등을 완벽하게 이룬 나라는 없다. 법과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는 게 아니라 사고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전했다.  
 
이어 “(남성들 사이에서는) 나를 ‘악마’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사회적인 발언을 멈출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페미니즘에 얽혀 있는 고정관념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페미니즘을 ‘남혐(남성 혐오) 운동’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페미니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를 가로막고 있어요. 고정관념 때문에 페미니즘과 관련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안타까워요.”
 
페미니즘이 남녀 갈등을 야기한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은 불의에 맞서는 운동이기에 갈등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면서도 “하지만 페미니즘은 남혐이 아니라 대화를 원하는 운동”이라며 “남성들도 페미니스트가 되면 성별이 아닌 개인적 인격체로 존중받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Me Too)’ 운동에 관해서는 “혁명적인 변화”라고 높게 평가했다. “많은 사람이 여성이 말하는 성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믿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국의 ‘탈코르셋’ 운동에 대해서는 “여성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훌륭한 운동”이라고 평했다. 그는 “여성에게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여성도 외모뿐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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